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는 27일(현지 시각)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무결성 이행 지침 최종안’과 ‘스코프3 유연성 청구 지침’의 출시 소식을 전했다. 임팩트온은 한국 언론 단독으로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했다.
'무결성 이행 최종본'에는 지난 6월에 발표한 ‘무결성 이행지침(CoP·Claims Code of Practice)’에 담기지 않았던 MRV(모니터링, 보고, 검증) 방법론이 포함됐다.
VCMI가 함께 발표한 '스코프3 유연성 지침(Scope3 Flexibility claim)'은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VCMI는 기본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의 '무결성' 즉 탄소배출권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인데, '무결성(Integrity)'보다 덜 엄격한 기준인 '유연성(Flexibility)'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마크 켄버 VCMI 전무이사는 “기업이 스코프3에서 줄이기 어려운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부 배출권을 통해 줄이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VCMI는 스코프3 유연성 지침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VCMI 자발적 탄소시장의 그린워싱 방지
자발적 탄소시장은 현재도 배출권의 품질기준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에 그린워싱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VCMI가 출범한 이유도 탄소 배출권의 신뢰성을 제고하여 그린워싱 문제를 방지하는 데 있다.
VCMI는 신청연도의 기업 잔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기업들의 탄소크레딧 사용 상황에 따라 ▲플래티넘 ▲골드 ▲실버 순으로 등급을 나누고 있다. 플래티넘, 골드, 실버는 순서대로 해당 기업의 고품질 탄소배출권 사용 비중이 높음을 의미한다.
등급은 네 가지 절차를 거쳐야 받을 수 있다. 절차는 1. 기본 기준 준수 2. 청구(Claim) 등급 선택 3. 고품질 탄소 배출권 충족 4. 제3자 검증을 위한 정보 공시로 이뤄져있다.
기본 기준은 스코프 1과 2의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공개하고 매년 업데이트하며, SBTi(과학기반온실가스감축목표)를 활용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의 설정 등이 포함된다. 청구 등급은 앞서 언급한 플래티넘, 골드, 실버 등급을 의미하며 소각(폐기)한 탄소크레딧 중 고품질 탄소배출권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구분된다.
고품질 탄소배출권의 비중이 20% 이상이면 실버 등급, 60% 이상 골드 등급, 100% 이상을 충족하면 플래티넘 등급을 신청할 수 있다. 고품질의 탄소크레딧은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의 핵심탄소원칙(CCP)의 준수하는 배출권을 의미한다.
제3자 검증을 위한 정보 공시는 측정·보고·검증(MRA·Monitoring, Reporting & Assurance) 프레임워크에 따라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독립적인 제3자 검증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VCMI는 이번 발표에서 MRV 방법론을 추가로 포함했다.
유연성 지침은 무결성 지침처럼 이런 절차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 VCMI는 "등급과 관련해서도, 아직 등급 기준과 명칭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며, 현재는 베타 버전으로 법적 검토와 시험 기간을 거쳐 내년 3분기에 최종본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연성 청구 지침, 스코프3 배출권 거래 활성화로 배출량 감축에 기여
탄소시장의 무결성을 보장해야 할, VCMI가 유연성 지침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이니셔티브는 기업이 어려워하는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마크 켄버 VCMI 전무이사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기업들의 목표에 대한 설문조사와 성과 분석을 진행해 본 결과, 많은 기업들이 스코프3 배출량을 측정하고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코프3 배출감축 목표와 현재 배출량 사이의 간극은 14억 톤으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70억 톤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코프3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VCMI는 스코프3 영역에 '무결성'보다는 신뢰도가 낮은 '유연성'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기업이 탄소배출권의 품질을 인증 받으려면 앞서 언급한 절차들을 다 통과해야 한다. 이 절차를 간소화하여 기업이 시장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기업이 시장에 참여하여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면 기업은 새로운 감축 수단을 확보하게 되고 스코프3 배출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VCMI는 기업들이 스코프3 배출권 거래를 통해 배출량 감축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켄버 전무이사는 "스코프3의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유연성 기준을 허용하면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150억달러(약 19조원)의 투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2030년까지는 500억달러(약 65조원)의 탄소 금융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VCMI의 발표 후에, 그린피스 동아시아의 베이징 프로젝트 리더인 이가동(Li Jiatong)은 해외 미디어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VCMI가 도입한 유연성은 특히 배출량의 80~90%가 스코프3에서 발생하는 화석연료 기업에 위험하다”며 “이는 탄소상쇄라는 이름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이를 기후 행동으로 둔갑시키는 또 다른 면허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탄소 배출권의 신뢰성 기준을 낮춘 만큼 그린워싱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 VCMI는 "유연성 기준을 도입해서 스코프3 영역에서 배출권 거래를 시작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무결성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권이 해당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차츰 기준을 높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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