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금융감독원(금감원)과 이화여자대학교는 국제 콘퍼런스를 공동 개최해 국내 금융권의 녹색금융 대응 사례를 살피고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ESG 금융 감독환경 및 향후 방향을, 이화여대는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 적용 시스템의 개발 경과를 발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를 넘어 ‘글로벌 보일링(Global Boiling)’이 시작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이 온실기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녹색금융은 기후 위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적재적소에 자금이 공급돼야 탄소배출 기술정비, 재생에너지 기술 등이 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은 “녹색금융 정책이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금융은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학계, 국회, 교육계에도 주요한 관심사다. 콘퍼런스를 통해 글로벌 금융사와 NGO, 금감원, 이화여대, KB금융그룹은 국내외 녹색금융 대응 사례를 공유했다.
녹색 택소노미 기반으로 공시 서둘러야…ESG 공시 로드맵 연말 발표
글로벌 기업들은 녹색금융 사례를 발표하며 분류체계 도입의 어려움과 타개 방법을 공유했다. ING은행 한국 대표 필립 반 후프(Phillip van Hoof)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한다면 지속 가능한 경영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해야 한다”고 말하며 “분류체계는 전략의 기초”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데이터 확보와 방법론도 분류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EU가 향후 전체 자산 중 녹색 자산의 비율을 계산해 공시하는 제도를 추진하는 등 지속 가능 경영은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라며 “공시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해 기업이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자연에의 영향을 고려할 수 있도록 정책대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경제 활동이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유럽 내의 기업 중 72%가 최소 1개 이상의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생태계 소실은 필연적으로 경제적 타격을 야기한다. 마우드 압델리(Maud Abdelli) 세계자연기금 책임은 “어떤 활동에 금융지원이 필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완벽한 틀은 없으며 기다리기만 하면 감당해야 할 대가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덴마크 수출투자펀드(이하, EIFO)는 녹색경영을 위해 위험자산에 자금을 조달하거나 투자한다. 특히 25년 전부터 육상 및 풍력 발전에 투자해 현재 190개소의 풍력발전소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덴마크뿐만 아니라 대만, 북해 등의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소 또한 지원했다. 대규모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EIFO는 신용을 철저히 평가한다. 베르너 그룹(Werner Grub) EIFO 대표는 “사업자와 개발사들에 대해서도 예산에 대한 안전성 심사를 수행한다”며 “이후 수입자의 신용도 보증해 수입자와 수출자 간의 합의가 용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녹색 성장에 관련한 표준분류체계를 만들며 ESG 관련 금융 상품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황재학 수석조사역은 “녹색금융을 감독함으로써 녹색금융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와 소비자를 모두 보호해 금융기관이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관리와 감독에 관한 표준 가이드라인 또한 필요하다. 금융기관들이 한국 분류체계를 이해하고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자, 금감원은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했다. 황재학 수석조사역은 “구체적 방향성을 담아 우리 자체의 ESG 공시 기준을 만들고자 한다”며 “올해 말 ESG 공시 로드맵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위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용 시스템, 개발 현황은?
이화여대 박상훈 교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적용한 시스템의 개발 경과를 발표했다.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그린워싱이 만연하지 않도록 녹색경제활동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개발됐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6대 환경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 ▲순환경제 ▲오염 ▲생물다양성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을 분류한다. 녹색경제활동은 환경목표에 기여하면서도 심각한 환경피해를 주지 않으며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갖춰야 한다. 이 분류체계는 74개의 녹색 경제활동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 경제활동에 활용되는 대부분의 기술을 다루고 있다.
현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해설서, 적합성 판단 참고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발간돼 기업이 분류체계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한 시스템 공동 개발이 이뤄졌다. 녹색경제활동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지만 금융기관이 다양한 기술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시스템은 전문 용어나 배경 설명을 제공해 기업이 편리하게 활용하도록 했다.
강연에서 박 교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용 시스템의 활용 방법을 선보였다. 박 교수는 “금융기관들이 분류체계를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체크리스트 제작에 참여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용 시스템은 버전 1까지 개발된 상태다. 박 교수는 “금융기관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공유한다면 통계적 분석을 통해 시스템을 더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및 작성: 정수정 Junior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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