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펀드, 대형주 위주의 구성으로 일반 펀드와 큰 차이 없어
포트폴리오별 ESG 등급, 이슈 노출 등 방법론 고민해야
지난 몇달 간 국내 언론에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투자가 확대된다" "ESG 펀드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랐다. 아직 ESG펀드가 활성화될 만큼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국내에서, 과연 ESG 펀드는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ESG 요소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자본시장연구원' 박혜진 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국내 ESG펀드의 현황 및 특징 분석' 보고서는 이같은 현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임팩트온>은 보고서의 핵심내용을 표와 함께 정리해봤다.
국내 ESG펀드, 41개 4618억원
2007년 2조원 최고치 이후 감소하다 최근 상승 중
2019년말 기준 글로벌 ESG 펀드 규모는 9000억(1005조원)달러다. 2028년에는 2조달러(2234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중심단기금융펀드인 MMF 운용에도 ESG 요소를 통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20년 7월말 현재 국내 ESG 펀드는 총 41개로, 순자산 규모는 4618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투자 펀드(31개) 4038억원, 해외투자 펀드(9개) 550억원으로, 국내투자 비중이 87%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국내투자 펀드 가운데 채권형, 혼합형 공모펀드 등이 3.5%(142억원), 주식형 공모펀드는 96.5%(3895억원)로 국내펀드의 대부분이 주식에 투자된다.
이중 ETF(상장지수펀드) 7개(671억원)와 액티브펀드 19개(3224억원)가 운용 중이다. 이 중 16개가 2017년 7월 이후에 신규 설정된 것으로, 순자산규모도 약 270% 증가했다.
국내 주식형 ESG 공모펀드는 2005년까지 1개에 불과하였으나, 2007년 10월 순자산액이 역대 최고치인 2조970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해, 2017년 7월에는 역대 최저치인 1051억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2009~2012년 일시적으로 늘다, 최근 ESG 투자에 대한 관심 증가로 다시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마이다스, 삼성 등 상위 5개 비중 70% 수준
16개사 ESG 펀드를 개별적으로 보면, 마이다스, KB, 삼성, 미래에셋, 신한BNPP 등 상위 5개사의 비중이 약 70% 수준(순자산 기준)으로 시장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삼성, 미래에셋은 국내 ETF 시장의 63%(2020년 7월말 순자산 기준)를 점유하는 대형 운용사들로, 초기 ESG ET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SG ETF 대부분 대형주 위주로 구성
2019월 12월말 기준 ESG ETF들의 평균 설정액은 108억1000만원으로, 국내주식형 인덱스 펀드 평가설정액(1182억원)의 약 10%, KODEX200 설정액(2조4387억원)의 0.4%로 그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운용스타일을 보면, ARIRANG ESG 우수기업과 FOCUS ESG Leaders150을 제외한 모든 펀드가 대형주에 92%이상 투자하고 있다.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VIF(Value Inclusion Factor)가 이 두 ETF를 제외하고 0.4~0.5 수준으로, ESG ETF의 대부분이 대형ㆍ혼합주 또는 대형ㆍ가치주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ESG ETF와 KODEX200의 산업분포를 보면, 둘 다 IT 업종의 비중이 가장 높고 IT, 경기소비재, 금융업 비중이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KOSPI200 시가총액 상위 10대 종목과 ESG ETF간 투자 비중
코스피200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투자비중과 ESG ETF 종목간을 비교해보면, 하늘색의 경우 코덱스200 대비 투자비중이 높은 기업을 뜻하는데, SK하이닉스, 네이버, 신한지주, KB금융, LG화학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TF간 포트폴리오 ESG점수 큰 차이 없어
개별 펀드의 포트폴리오 ESG점수를 산출하는 모닝스타의 방법론을 참고, 국내 ESG ETF들의 포트폴리오 (통합) ESG점수와 개별 E, S, G 점수를 살펴보았다. ESG ETF들의 포트폴리오 ESG 점수는 KODEX200(59.7점)과 8.4~3점 내외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개별 E, S, G 점수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다만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ARIRANG ESG 우수기업, FOCUS ESG Leaders150, TIGER MSCI KOREA ESG 리더스 등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ESG점수 상위 종목을 선별)을 쓰는 ETF의 경우 KODEX200 대비 높은 포트폴리오 ESG 점수를 나타냈다. 반면, KODEX MSCI 유니버설, TIGER MSCI KOREA ESG 유니버설 등은 모두 KODEX200 대비 낮은 ESG 점수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ESG 통합(integration) 형태로 ESG 점수를 활용해 가중치를 조정하는 전략을 따른다.
