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금 고갈 가능성, 보험사의 위험 지역 철수 우려 등 제기돼
- 이탈리아, 기후재난 보장격차 80%
- 유럽, 2009년부터 매년 기후 재난 손실 평균 2.9% 증가

이미지=언스플래쉬

이탈리아가 2025년 1월 1일부터 모든 기업에 홍수, 산사태 등 자연재해로부터 자산을 보호할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새 법안은 모든 기업에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보험사가 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계획은 국가가 관리하는 금융기관이 마련한 50억유로(약 7조4000억원) 규모의 재보험 기금으로 뒷받침된다.

 

기금 고갈 가능성, 보험사의 위험 지역 철수 우려 등 제기돼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위험은 홍수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2024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홍수 피해를 입은 기업은 파산 가능성이 7% 더 높아지며, 살아남더라도 3년 내 매출이 평균 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탈리아 기업, 특히 중소기업은 이러한 위험에 대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새로운 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새로 조성된 기금이 고갈될 가능성과 보험사가 위험 지역에서 철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유럽보험연금청(EIOPA)의 페트라 힐케마(Petra Hielkema) 의장은 “법에 따라 이탈리아 보험사들이 모든 고객을 수용해야 하지만, 이는 곧 손실 노출에 상한이 없음을 의미한다”며 “보험사들은 이를 어떻게 가격에 반영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기후재난 보장격차 80%

유럽 전역에서 기후재난 보장격차는 약 75%에 달한다. 보장격차란 보험으로 보장되지 않은 기후 관련 손실의 비율을 의미하며,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이 비율이 80%에 이른다고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연구는 지적했다.

기후 변화가 지속된다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며, 이는 보험 가입 여력을 감소시켜 보장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EIOPA는 “보장격차 확대는 금융 안정성 위험을 높이고 신용 공급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ECB와 EIOPA는 보험사에 '임팩트 인수(impact underwriting)'와 같은 프로그램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이는 홍수 방지 시설 설치나 실시간 기상 경고 시스템 등 위험을 줄이는 조치를 취한 개인이나 기업에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을 뜻한다.

또한 두 기관은 재해 위험을 헤지펀드와 같은 민간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재난 채권(Catastrophe Bond)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유럽의 재난 채권 시장은 높은 거래 비용으로 인해 미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유럽, 2009년부터 매년 기후 재난 손실 평균 2.9% 증가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으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기후 재난으로 인한 손실이 평균 2.9% 증가했다고 유럽환경청(EEA)이 발표했다. 이번 이탈리아의 기후 리스크 보험 의무화는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각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난 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스페인은 국영기업이 재난 보험사 역할을 하며, 프랑스 또한 국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저렴한 보험을 제공한다. 영국은 민간 보험사와 협력하여 홍수 보험을 제공하며, 스위스는 대부분의 건물이 의무보험으로 보호받고 있다.

반면, 독일은 국가 지원이 없다. 2021년 홍수로 약 110억유로(약 16조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독일에서는 국가 지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는 지적했다. 이는 독일 보험사들이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EIOPA의 힐케마 의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유럽의 연간 기후 손실이 500억유로(약 74조3000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손실 160억유로(약 23조7000억원)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EEA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 속도는 여전히 더디며, 2030년까지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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