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경제 침체 등으로 경제 리스크 부각…취약계층의 피해 가장 클 것

각계 리더들의 글로벌 전망./WEF
각계 리더들의 글로벌 전망./WEF

지난 11일 세계경제포럼(WEF)이 공개한 ‘2023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The Global Risks Report 2023)’에 따르면, 각계 리더 82%는 향후 2년간 세계가 위기에 빠지거나 지속적인 불안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기적인 글로벌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이들은 54%였다. 단기적 전망과 비교했을 때 장기적으로 세계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소폭 높았는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난이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WEF는 2006년부터 ‘글로벌 리스크 인식 조사(Global Risks Perception Survey, GRPS)’를 통해 정재계, 학계, 비즈니스 리더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고, 전문가 40명이 조사결과를 심층 분석해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발간한다.

각계 리더 1200명이 선정한 10대 장단기 주요 글로벌 리스크./WEF
각계 리더 1200명이 선정한 10대 장단기 주요 글로벌 리스크./WEF

2022년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요인이 장단기적으로 제일 높은 리스크로 꼽혔다. 하지만 각계 리더들은 단기적으로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인한 경제적 리스크가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기사: 글로벌 전문가 84%, 글로벌 전망에 “비관적”…WEF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지난 2년간의 각 소득계층의 소비품목 가격상승률. 저소득층 소비품목(우측 하단) 가격이 급등이 두드러진다./WEF
지난 2년간의 각 소득계층의 소비품목 가격상승률. 저소득층 소비품목(우측 하단) 가격이 급등이 두드러진다./WEF

특히, 인플레이션 압박을 필두로 한 경제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생계비용(Cost Living) 상승 문제가 가장 큰 리스크로 나타났다. 생계비용 상승 문제는 각종 통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199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2023년 에너지 평균가격은 기존 전망치보다 약 43%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문제가 되는 것은 취약계층의 붕괴다. 실제, 각 소득계층별 생계유지품목 중 저소득층의 필수품목에서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여기에 경제침체 우려로 인한 고용 위축이 더해지면서, 저소득층 국민들이 경제적 압박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에너지 및 식량 가격 폭등이 사회 불안으로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소말리아, 이집트, 가나 등의 국가에서는 무력 시위, 유혈 사태 등의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해결의 기미가 보였던 기아, 문맹 등의 문제도 경제적 이슈로 인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중이다.

 

단기적 사회∙경제 문제로 인해 기후변화 이슈 등한시되고 있어

각계 리더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변화와 환경파괴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라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계 파괴, 천연자원 부족 등의 환경적 요소는 상호연결성이 강해, 한 분야에서 대응이 잘못되면 ‘도미노 효과’로 자연환경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 리스크 대응에 실패할 경우 인류를 포함한 생물 전체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며, 천연자원 고갈 현상으로 세계 GDP의 50%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악재가 겹치면서 공공∙민간 부문의 자원과 정책이 단기적 이슈 해결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장기적 기후변화 대응이 희생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경제적 압박을 느끼는 국민들은 장기적인 기후변화 문제보다 단기적 에너지 난 해소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실제, 탄소중립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 모습을 보인 유럽연합(EU)에서 다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적인 측면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정책적으로 실제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가’ 사이에 큰 간격이 존재한다. WEF는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천연자원을 둘러싼 ‘다중위기’

천연자원 부족 문제의 상호작용 지도./WEF
천연자원 부족 문제의 상호작용 지도./WEF

WEF는 리스크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리스크가 겹쳐서 발생하면 다중위기(Polycrisis)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중위기에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으나, 2023 보고서에서는 ‘천연자원 쟁탈 경쟁’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 1년간 식량에서부터 에너지, 광물까지 전반적인 자원의 수요와 공급 간에 큰 격차가 발생했다.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지정학적 분쟁이 발생했고, 이는 국민의 생계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천연자원 문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글로벌 협력 수준에 따른 자원의 순환량이 있다. 기후변화는 천연자원의 사용 가능량을 변화시키며, 글로벌 협력은 자원 분배의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WEF는 이를 기반으로 천연자원 다중위기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글로벌협력 및 기후변화 대응수준에 따른 천연자원 위기 시나리오./WEF
글로벌협력 및 기후변화 대응수준에 따른 천연자원 위기 시나리오./WEF

이들은 조속한 기후변화 대응과 높은 수준의 글로벌 협력이 발생한다면 천연자원 부족 문제의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으나, 물과 광물 부족 현상은 해소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면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지고 글로벌 협력 또한 유지되지 못하면, 국가 간 자원 전쟁이 발생해 사회·경제적으로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에너지 분야의 천연자원 주요 보유/정제국. 자원전쟁이 발생할 경우, 이들의 자원 무기화가 예상된다./WEF
에너지 분야의 천연자원 주요 보유/정제국. 자원전쟁이 발생할 경우, 이들의 자원 무기화가 예상된다./WEF

이처럼 글로벌 리스크 요소의 상호작용이 지속된다면 인류의 존망에 영향을 끼치는 다중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WEF는 당장 눈에 띄는 지역적, 단기적 리스크 요소에 자원을 집중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시각을 토대로 글로벌 협력과 자원 배분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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