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석유 및 가스생산업체 우드사이드(Woodside)가 주주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우드사이드 주주총회에서 과반 이상의 투자자들이 우드사이드의 기후 전략이 부실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주주 60%, 우드사이드 기후 전략 ‘불충분’하다
4월 24일(현지시각) 호주 퍼스에서 열린 주총에서 58.4%의 주주들은 우드사이드의 탈탄소화 계획에 반대표를 던졌다. 구체적이지 않고 기후 위기 대응에 충분하지도 않다는 이유다. 해당 계획은 2022년 51%의 근소한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 바 있다.
FT는 이번 투표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거의 60%의 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경영진이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우드사이드 회장 리처드 고이더(Richard Goyder)은 83.4%의 지지를 받아 회장직 재임에 성공했다.
고이더(Richard Goyder) 회장은 기후 전략에 대한 투표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참여해준 주주들에게 감사한다며 “이사회는 이번 결과를 면밀히 감토하고 계획 추진 시 지속적으로 주주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드사이드는 2016~2021년 연평균 대비 스코프 1, 2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15% 감축, 2030년까지 3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2050년 또는 그 이전에 탄소중립 달성하고, 이를 위해 연평균 스코프 3 배출량 500만톤 감축 프로젝트의 투자 여부를 2030년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고이더 회장은 지난 2023년부터 기후 문제 해결을 주제로 83건의 회의를 개최해 투자자들의 의견을 들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와 같은 우드사이드의 기후 전략이 너무 느리고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우드사이드가 올해 초 발표한 기후 행동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우드사이드의 배출량은 시작 기준인 2016~2021년 연평균보다 12.5% 줄었으나 지난해보다는 1.5% 증가했다.
특히 기후 운동가들은 우드사이드가 120억달러(약 16조4100억원)를 투자해 호주 서부 해안 지역에서 대규모 LNG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드사이드의 기후 행동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드사이드는 해당 프로젝트가 호주 서부지역에서 32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국가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재무적 성과를 중요시하는 투자자들까지도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교사 퇴직 연금 제도(California State Teachers’ Retirement System)와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연기금 어웨이 슈퍼(Aware Super)는 우드사이드의 기후 목표에 반대표를 던졌을 뿐 아니라 고이어 회장의 재임명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호주 최대 연기금이자 우드사이드의 지분 3%를 보유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안슈퍼(AustralianSuper) 또한 6일(현지시각)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우드사이드의 계획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기후 전략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회사 측과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반면 우드사이드는 천연가스 개발은 수익 창출 관점에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드사이드는 아시아 지역 소비 증가에 힘입어 향후 10년간 가스 수요가 50%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우드사이드는 아시아 최대 LNG 생산 및 수출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호주의 주요 LNG 생산업체인 산토스(Santos)의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투자자들의 반대로 실패한 바 있다.
"스코프 3 목표 재설정하라”… 셸도 주주들 반발 직면
한편 글로벌 석유메이저 셸 또한 이달 23일(현지시각)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후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연합 팔로우디스(Follow This)가 2일(현지시각) 이번 주총에서 셸 측에 스코프 3 감축 목표를 재설정하고 기후 목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팔로우디스를 지지하는 27명의 주주들은 셸 전체 지분의 약 5%를 보유하고 있다.
셸은 최근 천연가스 수요 증대와 에너지 전환 과정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30년 스코프 3 저감 목표를 이전의 20%에서 15~20%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의결권 자문기업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가 주주들이 이와 같은 기후 결의안에 반대해야 한다며 “현재로서 해당 제안의 채택이 회사나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셸의 이사회 또한 투자자들에게 해당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는 지난해 이와 비슷한 기후 결의안이 19.5%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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