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할 곳이 없다...2500억달러 목표 달성 험로
- 선진국마저...유럽 에너지기업들도 신재생 사업 몸집 줄이기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야심 차게 발표한 300억달러(약 42조원) 규모의 알테라(Alterra) 기후펀드가 막대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투자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블랙록, 브룩필드, TPG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65억달러(약 9조원) 투자를 약정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이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는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투자할 곳이 없다...2500억달러 목표 달성 험로
알테라 펀드는 2030년까지 민간자본을 포함해 2500억달러(약 350조원) 규모의 기후변화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이는 미국의 헤지펀드 거물 레이 달리오가 "훌륭한 모범 사례"라고 극찬했던 프로젝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투자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알테라의 CEO 마지드 알 수와이디는 "지속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도 "특히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에서 투자 가능한 프로젝트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구체적인 투자 집행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씨티은행의 제이 콜린스 부회장은 COP29 회의에서 "프로젝트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자금은 있지만 투자를 위한 환경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마리사 드류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도 "프로젝트와 자금은 있지만, 특히 신흥국에서는 실제 수행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선진국마저...유럽 에너지기업들도 신재생 사업 몸집 줄이기
신흥국의 투자 가능 프로젝트 부족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선진국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유럽 주요 에너지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최대 에너지기업 에퀴노르는 신재생에너지 부문 인력을 20% 감축하기로 했다고 2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대부분 다른 부서로 재배치될 예정이지만, 신재생 부문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에퀴노르 대변인은 "일부 시장에서 철수하고 기존 시장에 집중하면서 사업개발 활동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퀴노르는 베트남,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포기했으며, 호주에서도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향후에는 영국 도거뱅크, 미국 엠파이어윈드1, 폴란드 발틱 2·3호기 등 기존 대형 프로젝트 건설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셸, BP 등 유럽의 다른 메이저 에너지기업들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 기업은 최근 몇 달간 수익성 높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UAE 알테라 펀드가 겪고 있는 투자처 발굴 어려움이 단순히 신흥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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