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기업 셸(Shell)이 매년 플라스틱 폐기물 100만톤을 석유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에는 플라스틱을 합성 연료나 새로운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는 작은 분자로 분해하는 열분해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셀은 2019년부터 열분해에 투자해왔으며 이를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으로 홍보했다. 2019년 셸은 처음으로 루이지애나 화학 공장 중 한 곳에서 열분해로 오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셸은 "우리 목표는 2025년까지 글로벌 화학 공장에서 연간 1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셸, 적합한 원료 부족, 기술 부족,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약속 철회
그러나, 지난 3월 셸은 2023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연간 1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열분해 오일로 전환하려는 목표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 미디어 가디언에 의하면, 연구원들과 환경 옹호자들은 오랫동안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우려해왔으며, 이는 순수 플라스틱 생산보다 훨씬 더 독성이 있고 오염을 야기할 수 있으며 전통적인 플라스틱 재활용보다 훨씬 더 에너지 집약적이라며 경고했다.
셸이 플라스틱 재활용 약속을 슬그머니 철회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즉, ▲사용 가능한 공급원료 부족 ▲느린 기술 개발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세계적으로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낮았기 때문이라고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밝혔다.
매년 수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는 상황에서는 공급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가 의외일 수 있다. 그러나, 식품 포장이나 빈 비누병과 같은 품목은 열분해를 통해 쉽게 재활용할 수 없다고 한다. 열분해는 깨끗하고 균일한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가장 잘 작동하지만 플라스틱을 분류하고 청소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업계에서는 열분해가 수년 동안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획기적인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은 열분해가 효과가 없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비욘드 플라스틱스(Beyond Plastics)의 회장이자 전 EPA 지역 행정관인 주디스 엔크(Judith Enck)가 말했다. 미국의 11개 첨단 재활용 시설 중 다수는 부분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으며, 2개 시설은 완전히 폐쇄됐다.
셸이 약속을 철회하는 세 번째 이유인 규제 불확실성은 아마도 빠르게 변화하는 고급 재활용 정책 환경을 의미한다. 최근 많은 미국의 주의회에서 미국화학협회(American Chemistry Council)라는 강력한 산업 단체의 로비 활동으로 재활용을 옹호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엔크가 말했다.
그러나 일부 규제 당국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열분해에 대한 일부 규제를 완화하려는 계획을 철회했으며, 뉴저지 주는 최근 화학적으로 재활용된 재료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한편, 셸은 플라스틱 재활용 약속을 번복했지만 플라스틱 생산은 확대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피츠버그 인근에 축구장 300개 규모의 화학단지를 개장해 연간 160만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또한, 셸은 미국화학협회(American Chemistry Council)와 그 하위 그룹인 미국플라스틱제조사협회(America's Plastic Makers)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디스 엔크는 셸의 이번 철회는 해당 기술의 오랜 문제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크는 “셸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화학물질 재활용은 오염을 일으키고 늘어나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신뢰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