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25일(현지시각) 습지 등 미국내 수질을 보호하기 위한 미 연방 정부의 권한을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CNBC, ESG투데이,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미국 대법원이 미 연방 정부의 환경보호 노력에 제동을 걸자 바이든 대통령은 즉시 성명서를 내고 비판했다.
전체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미 연방 대법원은 5대 4로 수질 정화법(Clean Water Act)에 따른 습지 개발 제한은 규제 수역과 표면적으로 연결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수질 정화법은 미국 물의 화학적, 물리적, 생물학적 무결성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미국 물의 오염을 예방, 감소 및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중 5명이 찬성, 하급심 판결 뒤집어
이번 판결은 6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 가운데 브랫 캐버노(Brett M. Kavanaugh) 대법관을 제외한 5명이 찬성해서 이루어졌다. 이로써 미 대법원이 수질 정화법의 규제 대상에 습지도 포함된다고 판결한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한편, 4명의 대법관은 미국의 수질과 홍수 통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이번 판결은 수질 오염과 싸우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사용된 법적 틀을 뒤집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법적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판결에 대해 "그것은 미국의 습지와 연결된 강, 개울, 호수, 연못을 오염과 파괴의 위험에 처하게 하고, 수백만 명의 미국 가족, 농부, 기업체가 의존하는 깨끗한 물의 원천을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했다.
호수 근처에 건축하려는 부부와 미 환경청의 다툼이 발단
이번 소송은 미 아이다호주에 사는 사켓츠(Sacketts) 부부가 미국 환경청(EPA)이 습지 보호를 이유로 호수 근처에 집을 짓는 것을 금지하자 소송을 제기해서 시작됐다. 사켓츠 부부는 수 년 간 습지에 집을 지으려고 미 환경청과 싸웠다.
사켓츠 부부는 2004년에 미국과 캐나다 국경 근처에 있는 아이다호에서 가장 큰 호수 중 하나인 프리스트 레이크(Priest Lake)로부터 약 771평(0.63에이커)의 개발되지 않은 땅을 구입했다. 2007년 부부는 그 위에 집을 지을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미 환경청(EPA)은 해당 부지에 수질 정화법에 의해 보호되는 습지가 포함되어 있어서, 건설 허가가 필요하다는 행정 준수 명령을 내렸다. 2007년부터 부부가 산 땅이 습지냐 아니냐를 두고 싸움이 이어졌으며, 미 환경청의 행정 준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켓츠 부부는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제9회 미국 순회 항소 법원이 2021년 8월 이 지역이 습지에 속한다는 결정으로 미 연방 정부의 손을 들어주자 미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수질 정화법의 규제 범위를 두고 법원과 규제 당국이 장기간 씨름
미국 수질 정화법에는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는 물질을 배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규제 당국은 수십 년 동안 이 법에 배가 항해 가능한 물뿐만 아니라 늪, 습지, 늪지대와 같은 인접한 습지도 포함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법원과 규제 당국은 개발 허가를 요구하기 위해 부동산이 수로와 얼마나 많은 연관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씨름해 왔다.
미 환경보호청의 마이클 리건(Michael Regan) 행정관은 이번 판결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깨끗한 물 보호를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반면, 사켓츠 부부를 대표하는 재산권 단체인 태평양 법률재단(Pacific Legal Foundation)은 이 결정을 환영했다.
한편, 이번 결정은 미 대법원이 환경보호청의 기후변화 대처 능력을 제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나온 것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7월에도 6대 3으로 미 환경청(EPA)이 대기오염방지법을 토대로 석탄 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방출을 광범위하게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로 환경청의 권한을 축소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