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별 맞춤형 거래 체계 도입...핵심광물·수소·가스 분리 운영
- 美 압박·中 견제 사이 자원안보 강화 나서...과거 실패 극복이 과제
유럽연합(EU)이 900만유로(약 134억원)의 자원 공동구매 플랫폼의 개발사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와 슬로바키아의 소프트웨어 기업 스페라(Sféra)를 선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각) 단독 보도했다. 이 소식은 EU와 PwC, 스페라 측의 공식적인 발표가 아닌, 로이터의 소식통과 입수한 문건에 따른 것으로 확인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는 2023년 발효된 핵심원자재법(CRMA)의 첫 실행 사례로 평가된다. EU는 이를 통해 중국이 지배하는 불투명한 자원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자국의 자원 안보를 강화하려는 게 목적이다.
이 플랫폼은 올해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플랫폼이 회원국 간 구매력을 결집하고 글로벌 자원 시장에서 협상력을 높일 전략적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별 맞춤형 거래 체계 도입...핵심광물·수소·가스 분리 운영
PwC와 스페라(Sféra)가 공동으로 설계하는 플랫폼은 각 자원의 시장 특성과 거래 구조를 반영해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핵심 광물, 수소, 천연가스를 분리 운영하는 이 방식은 업계의 요청을 반영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시장마다 특성이 달라 통합 운영을 하게 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을 지적해왔다.
딜로이트 등 8개 경쟁 업체를 제치고 선정된 벨기에에 본사를 둔 PwC EU 서비스는 맞춤형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며, 특히 중국이 지배하는 핵심 광물 시장에서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첫 단계 플랫폼 운영은 올해 안에 시작된다.
구체적인 데이터도 EU의 결정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메탈·광산 시장조사업체인 CRU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배터리용 광물 시장에서 망간 95%, 흑연 70%, 코발트 73%, 리튬 67%, 니켈 63%를 장악하고 있다. EU의 희토류와 리튬 대중국 의존도는 이보다 심각한 97~98% 수준으로, 자원 공급망 다변화는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U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66개 응답자 대다수가 전략적 자원 구매를 위한 플랫폼 구축 필요성을 지지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이런 설문 결과에 따라 프로젝트의 신속한 진행을 지시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유럽 경제의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美 압박·中 견제 사이 자원안보 강화 나서...과거 실패 극복이 과제
EU의 이번 행보는 미·중 갈등 속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EU가 미국산 석유와 가스 수입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자원 안보 강화라는 핵심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의 압박과 중국의 시장 지배력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EU가 자원 안보 강화를 위해 선택한 카드가 이번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플랫폼의 성공 여부는 EU의 자원 공급망 다변화 목표 달성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플랫폼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광산기업 유라시아자원그룹(ERG) CEO인 베네딕트 소보카는 “15년 전 독일 정부의 한 공동 구매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핵심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너무 다양하고, 같은 종류의 원자재를 구매하려는 회사가 너무 적어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EU가 이번 플랫폼 설계에 참고한 어그리게이트EU(AggregateEU)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오면서,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어그리게이트EU는 2022년 에너지 위기 때 만든 가스 공동구매 플랫폼이다. EU집행위원회는 이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으나, 실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회계감사원(ECA)은 "이 플랫폼이 단순히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할 뿐, 실제 거래는 개별적으로 이뤄져 기존 거래 시스템과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ECA는 EU가 구체적인 거래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플랫폼에서 거래 의향을 보인 물량보다 실제 계약이 성사된 거래량이 크게 적었다고 전했다.
- EU 핵심광물 구매 플랫폼 8개 업체 입찰…폰데어라이엔, 속행 명령 내렸다
- 미국-EU 공급망 강제노동 이견 좁혀…핵심광물협정 타결 초읽기
- EU와 호주, 지속가능한 핵심 광물에 관한 파트너십 구축
- EU 핵심원자재법 최종 승인…그린란드서 프로젝트 첫 삽 뜬다
- EU, 오는 4월 미국과 배터리 광물 협상 추진
- 핵심원자재법 도입했지만..."EU, 15년 전 중국상황과 비슷한 수준"
- 美 희토류 자립화 가속… MP머티리얼즈, 공급망 재건 성공
- EU, 9월 수소 공동구매를 위한 플랫폼 개장 예정
- 트럼프, 희토류 확보 전략…캘리포니아부터 그린란드·우크라이나까지
- 콩고, 코발트 수출 4개월 중단… 글로벌 공급망 충격
- PwC “BP·셸 사례는 예외”…기후목표 상향 기업, 하향보다 2배 많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