블랙록 래리 핑크 CEO가 “공급망에서 비상장 민간기업(private companies)이 존재하는 한, 스코프 3 배출량 보고는 기업에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스코프 3 보고 의무화에 반대 의견을 밝힌 것에 이어, 스코프 3 보고가 포함된 ISSB의 지속가능성 및 기후 관련 보고 표준 최종안이 공개되자마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래리 핑크 CEO는 오슬로 에너지 포럼에서 “기업들은 스코프 1, 2를 기꺼이 보고할 것”이라면서도 “공급망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스코프 3 보고의 구조적 어려움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규제 당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스코프 3 배출량 보고의 어려움을 강조한 것이다.
핑크는 공급망 내의 중소기업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과 동일한 기준을 준수하지 않기 때문에 ESG 리스크 보고를 원하는 대기업들에게 구조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스코프 1,2 배출량과 달리, 스코프 3 배출량은 중소기업이나 협력사 등이 측정해야만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스코프 3 배출량 보고를 원하는 입장과 상반되는 발언이다. 특히 규제 당국의 입장과 배치된다. 미국 SEC은 기업들이 기후 영향을 보고하도록 대기업이 스코프 3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SSB 또한 지속가능성 및 기후 관련 보고 표준 최종안에 스코프 3 공개를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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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래리 핑크 CEO는 SEC에 반기를 든 적 있다. 핑크는 SEC에 “규제 당국이 그린워싱과 싸운다고 해서, 기관투자자가 환경 경찰(environmental police)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스코프 3 배출량 공개 의무화 철회를 요구했다. 대신, 스코프 3 배출량을 자발적으로 공개하거나 공개하지 않았다면 이유를 설명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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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증권위원회(IOSCO) 장 폴 세르베 의장도 “ISSB가 스코프3 배출 보고를 최소 1년간 임시로 면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면서 “SEC의 기후 규칙에서도 스코프 3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는 기업에게 일시적인 면제 등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베 의장은 “실수는 첫날부터 모든 사람이 보고 의무를 지키기를 기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IOSCO는 조만간 ISSB의 글로벌 표준을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업들의 스코프 3 보고 현황은 암울한 수준이다. 서스테이널리틱스에 따르면, 약 1만7000개 기업 중 거의 3분의 2는 직접 전력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을 뜻하는 스코프 1과 2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고객과 공급망까지 포함하는 스코프 3을 포함할 경우 비공개 비율은 75%까지 상승했다.
CDP의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5% 미만 기업만이 1.5도 조정 목표를 공개하고, 투자자가 탄소 감축 계획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DP는 “중소기업에서는 용량과 자원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며 “다만 투자자와 기업이 중소기업에게도 기후와 환경 책임을 확대하면서, 향후 3년간 격차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CDP 환경공시제도에 응답한 기업은 1만 8700개 이상이며, 이 중 1만 3000개 이상이 중소기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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