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공장은 문 닫을 수 있다는 판례가 유럽에서 나왔다. ESG 리스크가 기업에 재무적 영향을 준 사례다.  

EU사법재판소(CJEU, 이하 재판소)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유럽 최대의 제철단지인 이탈리아 남부 지역인 타란토의 한 공장이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경우 폐쇄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이 제철소는 이탈리아 철강사 아키아에리에디탈리아(ADI)의 소유로 한 때 유럽에서 가장 많은 철강이 생산됐으며, 해당 제철단지는 남부 지역에서 1만 2000명 정도의 고용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제철소는 유독성 오염물질을 배출하여 지역민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2012년부터 법정 공방을 이어왔다.

사진=EU사법재판소/CJEU
사진=EU사법재판소/CJEU

 

ADI, 제철소 폐쇄 명령 받았으나…이탈리아 정부 지원으로 계속 운영

ADI는 이탈리아 최대 철강기업이었던 일바(ILVA)에서 사명을 바꾼 회사로 긴 법정 공방을 이어오며 점차 부채를 늘려왔다. 올해는 파산의 위기까지 겪게 됐다. 

최대의 철강회사가 파산까지 내몰린 이유는 2012년 타란토 법원이 일바의 창업자인 에밀리오 리바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회사 측에 용광로 폐쇄 명령을 내린 데서 시작한다. 타란토 검찰은 일바 제철소가 위치한 지역에서 유독성 오염물질이 배출되어 2004년부터 매년 91명이 사망했다는 학계 연구를 바탕으로 수사하여 법원으로 끌고 들어가 승소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ADI의 제철소가 심각한 환경과 건강문제를 일으켰음에도 지역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폐쇄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해외 미디어 유랙티브에 따르면, 이탈리아 철강 산업은 독일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2023년 철강 총생산량은 2110만 톤이며, 총 7만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이탈리아 경제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산업 중 하나다.

ADI는 재정 문제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2025년부터 타란토 공장의 공정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현대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ADI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고용을 유지하도록 돕기 위해 1억5000만 유로(약 2228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자금이 아쉬운 상황이라 유럽연합(EU)에도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인수 대상을 찾고 있다. 인도 철강 기업 스틸몬트(Steel Mont)와 오만의 불칸 그린스틸(VGS)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ADI 인수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사법재판소, 환경과 인간 건강에 심각한 영향으로 가동 중단 판결

EU사법재판소의 판결은 이탈리아 밀라노 지방법원이 타란토 제철소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적용한 이탈리아의 법률과 특별 규정이 산업 배출에 관한 EU의 규정에 위배되는지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데서 시작됐다.

재판소는 예측 가능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근거로 타란토 제철소의 가동을 반복적으로 연장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재판소는 실제 배출량이 허용 한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입증되면 시설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결정권은 판결을 요청한 밀라노 지방법원에 있다고 명시했다.

재판소는 "일바와 이탈리아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운영에 대한 허가 재검토 절차는 예측 가능한 오염 물질의 제한값을 설정하는 것으로 제한될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과 인간 건강이 고용과 경제성보다 우선된다는 판결이라고 해석된다.

밀라노 법원에서 제철소에 대한 법적 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타란토 학부모 협회는 해당 판결이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단체의 변호사인 마우리치오 리조 스트리아노는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에서 "잘된 것이 아니라 잘된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희귀 유전병을 앓고 있던 11세 어린이의 부모가 속한 타란토 학부모 협회는 2022년 9월 밀라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DI는 성명을 통해 "환경 개선에 대한 막대한 투자 덕분에 지금은 이전에 있었던 환경 문제 대부분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ADI는 제철소의 새로운 관리 목표는 환경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며, 국가 당국에 최근 제출한 건강 위험 평가에는 ‘안심 요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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