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X(트위터)
이미지=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X(트위터)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노동 시장 개혁이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24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2명의 후보가 노동 시장 개혁을 통해 기업이 노동자를 쉽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일본의 엄격한 해고 규정을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

 

고이즈미,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으로 노동력 이동시키는 시스템 만들 것"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13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후보 9명의 당 본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해고 규제에 대해서는 완화 검토를 주장하는 의견과 신중한 입장으로 나뉘었다고 전했다.

종신 고용 모델에 기반한 엄격한 해고 규정은 일본의 ‘샐러리맨’으로 표현되는 기업문화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직된 노동 규정이 스타트업 등 노동력이 필요한 성장 부문으로의 노동 이동을 막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이즈미 후보는 리스킬링(재교육)과 재취업 지원을 조건으로 대기업의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주장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노동 시장 개혁은 해고 규정 개정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궁극적인 성장 전략은 성장 부문인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으로의 노동 전환을 촉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며 선거 승리 시 노동 개혁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약했다. 고노 후보는 분쟁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해고 노동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 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고이즈미 후보와 함께 3파전에 돌입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시바 후보는 논의의 전제를 문제 삼으며 논의되는 해고가 “통상해고인지 정리해고인지" 지적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는 “정리해고는 판례로 요건이 확립되어 있어 단기간의 논의로 입법화해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고에 관한 일본의 법률은 모호하지만, 사법 판례는 4가지 기준을 설정하여 해고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고용주는 ▲인력을 감축해야 할 경제적 필요성을 입증 ▲초과 근무 시간 단축, 자발적 퇴직, 계열사 파견 등 해고를 피하고자 모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을 입증 ▲해고 대상 노동자를 선정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 수립 ▲노조 또는 노동자 대표와 협의했음을 증명하는 등 해고 절차가 수용 가능함을 입증해야 한다.

 

OECD, “낮은 노동 생산성, 낮은 신규 사업 진입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소득 격차의 원인"

해고 규정 개편은 일본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과거에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계속 미뤄져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랫동안 일본의 낮은 노동 생산성, 낮은 신규 사업 진입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소득 격차의 원인으로 고용 유연성 부족을 지목해 왔다. 일본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한 고용주에게 12.3년을 근무한다. 미국은 4.1년, 독일은 9.7년으로 일본에 비해 훨씬 짧다.

일본 최대 노동 단체인 일본노조총연합회(렌고)의 요시노 토모코 회장은 “기업이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완화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해고 규정 완화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호시노 타쿠야는 “해고된 노동자가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해고 규정 완화가 성장 분야로의 노동 이동과 전반적인 임금 상승을 촉진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고이즈미는 공약의 강도를 낮추고 기시다 정부에서 이미 시작한 리스킬링과 새로운 일자리 찾기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해고 규정 완화 지지자들은 일본이 올해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3%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수년간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개혁의 기회가 과거보다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산토리 홀딩스의 CEO 니나미 다케시는 여당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가 제기된 것을 환영했다. 일본 3대 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의 회장도 맡고 있는 니나미는 “현재 규정은 전후 제조업 중심의 경제 호황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력 부족과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금이 상승하기 시작한 지금이 노동 개혁을 논의하기에 좋은 때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