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중고 가치를 평가할 경우, 향후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카나리 미디어의 보도가 나왔다.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가격의 약 30%를 차지하는 주요 요소이며, 이 배터리의 중고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전기차 가격 인하와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제노비(Zenobē)와 같은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중고 가치를 입증함으로써 전기 트럭 및 버스 시장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제노비는 지금까지 약 20억 달러(약 2조7654억 원)를 조달했으며, 120개 이상의 전기차 창고를 관리하고 영국과 유럽에서 2080대의 전기 버스를 운행하거나 주문했다. 또한, 호주에서 전기 버스와 트럭 사업을 확장했고, 미국 시장에는 전기 학교 버스를 통해 진출할 계획이다. 제노비는 영국 주요 버스 회사 중 90%와 협력하고 있으며, 영국 전기버스 시장의 25%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제노비는 전기 버스 충전소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해, 이후 전기 버스에 배터리를 소유하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아직 중고 배터리를 전력망 저장소에 활용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버스가 배터리를 교체할 만큼 오랜 기간 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제노비, 전기차 배터리 가치에 대한 신뢰 부족이 걸림돌
제노비의 창업자이자 이사인 스티븐 미어스먼(Steven Meersman)은 카나리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주류 배터리 개발자와 금융 파트너들은 여전히 중고 배터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기 트럭과 버스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 이유는 중고 배터리에 대한 데이터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어스먼 이사는 "더 많은 배터리가 도입되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어, 중고 배터리 재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첫 번째 사용 주기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면,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시장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전기 트럭과 버스의 중고 배터리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면, 이러한 차량의 자금 조달 및 리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배터리의 잔존 가치 문제가 중요하다. 전기 트럭과 버스는 디젤 차량보다 구입 비용이 2~3배 비싸지만, 배터리의 잔존 가치를 파악할 수 있으면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다른 부품들보다 빠르게 노후화되기 때문에, 배터리 재활용 또는 재사용을 위한 명확한 경로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소유자가 배터리 폐기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중고 배터리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 캘스타스, 전기차 배터리 가치 평가 기준 마련
미국의 경우, 비영리 기관인 캘스타트(CalSTART)가 전기 트럭과 버스의 중고 배터리 가치를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캘스타트 보고서는 전기 트럭이 수명 후반에 배터리 등의 잔존 가치 덕분에 디젤 트럭보다 더 가치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상업 은행과 장비 금융 회사들은 전기 트럭의 잔존 가치 평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금융 제공을 꺼리고 있다.
금융을 제공하는 회사조차도 전기 트럭의 잔존 가치를 낮게 평가해, 디젤 차량보다 리스 또는 할부 금융 비용이 더 높은 상황이다. 디젤 차량은 수십 년간의 2차 시장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만, 전기차는 아직 이러한 데이터가 부족해 소유자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캘스타트는 트럭 제조사, 중고 배터리 회사, 정부 기관 및 연구 기관들과 협력해 전기 트럭과 배터리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초기 구매 가격의 50~60%를 차지하며, 배터리 잔존 가치 평가가 시장 활성화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나드카르니(Kabir Nadkarni) 전기차 산업 평가 전문가는 "정책 입안자들이 2차 배터리의 사업적 가치를 강화하고 이를 전기 트럭 및 버스 자금 조달에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기차에서 제거된 배터리를 관리하는 정부의 규제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 재활용법과 배터리 여권 시스템을 통해 미국보다 앞서 있으며, 배터리 성능과 내구성을 추적하고 있다.
정책적 접근의 필요성
미국은 아직 연방 차원에서 배터리 여권과 같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주는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초기 조치를 취했지만,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은 재활용 방법에 대한 규제 부족을 이유로 관련 법안을 거부한 바 있다.
WRI 전기 학교 버스 이니셔티브 조사에 따르면, 전기 버스 배터리의 제거, 분해, 폐기 비용은 한 대당 약 3000달러(약 415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일부 사용된 배터리를 2차 목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면, 버스 한 대당 발생하는 폐기 비용의 1~6배를 벌어들일 수 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의 가치를 높이고,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