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은 규제시장과 자발적시장으로 구분된다. 각 시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가격을 잡아야 한다.
규제시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한선을 두는 총량제이고, 자발적 탄소시장은 시장의 원리에 의존하는 가격제이다. 일각에서는 가격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두 시장 간 연동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이 논의는 25일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과 전력포럼, 기후변화센터 정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29차 전력포럼’에서도 화두에 올랐다.
기조 발제자로 나선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규제시장과 자발적 시장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패널로 참석한 손승태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팀장은 연계는 아직 실행할 단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규제시장, NDC와의 일관성이 핵심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표적인 규제시장인 탄소배출권거래(ETS) 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ETS시장이 우리나라의 2030년 탄소감축목표인 NDC를 달성하는 중요한 기제”라고 강조했다.
송홍선 연구위원은 “NDC는 달성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잘 이뤄져야 한다”며 “ETS는 시장에 기반하므로 재정수입, EU의 탄소국경조정세 대응 능력 함양, 잉여 배출권 활용과 같은 점에서 기업에 유연한 옵션을 만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가격이 분명한 시장의 시그널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TS는 가격이 시장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예측이 돼야 한다. 송 연구위원은 “우리 시장은 배출권의 초과수요 상황이 계속돼 거래가 잘되지 않지만, 선물 시장이 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물은 현물과 달리 교환이 당장 이뤄지지 않으므로 거래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위원은 “ETS는 NDC와 일관성을 맞추는게 핵심이며, 일관성의 유무에 따라 시장의 형태와 NDC 달성 여부는 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규제시장에서 가격은 중요한 공공 시그널이며 민간에 자발적탄소시장이 만들어질 때도 규제시장의 배출권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될 수 있다”며 “ETS는 NDC를 기반으로 민간 시장과의 연결을 추구하는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대응, 자발적시장과 규제시장 연계해야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파리협약이 타결됐을 때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온실가스 감축 책임이 있으며, 비용 효율적인 개도국에서 더 많이 줄이도록 선진국이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6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았다”고 말했다.
김소희 총장은 “온실가스 1톤이 배출되는 곳이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같고 비용만 차이 난다는 의미”라며 “각국이 세운 NDC는 시장 매커니즘을 통해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협약에 포함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김 총장은 “현재 자발적 시장은 전체 배출권 시장에서 규제시장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더 많으며, 지구 어디에서든 감축사업이 발생하면 기후 대응에 도움이 되므로 전 세계적으로 자발적 시장이 발전해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라는 대주제 하에 결국 규제시장과 자발적 시장이 연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도 스타트업 그리너리가 만든 팝플이나 기후변화센터의 아우라 같은 자발적 탄소시장이 들어서고 있다. 김소희 총장은 “해외에서는 골드스탠다드나 베라와 같은 자발적탄소시장 플랫폼에서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국민연금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며 “크레딧의 신뢰성이 보장돼야 거래가 되는데, 신뢰성은 검⋅인증 서비스가 필요하므로 이를 정부가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시장의 연계는 시기상조…각 시장 발전이 먼저
손승태 한국거래소 팀장은 “자발적 시장은 분명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슈지만, 다만 언론에서 자발적 시장과 규제 시장을 혼재해서 다룬다는 점이 정리가 돼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승태 팀장은 “두 시장 간 연계는 장기 과제이고, 현재 각자의 수요처가 다르니 따로 발전하는게 좋겠다”며 “ESG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는 자발적시장은 회사채 시장일 수 있어서,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나 가격 평가 등 인프라가 ETS시장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손 팀장은 “두 시장은 각자의 방향으로 성숙하고 발전할 시간이 필요한데, 필요한 발전 단계를 건너뛰고 연계하는 것은 오히려 두 시장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시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지적됐다. 손 팀장은 “할당대상업체들도 일부 기업 외에는 일시 매매를 위해 시장에 들어오는데, 기업에는 이를 전담할 부서도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승태 팀장은 “유럽처럼 ETS시장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트렌드에 맞춰 제3자 참여를 준비 중에 있지만, 개인이 현물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하는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문제가 맞물려 있어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IFC, 블록체인 기반 탄소상쇄 플랫폼 공동출범
- 말레이시아도 자발적 탄소시장 도입… 배출권 시장 도입도 늘어
- 자발적 탄소시장, 핵심원칙 및 평가 프레임워크 발표
- 확 바뀐 호주...10년 만에 기후정책 뒤집고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한다
- 유럽의회, 부결된 탄소시장 개혁안 2주 만에 합의
- 온실가스 배출권 규제 강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한은 보고서 발간
- EU 건물 및 운송 부문 탄소시장, 출범 1년 미뤄지나
- 베트남도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Justice 40 시행, 미 지역사회 준비상황은?
- 탄소배출권 거래 걸림돌, 투명성 리스크 해결책은?
- EU 에너지 장관 회의 앞두고 각국 에너지 대책 발표
- 【10억 그루 탄소뱅크 ②】 탄소 흡수원, 왜 중요한가...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살펴보니
-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발행 예정인 아프리카 가봉의 전략
-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ETS, 재생에너지, 순환경제에서 정부가 할 일은?
- 세일즈포스, 탄소배출권 시장 진출 선언
- 국민연금의 ESG 정보 입수율 환경 43.1%에 불과해...투자 판단 왜곡 가능성 높아
- 런던증권거래소,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규칙 제정
- 개발도상국 기후 피해 지원, 탄소배출권으로 한다
- 한국도 자발적 탄소시장 출범…대한상의, 한국판 베라(Verra)될까
- 기후변화센터ㆍ대한상의, “한국 정부 자발적 탄소시장 세계 흐름에 대응해야”
- 美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발적탄소시장 지침 제시…감독기관 자리싸움 시작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