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지배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탄소중립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사가 상당한 규모로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해야 하는데,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지배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일 ‘탄소중립 현황과 금융의 역할 및 과제’ 보고서에서 “금융사들이 녹색자산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탄소중립이 의사결정 체계에 통합되도록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사들은 탄소경제 실현을 위해 지배구조를 별도로 두기보다 ESG 위원회 등의 명칭으로 포괄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탄소배출 업종 관련 자산을 줄이고 녹색자산 비중을 늘리기 위해선 이를 전담하는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직 국내 은행은 탄소집약적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광업 및 제조업 등 탄소집약 산업에 직접 투자하는 예금은행 대출 비중은 줄어들고 있으나, 부가가치에는 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집약적 산업이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출을 더 많이 받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선 충분한 금융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에 비해 생산 프로세스 변화나 저탄소 기술·업종전환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용도 상당하다. 만약 중소기업이 탄소중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특히 지방 은행의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정책금융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저탄소, 신산업 육성, 에너지 전환 등 관련 사업은 대부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에 맡겨두면 활성화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중복지원이나 지원의 공백 없이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 EIB)의 기후은행 전환, 영국 인프라은행(UK Infrastructure Bank, UKIB) 설립 등 해외 정책금융의 탄소중립 지원 노력을 사례로 제시했다. 

한편, 이 연구위원은 금융 당국의 규제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집약적 산업인 제조업 비중이 커 해외 등지에서 탄소규제가 가속화될 경우 다른 나라보다 취약하다. 탄소집약적 산업의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수익 감소가 나타나 자산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이행 리스크가 금융 부문에도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제조업에 대한 금융부문의 익스포저가 높기 때문에 신용 위험과 시장 위험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탄소집약적 산업 위주로 성장한 국가의 경우 산업구조 전환을 하지 못할 경우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며 “연착륙이 필요하되, 탄소중립 과정에 필요한 새로운 산업과 기술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제가 공존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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