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대 규모의 재난
- 환경(E) 측면: 기후변화가 키운 산불...탄소배출 위기와 산림 복원
- 사회(S) 측면: 지역사회 피해와 고령 이재민 지원
- 거버넌스(G) 측면: 산불 예방·대응 체계의 한계와 제도 개선
- 해외 주요 사례 비교, 기후변화 시대 산불의 ESG 이슈
- ESG 관점 통합 대응의 필요성
사상 최대 규모의 재난
지난 3월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인근 안동시,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등 경북 북부 일대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를 기록했다. 이번 산불로 약 4만8238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면적(6만520헥타르)의 80% 수준이라고 한다.
산불은 엿새 이상 계속되며 완전히 진화되기까지 149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주민 수만 명이 대피해야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3월 말까지 사망 31명, 부상 44명(사망자 수 및 부상자 수는 4월 2일 기준), 이재민 4700여 명이 발생했다. 주택 피해는 3285채, 농업 시설 피해는 2000여 건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의성 고운사 등의 국가유산 30건과 산림 생태계도 큰 피해를 입어, 이번 산불은 인명·재산뿐 아니라 문화·환경적으로도 엄청난 상흔을 남겼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진 숲으로 인해 향후 30년간 1000만 톤에 달하는 탄소가 추가로 대기 중에 배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탄소 흡수원인 산림의 소실에 따라 앞으로 수십 년간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최근에 발생한 산불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ESG 관점에서 분석하고, 원인과 개선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환경(E) 측면: 기후변화가 키운 산불...탄소배출 위기와 산림 복원
이번 산불의 배경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 위험 증가라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겨울·봄철 건조한 날씨와 가뭄이 심화되어 산불 발생 조건이 악화되고 있다.
서울대 임상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국내 산불 발생 건수는 연평균 5.82건씩 증가하여 연간 약 451건에 이르고, 산불 시즌도 4월 초에서 3월 중순으로 약 10일 이상 앞당겨졌다. 그만큼 이른 봄부터 건조한 날씨에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영남 지역 산불 역시 이상고온과 강수량 감소로 겨울에 적설량이 부족했던 영향 등 기후변화로 인한 급격한 온난화가 산불 발생과 확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경북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산림 면적이 넓고 소나무 등 잘 타는 수종이 많아 기후 변화에 더욱 취약하다. 여기에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초기 대응이 어려운 점까지 겹쳐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경북은 최근 30년간 산불 사망자 4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산불로 인한 재산 피해도 전국 피해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산불 취약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산불에서도 급격한 확산을 막지 못한 채 엿새 넘도록 진화율이 50% 안팎에 머물렀고, 강풍과 건조한 기후 조건 속에서 불길이 산 능선을 타고 번지는 '수관화' 현상과 거대한 불기둥까지 관측되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기후 변화로 인한 초대형 산불이 더 이상 이례적 재난이 아니라 상시적 위협으로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산불의 환경적 영향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막대한 탄소 배출과 기후 악순환이다. 산불이 나면 산림에 저장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량 배출되고, 살아남은 숲도 광합성 기능이 약화되어 탄소 흡수원이 줄어든다.
2주 남짓 지속되었던 경북 지역 산불로 최소 48만~70만 톤의 CO₂가 단기간에 대기로 방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까지 고려하면 수백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 소실된 산림이 향후 수십 년간 흡수했을 이산화탄소를 생각하면 총 탄소배출 피해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나무 숲 1헥타르당 연간 약 5.8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데, 이번에 소실된 숲 약 4만8000ha의 규모로 예상해보면, 매년 28만 톤 이상의 CO₂ 흡수 기회를 상실한 셈이다. 30년에 걸치면 이 수치는 800만~1000만 톤에 달하며 이는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적잖은 추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산불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국가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국가 탄소 저감 정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처럼 기후 변화가 대형 산불을 부르고, 산불이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시키는 악순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산림 복원과 탄소중립 정책 강화가 시급하다. 불에 탄 산림을 신속히 복구하고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은 단지 경관을 되돌리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산림은 중요한 탄소흡수원으로, 훼손된 만큼 복원을 통해 배출 증가분을 상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산림 복원 계획을 수립하고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와 함께, 토종 수종을 활용한 식재로 생물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위험이 높아진 만큼, 탄소중립 전략에 산불 대응을 고려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산불 방지를 위한 숲 가꾸기와 산림 관리 예산을 확대하고, 산불 발생 시 탄소배출 증가분을 감안한 추가 탄소저감 노력을 기업과 정부가 분담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불 위험지수를 기후변화 지표로 삼아 조기 경보체계를 구축하고, 대규모 산불 발생 시 탄소세나 배출권 조정 등의 보완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무엇보다도 기후위기 대응 없이 산불 방지 대책만으로는 근본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전 세계 극한 산불 발생이 50%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각국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두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결국 기후 변화 적응과 탄소중립의 관점에서 산불을 바라보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환경 측면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사회(S) 측면: 지역사회 피해와 고령 이재민 지원
이번 산불은 지역 주민들에게 심각한 사회적 피해를 안겼다. 며칠 사이에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수만 명의 주민들이 대피를 경험했고, 상당수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대피소 등에 머무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특히 농촌의 고령층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산불 발생 당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제때 피신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했다.
