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P글로벌이 30일 영국 IHS마킷(IHS Markit)을 440억 달러 규모의 주식 교환으로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글로벌은 IHS마킷 지분 68%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로 월가 최대 데이터 제공 업체 두 곳이 합병하게 됐다고 WSJ가 전했다. 다만 합병으로 S&P가 ESG 데이터 시장을 과점한다는 우려도 있다.
두 회사는 2021년 후반 통합 완료를 목표로 한다. 통합이 완료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정보 서비스 회사가 탄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딜 로직(Dealogic)에 의하면 20년 M&A 안건으로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7월 중국 파이프차이나가 페트로차이나, 시노펙 등으로부터 가스 파이프라인, 저장시설 등 56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자산을 인수한 것 다음으로 크다.
S&P의 더글러스 피터슨 최고 경영자(CEO)가 IHS마킷의 랜스 아그라 CEO에 처음으로 매입 의사를 전달한 것은 20년 초가을이었다. S&P는 1년 전부터 매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P글로벌은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모회사로 S&P500지수를 비롯한 각종 지수 제공 사업을 하는 금융서비스 업체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IHS마킷은 2016년 IHS와 마킷이 합병한 업체다. IHS는 에너지·자동차·원자재 분야에 특화한 정보 제공 업체였다. 마킷은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경제지표를 주력으로 제공해왔다. IHS와 마킷 합병 당시 130억 달러였던 시가총액은 현재 3배 가까이 불어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반독점`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블룸버그의 모태인 블룸버그LP는 IHS마킷, S&P글로벌과 재무 분석 및 정보 제공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IHS마킷은 S&P글로벌의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S&P글로벌과 블룸버그LP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6월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이 런던증권거래소(LSE)의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 인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점을 언급하며 이번 인수도 "심각한 규제 조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금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M&A는 활발하다. 런던 증권 거래소 그룹은 데이터를 성장 분야로 보고 작년 8월 리피니티브을 27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당국이 인가하면 지수 사업을 포함한 거대 금융 인프라 회사가 탄생할 예정이다. 독일 거래소도 17일 미국 ISS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ISS는 의결권 행사 조언 서비스를 통해서 기업 정보를 모으고 있다.
ESG 투자 확산도 금융 데이터 회사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 방식과 공급망 정보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S&P와 IHS마킷은 ESG와 기후 변화 리스크 분석 등 새로운 데이터 사업 영역에서 연 10% 이상 성장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