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 방치하면 자연재해 피해 13조…실물경제 피해 심각
- 기후 예산, 재생에너지·전기차는 줄이고 원전·산업계 지원
한국은행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률이 매년 0.3%포인트씩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4일 기후변화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기후대응 시나리오별 분석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는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김재윤 과장과 류기봉 조사역, 금융감독원 금융시장안정국 황재학 수석조사역과 김현진 선임조사역, 김한나 조사역, 기상청 기후과학국의 이한아 기상사무관과 심성보 기상사무관이 작성했다.
분석에 사용된 시나리오는 한국이 205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억제(1.5℃ 대응) ▲2.0℃ 이내로 억제(2.0℃ 대응) ▲2.0℃ 이내로 억제하지만 2030년부터 기후 대응 시작(지연대응) ▲관리하지 않는(무대응) 네 가지 시나리오로 기후변화 리스크가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기후변화 방치하면 자연재해 피해 13조…실물경제 피해 심각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의 수위를 낮출수록 GDP 감소율이 더 가팔라 질 것으로 예상된다.
1.5℃ 대응 시나리오에서는 국내 인구 성장 추세를 바탕으로 추정한 기준 시나리오 대비 GDP가 2050년까지 13.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00년엔 10.2% 줄었다. 2℃ 대응과 지연대응은 2050년까지 각각 6.3%와 17.3% 감소했다. 2100년에는 각각 15%와 19.3%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무대응 시나리오에서는 GDP가 2050년까지 1.8%로 감소폭이 완만하게 나타났지만 2100년에는 21%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별로 보면 기후변화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났다. 정유, 화학, 시멘트, 철강과 같은 탄소집약 산업은 2024년에서 2050년 사이에 탄소 가격이 올라 생산이 위축되고 부가가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 산업도 철강 사업의 피해가 전이되어 부가가치 감소가 이뤄날 것으로 예측됐다. 감소폭은 ▲정유 60.4% ▲화학 48.2% ▲시멘트 45.5% ▲철강 183.9% ▲자동차 45.1%로 추정됐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분석됐다. 태풍 피해가 1.5℃ 대응 시나리오는 2050년 7조4000억원에서 2100년 7조원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정도가 완화된다. 무대응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8조2000억원, 2100년에 9조7000억원이 발생했다. 이는 1.5℃ 대응 시나리오와 비교해서 각각 10%와 38%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홍수 피해액도 무대응 시 2100년에는 3조2000억원에 달하여, 1.5℃ 대응 시 피해액 2조1000억원과 1조원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기후 예산, 재생에너지·전기차는 줄이고 원전·산업계 지원
기후변화 대응이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의 행동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비영리단체 플랜1.5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이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안을 검토해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예산을 얼마나 할당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플랜1.5는 5일 발표한 2025년 기후예산 분석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와 취약계층 지원은 줄이고 원전과 산업계 지원만 늘린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증액이 필요한 14개 사업과 감액이 필요한 8개 사업을 제시했다. 증액 사업은 기후위기 대응에 꼭 필요한 사업이거나 전년도보다 감액된 사업이며,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이 없거나 화석연료 사용을 부추기는 사업을 감액사업으로 분류됐다.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기후대응기금은 전년 대비 10% 늘었지만 대부분이 산업계 지원에 쏠렸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과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 탄소중립도시숲 조성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된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 특히 저소득층에너지효율개선 사업은 취약계층 및 사회복지시설 대상 고효율 냉난방기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007년부터 예산이 계속 증액됐으나 25년 예산안에서 처음 삭감됐다.
기후대응기금에 포함된 여러 산업계 지원 사업들도 기금의 본래 목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거리가 멀다고 플랜1.5는 판단했다. 사업재편지원기반구축 사업은 2016년 시행 이후 484개 기업이 지원받았지만 '탄소중립' 관련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미래환경산업투자펀드'도 전체 투자액 중 에너지·탄소 분야는 4.6%에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재생에너지와 수요관리 예산은 각각 전년 보다 5%와 44% 줄어들었다. 반면 원전은 22% 늘어났다. 재생에너지와 수요관리를 희생시켜 원전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R&D 예산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도 재생에너지 R&D는 오히려 0.91% 감소했다.
특히 전력해외진출지원 사업은 예산의 63.5%(116억원)가 원전에 배정됐고, 재생에너지는 33.8%에 그쳤다. 신설된 무탄소에너지보증 사업도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무관한 원전과 SMR 지원이 포함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력산업홍보는 원전이 69%를 차지한 반면 신재생에너지 홍보는 계속 줄었다.
산업부와 국토부의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와 교육비특별회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부추기는 사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이를 감액 사업으로 분류했다고 플랜1.5는 전했다. 특히 산업부의 에너지자원사업특별회계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출연하는 국내외 유전개발 사업과 국내 기업의 해외 석유 및 가스전 투자를 지원하는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 사업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특히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은 497억원이 배정됐다.
환경부 예산은 수송 부문의 2030년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인 무공해차 보급 및 노후 경유차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보급 예산은 전년 대비 15% 삭감된 1조5000억원으로 편성됐으며,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를 보조하는 자동차배출가스관리 사업은 16.2%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보조금은 대당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축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이번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현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예산을 집중 편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원전과 산업계 지원이 아니라 취약계층 지원, 재생에너지, 수요관리 등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회 예산 심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