실제로 청송군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86세 할머니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고, 영덕군에서는 요양원 노인 3명이 대피 중 불길에 휩싸여 사망하는 등 희생자 다수가 고령층이었다. 경북 북부 산간 지역은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재난에 더욱 취약하며, 산불 사망자 대부분이 60~80대 노인으로 집계된 것은 사회적 대비책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인명 피해 외에도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여 이들의 주거 안정과 심리적 지원이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경북 의성·안동·영덕·청송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임시 대피소를 운영하였으나, 장기적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농촌 지역 특성상 생계 기반(농경지, 가축 등)까지 피해를 본 경우가 많아 생계 지원과 지역경제 복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지원 방안이 요구된다.
우선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 전소된 주택이 많은 만큼 조속한 피해 조사를 통해 주택 복구 또는 대체 주거 제공이 필요하다. 임시 조립주택을 설치하거나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배정하는 등 이재민이 머물 안전한 거처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고령 이재민의 경우 친인척이 없거나 돌봄 인력이 부족한 사례가 있어 노인 복지시설과 연계한 주거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심리 치유도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재난을 겪은 주민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전문 상담 인력을 투입해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을 단위로 공동체 치유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 대한한의사협회 등이 피해 지역을 방문해 의료 및 심리 상담 지원을 펼친 바 있는데, 이러한 민관 협력의 심리회복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약계층 특별지원으로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 이재민에게 일반적인 구호 물품 외에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거동 불편 노인을 위한 이동서비스, 의료접근 지원, 약품 제공 등이 포함된다. 또한 가족과 떨어진 독거노인의 경우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자원봉사자를 연계하거나 임시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 사회복원과 경제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는 인구 유출과 공동체 해체의 위험에 직면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지역 주민들이 다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생계비 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 등을 신속히 집행하고, 산불 이후 관광객 감소 등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실된 산림 관광자원을 복원하거나 새로운 지역 일자리 사업(예: 산림 복구 인력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지역 공동체 재건을 도와야 한다.
사회 측면에서 특히 강조해야 할 점은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층' 문제다. 통계에 따르면 이번 경북 산불 사망자의 80% 이상이 60대 이상의 노인이었는데, 이는 재난 대응 과정에서 고령자가 적절히 보호받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평소 마을 단위의 재난 대비 교육과 대피 훈련에서 고령 주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1:1 매칭 구조(예: 청년 자원봉사자나 이웃이 노인 한 명씩 대피 보조)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재난 경보 시스템도 노인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방식(확성기 방송, 마을 이장 통보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은 “산불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쳤다. 대피 방송을 들었어도 거동이 불편해 움직일 수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어, 대피 취약계층을 구조하는 체계를 사전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지역 부대나 소방서와 연계한 이동식 대피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경로당 등을 대피소 및 구조 거점으로 활용하도록 평시 계획해 둘 수 있다.