개별 ETF 투자비중 분포, 삼성전자 투자 비중 높아
개별 ETF의 ESG 표준점수별 투자 비중을 나타낸 결과, <그림>에서처럼 KODEX200 대비 포트폴리오 ESG 점수가 높은 왼쪽의 4개 ESG ETF들을 보면, TIGER MSCI KOREA ESG 리더스를 제외하고 모두 ESG 점수가 50점 미만 종목들을 거의 포함하지 않고 있다.
반면, 오른쪽 3개 ESG ETF는 그 분포가 KODEX200과 유사할 뿐 아니라 ESG 점수가 40점 미만인 최하위 종목에도 펀드 자산의 상당 부분이 투자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들 모두 ESG 점수가 63점인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이 23~29%로 매우 높은데, 이들 대부분은 KODEX200과 같이 ‘삼성전자’(29%)에 투자되고 있다.
*참고로 ESG 표준점수가 68점 이상인 종목들로는 풀무원(71.4), KT&G(71.4), SK네트웍스(71.05), 한솔제지(70.8), 현대(70.8), POSCO(70.8), SK하이닉스(69.6), 삼성SDI(69.6), 삼성전기(69.6), 호텔신라(68.7), 신한지주(68.5), KB금융(68.5) 등이 있다.
ESG 펀드, 대형주에 편중
이번 보고서에는 ESG 펀드도 분석대상에 포함됐다. ESG 펀드 18개와 일반펀드 272개를 비교한 결과, ESG 펀드는 일반펀드와 마찬가지로 총자산의 60% 이상이 대형주에 편중되어 있었다.
ESG펀드, 시가총액 10위 종목 편입비중 일반펀드보다 4.2% 높아
시가총액 10위 종목의 편입 비중에서도 ESG펀드는 일반펀드보다 4.2%p 높으며 상대적으로 대형주에 더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결국 국내 ESG 펀드의 운용방식은 적은 수의 종목을 보유하면서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의 운용방식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SG 펀드가 일반펀드보다 ESG 우수하다", 명확치 않아
ESG펀드는 일반펀드보다 우수한 ESG 수준을 보인다고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펀드 구성종목의 ESG 등급 및 ESG 점수 분포 결과, 평가등급 B+ 이상 종목의 경우 ESG펀드가 일반펀드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A+ 종목 비중은 일반펀드가 오히려 ESG펀드보다 더 높았다. 평가등급 없음(Null) 종목은 의외로 ESG펀드가 일반펀드보다 더 높았다.
ESG와싱 막을 대안은?
이번 보고서에서 박혜진 연구위원은 "ESG 펀드의 신뢰성,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ESG 펀드 상당수가 운용 스타일이나 종목구성에서 다른 일반 주식형 펀드와 크게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SG펀드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과 프로세스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지, 편입 종목 ESG 성과가 어떤지, 편입 종목 중 ESG 관련 분쟁에 연루된 사례가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박혜진 연구위원은 "유럽 사회책임투자포럼(Eurosif)은 SRI 펀드에 투자설명서와 별개로 투자기업에 대한 ESG 평가 방식, 포트폴리오 구성에 ESG 평가 결과가 반영되는 방식, ESG 평가 빈도 및 주요 변경사항, 포트리오 사후관리와 통제 등을 추가로 공시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하고 있으며, 2018년 현재 유럽 내 전체 SRI 공모펀드 884개 중 800개가 이 코드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Credit Suisse Asset Management의 경우, 자사의 ESG 펀드 에 대해 매월 별도의 팩트 시트(fact sheet)에 보유 종목들의 ESG 등급, 포트폴리오의 ESG 스코어, ESG 논란에 대한 노출도 등의 정보를 담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ESG 와싱(Washing, ESG로 포장하는 것)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