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손 놓고 있을 경우 한국이 2100년까지 입을 피해는 3128조원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탄소중립 정책을 이행한다면 피해 규모는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예산안은 약 500조원을 웃돌았다.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을 경우 약 6년치 예산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온실가스 배출경로에 따른 기후변화 피해비용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며 “기후변화 피해비용과 대규모 피해 발생 확률을 고려할 때 선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에서 제시된 온실가스 감축 경로는 단기·중장기로 나눠 볼 수 있다. 단기 전략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다. 2015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마련한 2030년까지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기여 방안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줄이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장기 전략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에 담긴다. LEDS는 지구 온도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는 상위 목표 달성을 위한 감축 계획안이다. 올해 말까지 UN에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는 현재 5가지 안(2050년까지 최대 75% ~ 최소 40% 감축)을 두고 올해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넷제로’는 LEDS의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는 가장 상위의 목표다. 2050년까지 지구 온도상승 1.5도 이내가 목표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무대응(No Action)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2050년까지 75% 감축) ▲탄소중립(2050년 온실가스 0) 네 가지로 나눈 뒤 시나리오별 2020~2100년 누적 피해비용을 계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에너지 소비 경향과 규제 수준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기후변화 무대응 시 2020~2100년 누적 피해비용은 3128조원으로 추산됐다. 국내 GDP의 약 4.3%가 피해비용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반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경우 같은 기간 누적 피해비용은 1667조원, 국내 GDP의 1.3%에 해당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때와 비교해 피해액은 46% 감소하는 것이다.
NDC 시나리오와 LEDS 시나리오에서도 각각 피해 비용 차이가 났다. 상대적으로 감축치가 낮은 NDC 목표를 충족했을 때 기후변화 피해는 약 2866조원(GDP 대비 2.47%), 감축치가 높게 설정된 LEDS 목표를 충족했을 때 피해는 약 2008조원(GDP 대비 1.73%)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하지 않았을 때, 평균 피해비용이 증가될 뿐 만 아니라 4000조원 이상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무대응시 20%의 확률로 기후변화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LEDS 시나리오를 이행했을 경우 1.8%, 넷제로를 달성한 경우 0.0002%로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국내 온실가스 감축 단기 목표인 NDC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만 이행한다면 2100년 지구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2.7도 오른다고 내다봤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전과 비교해 2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기후변화협약을 웃도는 수준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또한 지난해 발간한 '배출량 갭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에서 각국이 제시한 NDC로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가면, 기후변화 피해비용은 급격히 상승해 2050년 이후엔 피해 규모는 훨씬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기후변화 대응을 하지 않았을 경우 전 세계 기후변화 피해비용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약 5조8500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직까지 합의된 건 없지만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탄소중립은 2070년이 돼야 달성된다"며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달성할 수 있도록 NDC 수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또한 “파리 협정 이행을 위해서 현재 제출된 NDC에 의거한 감축 외 추가적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