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는 다가오는데, 기업은 아직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6일(현지시각) 개최한 로이터 임팩트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공시 현황의 축소판을 살펴볼 수 있었다.

행사에는 글로벌 기업들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와 EU규제당국 등 공시 기준 및 방법론을 제시하는 단체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일부 기업들은 새로운 기후정보 공개 규칙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기업이 지속가능성 정보를 유럽의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ISSB의 공시 기준에 모두 대응해야 하는 점도 쉽지 않고, 각 기준이 요구하는 사항에 부합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년 썼지만...CSRD 기준엔 못 미쳐

스포츠웨어 기업 푸마(Puma)의 지속가능성 책임인 스테판 자이델(Stefan Seidel)은 행사에서 공시 요구사항이 너무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푸마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20년 동안이나 발간했음에도 CSRD의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공시 기준의 요구사항이 약간 과하다고 생각된다”고 토로했다. 

자이델 책임은 “회사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사업을 두 배 확장했지만 탄소 배출량은 9% 줄였다”며 “1, 2차 공급업체로부터 배출량, 에너지, 물 소비량, 폐기물 발생 데이터를 비롯하여 직원 이직률, 임금과 같은 소셜 데이터도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마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공시 보고에 부담이 크다고 주장하자,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제시하는 단체 관계자들은 이제 도입되는 시점이므로 부담을 좀 내려놓아도 된다고 답했다.

리차드 바커(Richard Barker) ISSB위원은 행사에서 “어떤 회사도 지속가능성 공시를 완벽하게 하는 곳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공시란 현시점에서 회사가 어느 정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지와 해당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부터 적용되는 ISSB는 기업이 느끼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과 규정을 두고 있다. 

공시 기준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제시한 유럽의 ESRS와 ISSB에 둘 다 대응하기 부담스럽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상호운영성을 강조했다. 상호운영성은 공시 기준들 사이에 같은 항목의 정보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공개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바커 위원은 “ISSB는 기업들의 중복 공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ESRS와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ISSB는 여러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들의 공통언어가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의 고위 관료인 마르셀 하그(Marcel Haag)는 “기업들은 새로운 공시 규정을 통해 지속가능성 노력을 더 효율적으로 알리고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RI의 최고 경영자인 엘코 반 데르 엔덴은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성 보고를 미루는 이유로 삼고 있는 규정 준수 비용, 경쟁상 불이익, 비즈니스 기밀 등 국제 회계 기준 도입 시 들었던 반대 의견에 대해 과민 반응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GRI와 ESRS는 통합에 한 걸음...ISSB와의 상호운영성은?

주요 공시 기준인 ESRS와 ISSB 공시표준은 ‘공통 언어’로서 여러 지속가능성 공시기준들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5일(현지 시각) GRI와 상호운영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엘코 반 데르 엔덴(Eelco van der Enden) GRI 대표는 “GRI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현재 보고 방식을 활용하여 ESRS의 요구사항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며 “GRI는 기업의 공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EFRAG을 비롯한 기타 표준 제정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GRI와 EFRAG은 상호운영성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두 기준에서 동일하게 답변할 수 있는 항목들을 매핑하여 분류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기업은 공통 항목을 확인하여 중복 공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GRI는 지난 3월 ISSB와도 상호운영성을 제고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은 2024년부터 TCFD 모니터링 업무를 이관하여 통합을 완료했다. 미국의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의 산업별 표준도 통합한 바 있다. 

ESRS는 지난 7월 확정된 표준이 나왔는데, ISSB와 상당 수준의 부합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ESRS와 GRI는 이중 중요성을 공통으로 채택하여 디지털 플랫폼을 만드는 등 통합에 있어서 진전이 있었다. 다만, 두 기준과 달리 단일 중요성을 채택한 ISSB와 두 기준 사이의 통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확인된다. 

이중 중요성은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임팩트 중요성)과 환경과 사회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재무 중요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일 중요성은 재무 중요성만을 고려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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