끝으로, 산불 피해 복구 단계에서는 단순히 건물과 시설을 원상복구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접근이 필요하다. 주민 주도의 마을 재건위원회를 구성해 복구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고, 외부 지원단체들은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 자본 형성을 도울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는 단순 구호를 넘어, 향후 비슷한 재난이 닥쳐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회복력을 키우는 ESG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거버넌스(G) 측면: 산불 예방·대응 체계의 한계와 제도 개선
경북 북부 산불 사태는 우리나라 산불 대응 시스템의 허점과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수일간 이어진 초대형 산불 앞에서 초기 대응과 진화 지휘체계가 혼선을 빚었고, 산불 예방부터 사후 복구까지 거버넌스 측면의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해외 주요 사례와 비교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산불 예방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국내 산불의 90% 이상은 입산자 부주의나 논밭두렁 소각 등 인위적 요인에서 시작된다. 이번에 의성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도 한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쳐 순식간에 대형 재난으로 번졌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평상시 예방 활동과 규제 강화가 중요하다. 가령 입산 통제 기간 설정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높이며, 논밭 소각 금지 계도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산불 고위험 시기에 전력회사가 송전선 차단(PSPS)을 시행하고, 호주의 경우 건기에는 야외 불사용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는 등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건조특보 시 전국적인 화기 사용 금지령을 내리고 드론 순찰, 감시 인력 증강 등 입체적 감시망을 가동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험지수에 따른 경보체계를 고도화하여, 산불위험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준비 경보를 발령하는 등 선제적 대응도 고려해야 한다.
초기 대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불 발생 시 초기에 불길을 잡는 것이 피해 최소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관건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보듯 지역 산불 초기진화 인력의 부족과 고령화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실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대원 중 상당수가 60대 이상이기 때문에 빠르고 적극적인 진화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지자체 산불진화대원의 약 69%가 60세 이상으로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확인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산림청의 산불재난 특수진화대(공중진화대 포함) 정원을 대폭 늘리고 전문 대원을 양성해야 한다. 현재 특수진화대원이 500명 남짓에 불과한데, 잦아지는 대형 산불 추세에 맞춰 전문 산불 소방인력을 전국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와 미국 등 산불 선진국에서는 산불 시즌에 수천 명의 소방인력이 전국 단위로 기동 배치되어 초기 대응에 투입된다. 우리도 산불 발생 시 권역을 넘어선 전국 단위 소방력 동원 시스템을 갖추고, 필요시 군병력까지 지원될 수 있도록 민관군 공조체계를 공식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불 지휘 통합시스템(Incident Command System)을 도입하여 여러 기관이 하나의 지휘계통 아래 움직이도록 하고, 산림청-소방청-지자체 간 상시 협조 훈련을 정례화해야 할 것이다.
진화 자원과 기술 투자가 요구된다. 초대형 산불 진화에는 헬기 등 항공 자원과 첨단 기술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의성 산불 당시 진화 헬기의 노후화 문제가 불거졌다. 산불 진화에 투입된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했는데, 해당 기종은 1995년 도입되어 30년 가까이 운용된 노후 헬기였다.
현재 산림청 보유 진화헬기 50대 중 상당수가 노후 기종이고, 평균 기령이 20년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예산 부족과 운용 인력 한계로 헬기 교체 주기가 늦어진 면이 있는데, 대형 산불이 빈발하는 현실을 반영해 진화 장비 현대화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러시아산 KA-32 중형헬기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국산 수리온(KUH) 헬기나 대형 소방헬기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드론, 위성 등 첨단 감시 기술도 활용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이 소방항공기를 공동으로 비축·공유하는 RescEU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우리의 경우 국내 광역 단위로 소방헬기 공동 운영체계를 만들면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야간에는 헬기 투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야간 진화장비(고출력 조명, 진화용 로봇 등) 개발도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위성 기반 조기 탐지시스템을 갖춰 산불 발생 즉시 위치를 파악하고, AI로 산불 확산 예측을 하여 자원 배치 최적화를 지원하는 등 스마트 산불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
