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관리의 중요성 인식: '중대성 평가' 그 이후는?
- 평가기관의 디테일한 평가 지표 및 결과 제공이 기업 행동 바꿀 수 있어
-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니라, ‘꾸준히 고치기’

지난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출발해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으로 착륙 도중이던 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가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갑작스런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의 충격으로 어수선한 연말을 보내던 도중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온 국민이 연말연시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보내게 됐다.

사고 직후 정부와 제주항공 측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과연 이런 대형 참사에 대해 기업과 공항, 나아가 관련 정부 부처 차원에서 충분하고 구체적인 안전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특히, 지속가능경영 (ESG)측면에서 가장 중대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믿었던 '안전'에 대해 기업들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해 두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안전관리의 중요성 인식: '중대성 평가' 그 이후는?

제주항공이 발간한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기업과 마찬가지로 '안전'을 핵심 가치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보고서의 중대성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3대 위험과 기회 중 첫 번째를 ‘사고 및 안전관리’로 선정할 만큼, 제주항공은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또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재무적 손실과 기업 신뢰도 악화를 가져온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대책의 명확성이다. 보고서를 보면 산업안전보건 경영방침과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고 산업안전보건 회의체 등을 운영하며 안전관리를 논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산업재해율(사고)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낮출 것인지, 중대재해처벌법 전담조직의 점검사항 및 성과를 반기에 한 번씩 어떻게 평가해 개선하고 있는지, 실제 항공기 사고를 가정한 비상 대응 모의훈련과 시나리오 개선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찾아보기는 어려워 아쉬움이 남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많은 기업이 안전관리 조직의 권한과 안전 리스크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단순히 서류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 얼마나 적용 및 실행하고 있느냐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예컨대 ‘안전보안 보고 제도 리플렛’을 임직원 중심으로 배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내에 비치해 탑승객도 쉽게 정보를 접하고 사고 예방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구체적 활동이 있다면 안전문화를 기업 내부의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에게까지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평가기관의 디테일한 평가 지표 및 결과 제공이 기업 행동 바꿀 수 있어

이번 참사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게 돌아갔다. 예상불가능한 상황에서 갑자기 발생한 사고로 인해 유가족들이 입은 상처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제주항공 또한 치명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중대산업재해 및 중대시민재해가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음은 물론, 장기적으로도 브랜드 신뢰도와 기업가치 하락, ESG 평가 결과 하향 등과 같은 리스크가 발생해 제주항공의 사회적, 재무적 지속가능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ESG 평가기관들은 아직까지 대형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해당 연도의 평가 점수를 하향 조정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어떤 기업은 사고가 난 해에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가 그다음 해에 형식적인 개선만 보였음에도 빠르게 높은 점수를 회복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이는 ESG 평가가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본질적 목적을 따르기보다는 단기적 지표 및 평판에 대한 평가에 치중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2022년 대형 건설현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A기업이 당해에는 사회(S)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듬해와 그다음 해에는 단기간에 높은 등급(A, A+)으로 회복했다. 만약 그 사이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안전관리 프로세스가 확립됐다면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평가기관은 이를 엄정히 검증하여 점수에 반영했어야 한다. 단순한 지표 관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차원을 넘어 사후 조치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이를 평가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ESG 평가 기관의 올바른 역할 및 적절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도되고 있다. EU에서 발표한 ESG 평가규정(EU ESGR)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ESG평가 규제법인 EU ESGR은 ESG평가 활동의 일관성과 투명성, 비교가능성을 높여 지속가능성 관련 투자자들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ESG 평가 기관에 대한 규제를 통해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확실한 ESG 평가 결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고, 더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으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니라, ‘꾸준히 고치기’

제주항공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다시는 이런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안전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원인 분석, 재발 방지 대책, 비상 대응 모의훈련 체계 개선, 임직원 및 탑승객 대상 안전교육 강화 등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그 결과와 성과를 지속가능보고서와 같은 공식 문서를 통해 장·단기적으로 추적하고 공개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평가기관 역시 단편적인 사후 점수의 하락만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안전경영을 어떻게 강화하고 개선했는지를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세부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EU ESGR에서는, 평가 방법론의 투명성을 강조하여, 제공업체는 사용된 기준, 모델 및 가정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평가 과정을 이해하고 방법론의 엄격성과 객관성을 검증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단발성 처벌과 비판을 넘어, 기업들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항상 외양간을 점검하고 보수’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ESG 안전경영시스템’의 핵심은 단순한 지표 관리가 아니라 기업과 이해관계자 모두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이번 무안 공항 참사를 계기로 제주항공뿐 아니라 모든 기업과 평가기관이 안전관리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진정한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


☞ 김형주 엠케이전자(주) 팀장은

김형주 팀장은 2006년 보광그룹에 입사하여, 현재 엠케이전자(주)에서 IR, M&A, ESG를 담당하는 미래전략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2020년 ESG 선포를 했으며, 2022년 환경부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 운영, 업계 최초 POST 100% 재생제품 UL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LCA One cycle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실무형 관리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으며, ISO37301인증심사원 활동도 하고 있다.
 

☞ 장정민 매니저는

장정민 매니저는 2008년 동아제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크레더블과 금호석유화학을 거쳐 현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에서 공급망 ESG 평가 사업을 준비하며 지속가능경영과 ESG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금호석유화학 ESG경영관리팀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ESG 관련 업무를 시작했으며 현재 지속가능경영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실무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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