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총 20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ESG행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7월말 공시율 기준 지난해 55.5%(111개사)에서 올해 75.5%(151개사)로 무려 20%p 늘었다. 글로벌 ESG정보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자율공시 또한 확대되는 상황이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ESG 성과를 제시하지만, 자칫하면 이 과정에서 정보를 왜곡, 누락 혹은 과장해 자사의 성과를 부풀릴 위험도 있다. 특히 친환경 성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나 용수 사용량, 폐기물 감축비율 등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보니, 일부 과장된 환경성과가 표시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사실의 진위를 잘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정부기관과 NGO들의 그린워싱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있어, 기업들 또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그린워싱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이에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그린워싱 탐사대 2기’ 청년기자들과 함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을 통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환경성과를 들여다보고, 그린워싱 리스크가 있는 부분을 파악해보았다.
*그린워싱 분석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기반으로 수행
지난 2021년 3월, LNG전문업체 넥스트디케이드(NextDecade)는 탄소 포집, 저장 및 활용(CCUS) 기술을 활용해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100억달러(13조3000억원)규모의 리오 그란데 LNG터미널 운영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90%를 포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연간 500만 톤에 달하는 양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글로벌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Sierra Club)은 “리오 그란데 LNG터미널이 배출하는 탄소는 연간 1억6500만톤에 달하며, 이들이 주장하는 ‘90% 탄소포집’은 터미널 운영이 아닌 가스 냉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탄소배출에 국한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500만톤에 대한 탄소포집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기술적 문제들로 인해 글로벌 CCUS사업의 약 90%가 기존에 제시한 포집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넥스트 디케이드는 자사가 선언한 탄소포집 목표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과학적 근거, 정량적 지표, 혹은 기술적인 고려 없이 자사의 친환경 기술 및 효과를 홍보하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
제품 및 서비스의 친환경성 홍보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근거 제시하지 않아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의 친환경성을 홍보하려면,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건설회사 D사는 자사의 디지털 품질관리 서비스가 친환경적이라고 보고서에 기술했다. 이 서비스는 공사 현장에서 품질시험과 관련한 수많은 서류 작성, 결재, 등록 및 보관 업무를 디지털화해 자동관리하는 업무다. 이러한 토탈플랫폼 서비스를 '친환경적'이라고 기술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에 이를 입증하는 구체적 정보나 지표를 명시하지 않았다.
공정위의 환경관련 표시 심사지침의 ‘명확성’ 기준은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을 비교하는 표시·광고는 그 비교의 내용, 근거, 비교 시점 및 방법 등 필요한 사항을 사실에 입각하여 명확하게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친환경적이라는 속성을 표시하려면, 기존 공사현장의 서류작업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이 둘을 비교하여 구체적인 환경적 속성(예를 들면 종이 사용량, 잉크 사용량 감소로 인한 탄소배출량 감축)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량적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비자 혹은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는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얼마만큼의 환경효과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심사 지침의 명확성 기준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환경 효과에 대한 데이터 정확성 부족
물류업체 C사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자사의 업사이클링 유니폼 활용에 대한 환경효과를 나무의 연간 탄소흡수량과 비교해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명확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C사는 업사이클링 유니폼과 관련, 1벌당 500㎖의 폐폐트병 14개로 제작, 유니폼 2000벌에 활용된 폐플라스틱이 총 2만8000개로, 소나무 560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1680㎏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한다. 소나무 1그루당 3㎏으로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경우, 이러한 비교 대상인 산림의 탄소흡수량 계산법이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적용됐는지 그 출처와 근거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게 대부분이다. 나무 한 그루의 탄소 흡수량은 나무의 종류, 임령, 소재 지역에 따라 수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문서에 따르면, 소나무의 탄소 흡수량은 지역과 임령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중부지역 10년생 소나무의 탄소 흡수량은 그루당 1kg으로, C사가 제시한 소나무의 탄소감축 효과와 무려 3배의 차이가 난다.
공정위의 환경관련 표시 심사지침의 ‘실증성’ 기준은 “환경 관련 표시·광고는 정확하고 재현 가능한 최신의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바탕하여야 하고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친환경 활동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냈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와 근거를 가지고 이에 대해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친환경 활동 강조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불충분
자사의 친환경 효과를 강조하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사례도 있다.
IT업체 K사는 자사 데이터센터의 소화약제가 "현존하는 소화약제 중 가장 낮은 환경 파괴 지수를 보유했다"고 주장한다. '가장 낮은'이라는 표현은 맞는 걸까.
실제 해당 기업이 명시하는 Novec 소화약제는 오존층파괴지수(ODP) 0, 지구온난화지수(GWP) 1 미만으로 환경영향이 비교적 적은 것이 사실이다. (Novec-1230 기준) 하지만 친환경 소화약제에는 액화가스와 가압가스 상태의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압가스 상태의 소화약제 중 오존층파괴지수(ODP)와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둘 다 0인 제품이 존재한다.
공정위의 환경관련 표시 심사지침의 ‘실증성’ 기준은 “환경 관련 표시·광고는 정확하고 재현 가능한 최신의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바탕하여야 하고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K사가 사용한 소화약제의 환경영향이 낮은 것은 맞지만, ‘가장 낮은’이라는 최상급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검증이 더욱 면밀하게 이루어져야한다는 이야기다.
기사 작성= 송선우 Editor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분석= 그린워싱 탐사대 최지원, 강나윤, 이주연 청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