복구 및 재건 거버넌스도 구축해야 한다. 산불 진화 이후 피해 복구를 체계적으로 조율하는 거버넌스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산불 피해에 대해 개별 부처와 지자체가 제각기 지원책을 내놓아 비효율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는 재난 복구 단계에서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하고, ESG 관점에서 투명하고 효율적인 지원금 집행과 이해관계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별재난지역 선포 후 예비비 투입, 성금 배분 등이 신속하면서도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디지털 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이재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복구사업 우선순위를 정할 때 단순히 건물만 복구하는 게 아니라 환경·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여 지역을 재설계하고 커뮤니티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예산을 활용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호주는 2019년 초대형 산불 이후 독립적인 산불조사위원회(Royal Commission)를 통해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정부 권고안을 채택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는 산불 피해 복구 시 주택 재건 기준을 강화하고 보험제도 개선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참고하여 우리도 사후 평가와 제도 개선 프로세스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번 경북 산불에 대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사고 조사 및 후속대책 위원회를 구성해 초기 경보 실패 원인, 진화 자원 배분의 문제, 주민대피 지원 미흡 사항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관련 법령과 예산을 정비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 거버넌스가 우선이다. 산불 거버넌스를 논함에 있어 대전제는 기후변화에 맞서는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환경 측면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후변화로 산불 위험이 높아지는 시대에는 이를 종합적 국가위기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2022년 기록적 산불을 겪은 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위험 경고를 발표하고, 회원국 간 공동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EU 공동연구센터(JRC)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유럽은 약 90만 헥타르의 산림이 불타 역대 두 번째로 피해가 컸으며, 산불의 96%는 인간 활동이 직접 원인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가뭄이 피해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후 리스크를 고려한 산불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국가 탄소중립위원회 등 기후기구와 산림청·소방청이 협력하여, 기후위기 시대 산불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 대책에는 산불 예방, 대응, 복구 전 주기에 걸쳐 법·제도 개편 사항과 재원 조달 계획을 담고, 중앙-지방정부-민간기업이 역할을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력회사나 통신회사 등 인프라 기업들은 산불 위험 관리 계획을 의무 수립하고, ESG 경영 차원에서 자사 설비로 인한 산불 발생 방지 투자를 강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정부는 기후적응 예산을 늘려 산불 대응 인프라(예: 방화선 조성, 예비 저수조 확충 등)에 투입하고, 기업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탄소중립·산불방지' 캠페인을 전개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인식을 높여야 한다.
해외 주요 사례 비교, 기후변화 시대 산불의 ESG 이슈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산불이 빈발하면서 환경(E)·사회(S)·거버넌스(G) 측면의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해외 주요 사례들은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미국 서부 지역은 최근 몇 년간 사상 최악의 산불 시즌을 반복해서 겪고 있다. 2020년 캘리포니아에서는 420만 에이커(약 170만 ha)의 산림이 소실되어 전년도 기록의 두 배 이상의 피해를 냈으며 이로 인해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만 채의 건물이 소실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산불 위험을 높인 가운데, 2018년 PG&E사의 송전설비 발화 사건처럼 전력망 관리 부실로 인한 산불이 대형 참사로 이어져 기업 거버넌스 문제가 부각됐다.
이러한 사태 이후 캘리포니아주는 전력회사의 위험관리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대피 경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건물의 내화 기준을 높이는 등의 제도 개선을 시행했다.
사회적으로는 산불 피해 주민에 대한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대규모 재정 지원과 지역 커뮤니티의 복구 노력이 이루어졌지만, 잦아지는 산불에 보험회사가 철수하는 등 재난 빈발 지역의 사회적 비용 증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환경적으로는 매년 수천만 톤의 탄소가 배출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미국 내에서도 산불을 중대한 기후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미 서부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미 대륙을 넘어 유럽까지 확산되었고, 학계에서는 산불 발생 일수가 증가하고 불에 탄 면적이 갈수록 넓어지는 추세를 경고하고 있다.
호주에서 2019~2020년 발생한 이른바 블랙 서머(Black Summer) 산불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약 1100만 헥타르에 달하는 광대한 산림이 6개월 넘게 불타며 잿더미가 됐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토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이 산불로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죽거나 서식지를 잃었고, 30여 명의 인명피해와 수천 채의 가옥 피해가 발생했다.
호주는 원래도 건조한 기후이지만, 당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산불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환경 측면에서 호주 산불은 엄청난 탄소 배출(추산치 약 4억 톤 CO₂)과 대기오염을 일으켰다. 시드니 등 대도시는 한때 PM2.5 농도가 세계 최악을 기록할 정도로 연기에 뒤덮였다. 사회(S)적으로는 대규모 주민 대피와 관광산업 타격 등 피해가 광범위했고, 특히 코알라 등 호주 고유종의 서식지가 파괴되며 국민 정서에 큰 상처를 남겼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당시 호주 정부는 초기 대응 부실과 기후변화 대응 소홀로 거센 비판을 받았으며, 이후 독립 조사위원회를 통해 권고된 바대로 국가 차원의 산불 대응 전략을 재정비했다.
