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주요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재 전략을 수정한다고 유랙티브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9월 EU 집행위원회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해 주요 원자재에 관한 실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독일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대책을 재검토하고 정부의 원자재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다. 유럽위원회가 제시한 실행 계획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수입 다각화 등 장단기적 조치가 포함됐다.
핵심 광물 자원 수요 급증에 대비… 장단기 조치 모두 고려해야
독일 정부의 원자재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독일은 EU의 27개 주요 원자재 중 14개를 해외에서 100% 수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변동성이 장기간 이어지는 데다 만약 주요 생산국이 자원 수출을 무기화한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U는 마그네슘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했는데 중국 내 마그네슘 생산량이 감소됐을 때 자동차 공장을 폐쇄해야 하는 위협에 놓이기도 했다.
단기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대신 공급국가 다각화, 전략적 파트너십 제휴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재활용 비율 확대, 기술 혁신 촉진 등을 통해 원자재 수급 안정성을 높이고, 자체적으로 원자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리튬, 희토류, 흑연 등 주요 원자재에 대한 수요는 향후 몇 년 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EU는 리튬 수입의 63%를 칠레로부터 주로 공급받았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추정에 따르면, 배터리 필수 원자재인 리튬의 수요는 2040년까지 42배, 희토류의 수요는 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희토류도 전기차, 풍력 터빈 건설 등 반도체 생산에 필수지만 지역 편재성이 심한 편이다. EU의 희토류 수입국가는 중국이다. 미얀마, 미국, 호주도 희토류를 대량 생산하지만 주로 자국 산업에 공급하기 때문에 수출량이 매우 적다. 유럽위원회는 “이들 국가로부터 희토류를 수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며 “앞으로는 민주 국가의 원자재 수입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공급국가 다각화ㆍ자국 내 원자재 생산하겠다
독일 정부는 크게 3가지 원자재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순환경제, 원자재 재활용, 자원 효율 향상에 투자한다. 현재 독일의 원자재 재활용 비율은 약 13.4%에 그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수치를 두 배로 늘릴 것을 제안했으며, 독일 정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제품 재활용은 수명주기가 끝난 이후에 가능한 점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자국 내 주요 원자재 공급을 늘리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독일은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칠레, 호주,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다각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 공급 국가의 ESG 준수 여부도 함께 고려한다. 유럽 현지 미디어 유랙티브는 “독일은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는 국가들과 ESG 국제 표준을 채택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며 “신뢰할 수 있는 국가에 있는 신규 광산 및 정제소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원자재 공급 국가를 선정할 때 경제적 및 사회적 차원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해석된다. 공급 국가 선정 기준은 세계 은행의 'Voice and Accountability' 지수를 기반으로 한다. 이 지수는 시민의 정치 참여,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자유 언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낸다.
독일은 그 동안 중국과 같은 비민주 국가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했는데, 원자재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수가 높은 민주 국가로 넓혀나갈 예정이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점수가 낮은 터키보다 점수가 낮다면 수입 국가 후보로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자국 내에서 원자재를 생산한다. 환경과 사회 기준에 부합하고 공급망의 탄력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것이다. 독일 라인강 지구 상류에 대규모 리튬 매장지가 있지만 지진 위험 가능성이 있어 광물을 추출하지 않았다.
독일은 원자재 전략 문서에서 “혁신 기술을 통해 리튬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채굴할 수 있다면 수입 의존도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독일은 자국 내 원자재를 채굴할 수 있도록 채굴비용 지원, 원자재 공동 구매 등 유럽연합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마그네슘 등 일부 원자재는 유럽 내 매장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국내 생산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원자재 안보, 환경 보호, 경제적 이익 등 3가지 목표 간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