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직원 복리후생에 '친환경 혜택(green perks)' 개념이 추가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각) CNBC는 글로벌 기업들이 복지 제도에 전기자전거 충전소, 사내 샤워시설, 전기차 구입 혜택, 주택 리모델링 지원, 기후재난에 따른 심리상담 또는 유급휴가 등 기후변화 복지 혜택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변화 보호 혜택... 직원복지의 새로운 트렌드로 대두
최근 서구 기업들을 중심으로 일반 직원들에게도 ‘기후변화에 따른 복지 혜택’이 추가되고 있다. 기업들이 임원 보상체계에 ESG 요소를 통합한 것에 이어 평사원들의 복리후생에도 친환경 특전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 이동수단 장려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이자 최대 고용기업 월마트는 출퇴근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 통근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아칸소주에 위치한 본사 사옥 설계 시 자전거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전기 자전거와 전기 스쿠터를 위한 충전기, 자전거 거치대, 자전거 통근자를 위한 샤워시설 등이 있다. 대신 일반 자동차 주차를 위한 공간은 줄였다. 월마트는 사옥 건설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원을 전체 직원의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대형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2022년 금융센터에 전기차 충전소를 두 배 이상 확충하겠다는 목표를 수립, 조건을 갖춘 직원이 적격의 전기차 또는 전기트럭을 구입할 경우, 최대 4000달러(약 553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 손해보험사 CCA 클럽그룹(CAA Club Group)은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캐나다 서부 지역 직원들을 위해 가정용 공기 필터 구입, 산불 발생 시 이사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23년 5월부터 8월까지 캐나다 서부에는 국토의 14만㎢를 태운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바 있다. 이는 남한(10만㎢)보다 넓은 면적이다.
캐나다의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Ontario)와 서스캐처원 대학교(University of Saskatchewan)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주택 리모델링, 주택 냉난방 시스템 개선, 대중교통 이용권, 친환경 가전제품 구입 등을 복지 예산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기후 관련 복지에는 정신건강 관리도 포함되고 있다. 호주 모나쉬 대학교(Monash University)와 에든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 연구진이 202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산불과 분노 조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과음, 심각한 심리적 고통 등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 에이온(Aon)의 의료보험 중개 책임자 조이 라헵(Joey Raheb) 또한 “산불이 발생하면 정신건강 관련 지출과 산불 피해로 인한 결근이 증가한다”며 “최근 고용주들은 기후변화가 미치는 임직원의 건강 문제를 긴급한 사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재난, 인력관리에도 영향...
인재 유치 위해 '기후 보호 혜택' 홍보하게 될 것
기후 관련 복지가 인사 관리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컨설팅기업 가트너(Gartner)의 HR 부문 선임이사 에밀리 로즈 멕레(Emily Rose McRae)는 지난 3월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기후재난이 심각해지면서 기업의 인력관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 관리를 위해서는 복리후생에 기후변화로부터의 보호 혜택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트너가 2023년 6월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용주 37%가 환경 또는 기후 관련 리스크 발생시 퇴사율과 생산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또한 지난 1월 보고서에서 2024년 경영 트렌드 중 하나로 기후 복지를 꼽았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기후변화 보호 혜택을 차별화된 복지 혜택으로 홍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직에서 제공할 수 있는 기후 복지로는 기후재난 대피소로 기업 소유 부동산 제공, 재해 휴가 부여, 단기 주거 장소 또는 이사 비용 지원 등의 물리적 보상과 기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상담치료 등 정신적 지원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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