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에 기후 변화를 추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고 지속가능성 미디어 그린비즈(GreenBiz),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 등이 보도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이 연구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더 강력하고 빈번한 폭염 및 기타 요인이 전 세계적으로 식품 및 기타 상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후 변화는 특정 상품의 가용성이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연구진은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121개 국가의 월별 가격 지수 관측치 2만7000개와 고해상도 기상 관측치를 통합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식품 인플레이션이 향후 10년 동안 연간 3% 포인트씩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후 요인으로 인해 전체 인플레이션이 연간 0.3% 포인트에서 약 1.2% 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지난 1월, 2024년 기후 전망을 내놓으며 허리케인이 올해 가장 활발할 수 있고,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식량 시스템에 더 많은 기후 자금이 지원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나 기온 상승, 기상 이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힌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기후 변화와 인플레이션 사이의 관계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어떻게 진행될 수 있는지 수치화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주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했다.
저위도 국가일수록 기후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
전반적으로 가장 큰 인플레이션 증가는 따뜻한 지역, 저위도에 위치한 국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는 밝혔다.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 멕시코ㆍ코스타리카ㆍ파나마, 유럽에서는 포르투갈ㆍ스페인ㆍ아시아권의 경우 UAEㆍ바레인ㆍ태국ㆍ말레이시아ㆍ베트남ㆍ대만ㆍ싱가포르 등이 저위도 국가에 속한다.
특히 여름철, 미국 및 유럽과 같은 온대 지역은 극심한 더위로 인한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 증가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적으로 더웠던 2022년 여름 동안 유럽에서 라인강 폐쇄 위기로 수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에너지 공급에 이상이 생기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추세는 2035년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와 유럽중앙은행의 연구진은 말했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의 기후 과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막시밀리안 코츠(Maximilian Kotz)는 이메일을 통해 "저위도 국가는 이미 더 덥다. 온도가 작물 및 노동 생산성에 해를 끼치기 시작하는 임곗값에 더 가깝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지역들은 기온이 상승하면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라고 말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콜롬비아 경영 대학(Columbia Business School)의 기후 경제학자 게르노 바그너(Gernot Wagner)는 악시오스에 “연구진이 말하는 기후 인플레이션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그 수치는 놀랍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체 인플레이션이 1%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연구의 핵심은 기후 인플레이션이 식품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이 핵심 인플레이션 수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특히 바그너는 인플레이션을 2%로 안정시키겠다는 연준의 목표를 가리키며 "그 1%, 혹은 연구의 하한선인 0.3%만으로도 엄청난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에서 기후 변화의 역할이 10년 후 연준의 고려 사항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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