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GESP(Global E-waste Statistics Partnership)의 ‘글로벌 전자폐기물 모니터 2020’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겨나는 전자폐기물은 5360미터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동안 21%가 증가한 수치로 2030년까지 7400만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발생한 전자폐기물 중 17.4%만이 수집 및 재활용되었다는 점이다. 철, 구리, 금 등 회수 가능한 재료가 버려지거나 소각되었다는 뜻으로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570억달러(약 75조원)에 달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후 물가가 오르고, 원자재가 부족해지면서 각국과 기업, 소비자들은 폐기물 속의 가치 있는 자재를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리퍼비시(Refurbish)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리퍼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높은 물가와 환경
중고 스마트폰이 일반적인 예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약 500억 달러(약65조 9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퍼 스마트폰은 전 세계적으로 2억5100만대 이상이 출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리퍼비시 기기 마켓 플레이스인 백마켓(Back Market)의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카밀 리차드(Camille Richard)는 현지 미디어 에디(Edie)를 통해 “지난해 3분기 동안 고객이 리퍼비시 제품을 선택한 주요 이유는 가격이었다. 생활비 위기가 판매 증가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유럽인의 93%가 생활비 위기를 가장 큰 관심사로 꼽은 바 있다.
이어 "소비자가 휴대폰, 태블릿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2020년 백마켓의 미국 고객 중 5%가 환경을 이유로 리퍼브 제품을 구매했지만, 2022년엔 비율이 20%를 넘어섰다"라고 전했다.
프랑스 에너지환경청(Ademe)은 지난 9월, ‘리퍼비시 제품의 환경 영향 평가’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새 스마트폰보다 리퍼비시 스마트폰을 선택하면 폐기물을 89% 줄일 수 있는 동시에 243kg 이상의 원료 채굴과 7만 7000리터의 물 사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사람이 103년 동안 마시기에 충분한 양이다.
각국 정부, 기업이 진행 중인 리퍼 프로젝트 현황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리퍼비시 관련 정책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전자폐기물을 배출하는 인도는 소비재 회사와 전자제품 제조업체에게 전자폐기물의 60%를 수거해 재활용하도록 하는 규칙 초안을 발표했다. 그밖에 제품 수명을 늘려서 더 오래 사용하는 비즈니스도 구축하고 있다.
영국 왕립 조폐국은 영국 주화 제조업체인 로열 민트(Royal Mint)와 함께 휴대폰과 노트북 등 전자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공장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연간 3750톤 이상의 회로 기판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토털 이미지 솔루션 기업 캐논은 중고부품을 사용해 만든 프린터를 선보였다. 이 프린터는 약 90%의 중고부품을 사용해 만들어졌으며 독일 기센(Giessen)에 있는 캐논 전용 공장에서 재제조 된다.
미국에서는 전자기기 재활용과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앱쿠도(Apkudo)’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은 중고 스마트폰을 재활용해서 재판매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애플, 삼성, LG, 아마존, 버라이즌, 페덱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도 제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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