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공시가 국내외로 주요한 의제로 부상하면서, 기업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BDO성현회계법인과 스위스의 기후 컨설팅 기업 사우스폴은 8일 개최한 ‘TCFD 기후리스크 공시 대응 전략 세미나’에도 40명이 넘는 기업 실무자들이 기후 공시 방법을 학습하기 위해 참석했다.
정종철 BDO성현회계법인 ESG센터장은 “ESG 공시기준이 빅3로 통합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업은 본격적으로 공시에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며 “빅3 공시 기준의 기반이 되는 TCFD(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는 기업이 정보 공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후 리스크와 기회를 포착하고 기후 시나리오를 분석하여 경영에 반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우스폴은 전 세계 42개 지역에서 기후 솔루션, 탄소 프로젝트, 기후 투자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으로 다양한 기업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세미나의 발제를 맡았다.
TCFD 공시 대응 어떻게 하나…4개 핵심요소 정리하는 법
TCFD는 4개 핵심 요소를 세우고 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핵심 요소는 ▲거버넌스 ▲전략 ▲위험 관리 ▲ 지표와 목표다.
사우스폴은 각 요소별로 공개해야 할 정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거버넌스는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어떤 기관 및 부서가 담당하고 있는 지를 설명하는 항목이다. ▲위험 관리 항목은 담당 조직이 어떤 이슈를 위험과 기회로 판단하고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다. ▲전략은 해당 위험과 기회에 대한 잠재적 영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단계다. ▲지표와 목표는 기후 시나리오 등의 방법론을 통해 기후 위험을 정량화하여 경영에 어떤 방식으로 통합하는 지를 나타내야 한다.
사우스폴은 정보 공개를 할 때는 명료하게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도표, 색상 등을 활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데, 사우스폴은 고객사 사례를 제시하여 이해를 도왔다.
고객사는 거버넌스는 기후 공시와 관련하여 역할 중심으로 기관과 부서의 관계와 위계, 책임을 조직도로 그렸다. ESG와 관련된 이사회, 지속가능성 위원회, CEO, CSO/CRO 등의 책임과 보고 체계를 그린다는 의미다. 부서별 역할이 명료하면 필요한 정보를 어떤 곳에 요청하면 되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지 등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이 고객사는 전략 부문에서 사업장별로 어떤 기후 위험에 얼만큼 노출되어 있는지를 정리했는데, 위험도에 따라 다른 색으로 구분했다. 이 고객사는 파란색은 중립, 초록색은 저위험, 주황색은 중위험, 빨간색은 고위험을 의미한다.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는 구분된 리스크를 공시할 때 어떤 부서가 담당하는지를 명확하게 나타내야 한다. 지표와 목표 부문은 3개년도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함께 공개하여 비교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게 관건이다.
3大 기관, 기후 시나리오 IPCC, IEA, NGFS…
목적에 따라 시나리오 선택해야
TCFD는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 지 공시 권장사항을 통해 상세히 제공하고 있으며, 여러 기업 사례들을 통해 방법론을 기업에 도입하기에는 용이하다. 관건은 내용이다.
환경컨설팅 기업 ERM 코리아의 신언빈 파트너가 지난 4월 작성한 ‘TCFD핵심, 기후 시나리오 분석 가이드’ 보고서에 따르면, TCFD는 창설 초창기부터 기후 시나리오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기후변화는 높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으로 사업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보고서는 기업은 미래 기후 전망을 예상하는 시나리오를 사업 전망 분석에 적용하면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이고 불확실성에 대한 통찰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시나리오 분석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국제에너지기구(IEA), 녹색금융협의체(NGFS) 세 기관의 시나리오가 주로 사용된다. 기업이 어떤 목적으로 시나리오 분석을 하는가에 따라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된다.
각 시나리오는 주목하는 변수에서 차이가 있다. IPCC는 물리적 위험, IEA는 전환 위험에 집중하고 NGFS는 두 가지 위험을 균형적으로 다루지만 금융 산업에 국한한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특징이 있다.
IPCC는 탄소저감 수준에 따라 4개의 경로를 제시했다. 지구 온도 상승이 ▲2℃ 이하로 억제되는 SSP1-2.6 ▲2℃를 초과한 SSP2-4.5 ▲3℃를 넘은 SSP3-7.0 ▲4℃를 넘은 SSP5-8.5로 구분된다.
이 시나리오는 세부적으로 보면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공통사회 경제경로)와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대표농도경로)로 구분된다. SSP 뒤에 바로 붙은 1,2,3,5는 SSP 시나리오이고 그 뒤에 붙은 2.6, 4.5,7.0, 8.0은 RCP 시나리오다. 본래 SSP1-RCP2.6으로 기재하는게 원칙이지만, RCP를 생략하고 주로 사용된다.
SSP는 사회경제의 발전 수준에 대비한 온실가스 감축 수준을 나타낸다. 사회가 발전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잘하면 SSP1, 못하면 5다. 사회 발전이 더디지만 온실가스 감축이 잘되면 4이고 못하면 3이다. SSP2는 중간 정도 발전과 감축을 이룬 시나리오다.
RCP는 온실가스 농도를 기준(CO2 농도)으로 ▲RCP2.6은 즉시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함(421ppm) ▲RCP4.5는 온실가스 저감정책 상당히 실현함(538ppm) ▲RCP6.0 온실가스 저감정책 어느 정도 실현함(670ppm) ▲RCP8.5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함(936ppm)을 의미한다.
IEA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의 변화를 주요 지표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IEA의 시나리오는▲현행 정책이 유지될 때의 시나리오인 STEPS ▲정부가 발표한 모든 에너지 목표가 계획 시점에 달성됨을 가정한 APS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는 시나리오인 NZE 세 가지다.
NGFS는 4개 유형의 7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유형은 기후 위험도에 따라 ▲질서있는 전환(Orderly transition) ▲무질서한 전환(Disorderly Transition) ▲온실세계(Hot house world) ▲전환 부족(Too little, too late)로 구분된다. 구분 기준은 지구온도상승 제한에 관한 정책 목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진전 속도, 기술 혁신의 속도, 탄소제거기술(CDR) 활용 수준, 지역별 기후대응 격차다.
NGFS는 최근 전환 부족 유형에 속하는 ‘파편화된 세계(Fragemented World)’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6개에서 7개의 시나리오를 제공하게 됐다. 시나리오별 비교는 NGFS는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정종철 BDO회계법인 ESG센터장은 “3개 기관의 시나리오 중 필요한 부분을 선별하여 시나리오 분석을 한다"며 "사우스폴은 시나리오 분석과 재무적 영향 측정부터 기후 복원력과 관련 계획 수립을 돕는 등 심층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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