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3000만명. 올해 1월에 발표된 넷플릭스 전세계 가입자 수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2%에 해당한다. 또 다른 대형 OTT 회사인 디즈니플러스 가입자수도 1억3000만명으로 집계됐다. 향후 OTT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미디어 산업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며, 미디어 산업은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 스트리밍 플랫폼과 기기 운영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영화 한 편을 제작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평균적으로 2840톤에 달한다. 2020년 전 세계 평균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47톤인 것을 고려했을 때, 영화 및 시리즈 제작에 상당한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디어 산업은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 걸쳐있고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만큼 지속가능한 경영 방식을 도입하고 배출 감축을 가속화해야 할 것을 시사한다.
월트 디즈니, 친환경 방식으로 미디어 콘텐츠 제작
월트 디즈니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작된 미디어 콘텐츠에게 수여하는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환경 미디어 협회(Environmental Media Association, EMA)는 미디어와 환경을 접목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택할 것을 독려하는 미국 단체다. 2004년부터 매년 환경 미디어 어워즈를 열고, 카메라와 조명 등 전기효율이 높은 재생전력을 사용하거나 재활용한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등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에게 '이엠에이 그린 씰(EMA Green Seal)'을 발급해왔다.
지난 해에는 미디어 기업의 관심과 참여가 크게 늘어 총 300여개의 작품이 EMA 그린 씰을 발급받았다. 이 중 96개는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미디어 콘텐츠였으며 그 중 38개는 만점 200점 중 125점 이상을 받은 골드 씰(Gold Seal)이었다.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 지구(Disney plant possible)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의 위대함과 지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또한 자사가 보유한 수많은 IP를 이용해 월트 디즈니만이 할 수 있는 ESG 활동도 각광 받고 있다. 수많은 어린이 팬을 보유한 아바타, 블랙팬서, 앤트맨, 캡틴 마블 등 캐릭터 라이센스를 활용해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연을 공부하고 자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패키지를 만들었다.
넷플릭스,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지속가능성 콘텐츠 소비
글로벌 미디어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는 2019년부터 꾸준히 ESG 연간 리포트를 발간해왔다. 2022 ESG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배출의 59% 가량이 넷플릭스 브랜드의 영화 및 시리즈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넷플릭스는 제작 현장에 전기차 도입, 친환경 수소 발전 장치 사용, 현지 직원 고용으로 불필요한 교통 및 숙박 감소 등의 방법으로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이엠에이 그린 씰(EMA Green Seal)을 발급받은 작품은 단 1개에 불과해 앞으로 미디어 제작 현장에 지속가능한 방식을 도입해야 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나아가 ‘지속가능성 이야기(sustainability Stories)’라는 특별 컬렉션을 만들어 시청자들이 기후 문제를 잘 이해하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통계는 2022년 전 세계 1억 6500만 가구, 회원의 70% 이상이 지속가능성 이야기 컬렉션 작품을 최소 한 가지 이상 시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넷플릭스가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2억명 이상의 가입자 수와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라는 특성을 살려 지속가능성을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딤팩트(DIMPACT),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탄소배출량 계산하는 협력 이니셔티브
미디어 회사의 개별적인 노력을 넘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및 기술기업들이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협력해 미디어ㆍ기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연구한 사례도 있다. 는 영국 지속가능성 컨설팅 회사 칸스톤(Carnstone)을 주축으로 이니셔티브를 운영하고 있다. 칸스톤은 디지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제품 소비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계산할 수 있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딤팩트(DIMPACT)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디지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제품을 제공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 온라인 배너 광고, 디지털 출판, 오디오 스트리밍 및 비디오 회의에서 발생되는 배출량도 측정하고 있다.
넷플릭스, BBC, 월트디즈니, 스포티파이, 구글 등 20개 이상의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및 기술 기업들이 이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배출량을 줄이고 소비자, 비즈니스 및 지속 가능성 공동체에 투명성을 제공하고자 한다. 나아가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성 대표 사례를 개발해 더 많은 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넷플릭스는 2021년 딤팩트와의 협력 연구를 통해 실제 미디어 스트리밍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량이 기존에 여겨지던 것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럽에서 1시간 여 가량 스트리밍을 했을 때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은 한 언론이 3200그램로 밝혔지만, 딤팩트 연구에서는 55그램으로 나타나 탄소 발자국이 기존 대비 0.017% 정도에 그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 외에도 딤팩트는 사진 해상도에 따른 탄소 배출량 변화량 차이, 전자기기와 데이터 센터의 효율 증가로 인한 스트리밍 시 탄소 배출량 감축 가능성 등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미디어 플랫폼과 네트워크, 디바이스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 추정치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했다.
미디어 산업도 ESG 경영에 점점 뛰어들고 있으며, 미디어 콘텐츠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미디어는 전 세계 대중들의 삶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산업군에 비해 ESG나 지속가능성의 영향력이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
박서영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기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다수의 작은 실천이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사회 조성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미디어와 서비스를 통한 정보 전달과 해결 방안 탐색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