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글로벌은 지속가능성 1분기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금융기관의 야심찬 넷제로 목표에 비해 기후 노력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은행, 금융 서비스 및 보험사 등 금융기관 전체의 42%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거나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지만 실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 기업들은 절반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S&P 글로벌은 저탄소 경제와 기후 복원력을 향한 산업 동향을 측정한 보고서를 매 분기 발간한다. 2022년 지속 가능성 평가 데이터에 따르면, 금융기관 중 25%만이 공급망 내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거나 대출 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기후 목표와 연계했다. 또한 금융기관 대다수가 기후 리스크에 대한 시나리오도 분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P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경제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지만 배출 목표도 설정하지 않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로 인해 넷제로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지적했다.
특히 스코프 3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금융기관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스코프(scope) 3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비영리기관 CDP는 금융 기관의 스코프 3 배출량이 직접 배출량인 스코프 1-2보다 700배 더 많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금융기관이 공급업체의 배출 정보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스코프3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공급업체가 스코프3 공시 의무 대상에 속하지 않거나 공시 규제가 없는 국가에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부문 또는 산업별로 스코프3 배출량을 분석한 기업들은 절반에 그쳤다.
앞으로 금융기관은 넷제로 목표를 설정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공급업체가 스코프3을 측정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코프3 분석을 수행해야 기후 전환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후 친화적인 금융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향후 기후위기 관련 리스크도 점점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1월 ‘2023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향후 10년 이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리스크로 ‘기후변화 완화 리스크’와 ‘기후적응 리스크’를 꼽았다. 또한 연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선진국에 비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보험사의 70% 이상이 물리적 리스크 관리, 60% 이상이 전환 리스크 평가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전체 금융기관의 60% 이상이 기후와 관련된 시나리오 분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결정하는 데 있어 기후 리스크를 고려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0%, 기후 변화로 인한 전환 리스크를 평가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1%를 넘었다.
S&P는 "금융기관은 대차대조표 기반으로 잠재적인 기후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급업체와 대출기업의 스코프3 데이터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고객과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제로 중간 목표를 수행하고 기후 적응 및 물리적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큰 과제가 될 예정이다. 기후 적응과 회복력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녹색, 사회, 지속가능성과 연계된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S&P는 "금융 기관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목표 설정, 포트폴리오 및 대출 장부의 시나리오 분석 수행, 공급업체의 탄소 배출량 측정 등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며 "은행은 기후 관련 금융 위험을 장기 전략에 통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