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서가 담지 못한 수소를 둘러싼 논쟁
- 산업은 이미 전기 배터리 기반으로 전환 중
굴착기나 불도저, 트랙터, 지게차, 항만 크레인, 기관차, 항공기 견인차 등의 미래 연료는 수소일까, 전기일까.
건설 현장, 농지, 항만, 철도, 광산 등에서 운용되는, 소위 '비도로 이동 장비(Non-Road Mobile Machinery, NRMM)' 분야의 탈탄소화 방안으로 수소 내연기관(H2ICE)이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에너지 안보 및 넷제로 부서와 수소추진위원회(Hydrogen Delivery Council)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가 그 주인공이다.
1일(현지시각)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수소 내연기관을 둘러싼 기술적 실효성과 이해관계자들의 편향성 문제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가 담지 못한 수소를 둘러싼 논쟁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비도로 이동장비(NRMM) 부문은 약 176억파운드(약 32조원)의 가치를 지니며, 이 중 83%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한다. 약 1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부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부문은 고중량 작업과 높은 효율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탈탄소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보고서는 "수소 내연기관이 기존 디젤 엔진을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클린테크니카는 "하지만 이 보고서는 수소 연료의 생산, 저장,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과 비용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수소 내연기관의 평균 효율은 약 40~50%이며, 수소를 전기로 분해해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40%의 에너지가 손실되고, 이후 저장과 운반 과정에서 추가로 최대 15%의 에너지가 손실된다. 클린테크니카는 "에너지 비용만 기존 전기차량보다 4배에 달할 것이지만, 수소를 공급하는데 드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수소 차량의 총 연료비는 전기 차량보다 8-10배에 달할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보고서는 수소 연료 누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도 배제했다. 한 예로, 캘리포니아의 수소 충전소에서 초기 35%의 누출률이 발견되었으며, 여러 차례 개입 후에도 여전히 2~10% 수준의 누출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는 수소 공급망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보편적 문제로, 수소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 전문가 그룹, 편향성 논란도 제기
한편,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 그룹의 편향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28명의 보고서 작성위원 중 절반 이상이 내연기관 제조업체 및 관련 업계 출신으로 확인된 것이다. 클린테크니카는 "JCB, 볼보, 커민스 같은 대형 내연기관 제조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특히 JCB는 전체 그룹의 14%를 차지했다"며 "이들은 수소연료를 통해 내연기관 기술을 유지하려는 이해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소와 관련된 보고서의 내용이 온전하게 객관성을 견지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를테면, 보고서는 수소 엔진이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엔진 단계에서의 배출만 다루고 연료 생산·저장·운송 등 '전생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문제는 생략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특히 수소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37배 강력한 온실가스 잠재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네이처지 발표가 2023년에 있었음에도 이를 축소하거나 간과했다는 점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 부족 문제를 이유로 수소 내연기관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 철, 인 등 배터리 필수 광물의 공급은 충분하며, 기술적 대체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와 나트륨 기반 배터리의 상용화가 진행되며, 전기차 생산비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산업은 일부 전기 배터리 기반으로 전환 중
클린테크니카는 "현재 주요 산업은 이미 배터리 기반 기술로 전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의 포트레스큐(Fortescue)는 수십억 달러를 배터리 기반 건설 장비에 투자했으며, 주요 광산업체 발레(Vale)와 BHP는 수소 기술 대신 전기 기술을 선택했다. 농업 및 건설 장비에서도 전기차가 점차 보급되고 있으며, 전기 배터리 기술의 가격 하락과 효율성 증대가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수소경제의 전망과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영국의 보고서는 수소 누출 문제, 온실가스 잠재력, 그리고 전반적인 효율성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소 전환에 대한 설득력에는 아직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