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펀드의 '기후 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호주 대형 연금펀드들이 자연재해 재보험 상품 및 재난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연금펀드는 매주 20억호주달러(약 1조7840억원)의 자금이 신규 유입되는 거대 투자자다.

 

호주 자산운용업계, 자연재해 재보험 투자 전략 강화 

이번에 기후 관련 투자를 늘린 연금펀드는 800억호주달러(약 71조3736억원)를 운용하는 레스트슈퍼(Rest Super)와 1200억호주달러(약 107조604억원)를 운용하는 호스트플러스(Hostplus)다.

두 개 펀드는 최근 자연재해 재보험(Natural Catastrophe Reinsurance) 투자 전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는 호주 주요 자산운용사 콜로니얼 퍼스트 스테이트(Colonial First State)와 호주 최대 금융기업 인시그니아 파이낸셜(Insignia Financial)의 투자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한다.

자연재해 재보험이란 1차 보험사가 재난 발생 시 지급해야 하는 막대한 보험금을 혼자 해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들어두거나 채권을 발행하여 금융시장에 위험을 분산시켜두는 것을 말한다.

이중 대표적인 상품으로 재난채권이 있다. 재난채권을 구매한 투자자는 재해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의 손실을 보전해야 하므로 손실을 입지만,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현재 재난채권은 투자자들에게 두 자릿수의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연금펀드들의 기후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 픽사베이
연금펀드들의 기후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 픽사베이

 

1차 보험사, 엄격한 지급 기준으로 손실 보전 제대로 못 받아...

재보험사 자본 구조는 '튼튼' 

현재 재난채권 시장의 이슈는 ‘지급 기준(Attachment Point)’이다. 지급 기준이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채권이 발동되어 손실을 보상해야 하는 기준을 말한다. 즉,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채권 발행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자금 지급은 미리 설정된 손실 규모 이상일 때만 이루어진다.

문제는 최근 재난채권에 대한 지급 기준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차 보험사들의 재정적 어려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몇 년 전만해도 보험사들은 지급 기준이 낮은 재난채권을 쉽게 발행,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지급 기준이 높은 채권 상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재난이 발생해도 손실 규모가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보상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재난으로 인한 주요 손실을 1차 보험사가 감당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재보험에 투자하고 있는 연금펀드들이 1차 보험사의 재정 상태를 면밀히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S&P글로벌 또한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 손실액이 증가하면서 재보험사들은 지급 기준을 강화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1차 보험사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S&P글로벌은 자연재해 리스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보험업계의 숙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와 수익성을 어떻게 조정해 나가느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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