예컨대 산불 경보 체계를 개선하고 자원봉사 소방대(RFS)의 장비와 인력을 확충했으며, 연방 차원에서 기후위기 적응 예산을 늘렸다. 호주 사례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새로운 재난 양상에 정부와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대재앙”으로 불린 호주 산불 이후, 호주 정부는 뒤늦게나마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수용하고 석탄산업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수정하는 등 ESG 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도 최근 몇 년간 이례적 산불이 잇따랐다. 2022년은 유럽연합 역사상 두 번째로 산불 피해가 큰 해로 기록되었는데, 유럽 전역에서 약 90만ha의 땅이 불타고 4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은 폭염으로 인한 대형 산불이 속출했다. 그리스에서는 2023년 여름 에비아섬 및 알렉산드루폴리스 일대 산불로 수만 명이 대피하고 EU 공동소방자원이 투입되는 등 국경을 초월한 대응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환경적으로 유럽의 산불은 기후위기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유럽연합은 “이제 북극까지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EU는 위성 감시 시스템(EFFIS)을 운영하여 산불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회원국 간 소방장비를 공유하며, 기후변화 적응 전략의 일환으로 산불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 측면에서는 문화유산과 지역공동체 보호가 쟁점이 되는데, 포르투갈에서는 2017년 산불로 60여 명이 사망한 이후 마을 단위 대피 시스템을 정비했고, 스페인은 주민 참여형 산림관리로 연료량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EU 차원에서 기후재난연대기금을 조성하여 피해국을 지원하고, 산불 피해 복구 시 지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특별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연대와 지원의 거버넌스를 발휘하고 있다. 유럽의 사례는 다자간 협력과 정책 일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라는 공통 원인 아래 각국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함으로써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대형 산불 등에 대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처럼 해외 여러 사례를 보면, 대형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ESG 전반에 걸친 영향을 미치는 복합위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환경적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위협하고, 사회적으로는 취약계층과 지역공동체를 붕괴시키며, 거버넌스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한다. 결국 한국도 이번 경북 산불을 계기로 기후변화 시대의 산불 대응 패러다임을 재점검해야 한다. ESG 관점에서 환경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및 산림 복원, 사회적으로 이재민 보호와 회복력 강화, 거버넌스적으로 제도 개선과 국제협력을 추진함으로써, 향후 비슷한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SG 관점 통합 대응의 필요성
우리도 이러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ESG 관점을 통합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 측면에서는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정책을 강화하고 산림 복원을 통해 탄소흡수원을 지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사회 측면에서는 피해 주민, 특히 고령층에 대한 세심한 지원과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산불 예방에서 복구까지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선진 사례를 참고한 과감한 체계 개선이 요구된다. 나아가 기업을 포함한 민간 부문도 기후리스크와 지역사회를 고려한 ESG 경영을 통해 산불 대응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예컨대 금융기관은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금융지원과 임업 재건 투자에 나설 수 있고, 기업들은 탄소배출 저감과 임직원 자원봉사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재난은 더 이상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IPCC 등 국제기구는 지구온난화를 억제하지 못하면 극한 산불이 빈발하여 인류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ESG 관점의 운영과 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산불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리스크 관리와 이해관계자 지원, 지속가능한 복원력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집단지성의 힘을 모을 수 있다. 이번 경북 산불의 교훈이 향후 정책 개선과 ESG 실천으로 이어져,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재난을 이겨내는 사회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 김형주 엠케이전자(주) 팀장은
김형주 팀장은 2006년 보광그룹에 입사하여, 현재 엠케이전자(주)에서 IR, M&A, ESG를 담당하는 미래전략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2020년 ESG 선포를 했으며, 2022년 환경부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 운영, 업계 최초 POST 100% 재생제품 UL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LCA One cycle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실무형 관리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으며, ISO37301인증심사원 활동도 하고 있다.
☞ 장정민 매니저는
장정민 매니저는 2008년 동아제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크레더블과 금호석유화학을 거쳐 현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에서 공급망 ESG 평가 사업을 준비하며 지속가능경영과 ESG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금호석유화학 ESG경영관리팀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ESG 관련 업무를 시작했으며 현재 지속가능경영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실무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다.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트럼프의 귀환, ESG KPI 설정으로 대응해야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무안 공항 항공기 참사로 본 ESG 안전경영시스템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2025년, ESG 담당자가 고려해야 할 것들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2024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평가 결과의 의미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이해관계자 분석, 내년을 위한 준비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EU CBAM 대응 전략, LCA와 PCF부터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재활용 자원 쓸어가는 중국과 기초자원 부족한 한국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탄소 배출 올림픽의 금, 은, 동은 누구?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 Hive를 통해 바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거버넌스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 기업의 중대성 주제와 지속가능경영 성과 및 시장가치의 관계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 식품 산업의 전략적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 ESG의 위기와 적응의 시대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 먼 나라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의 ESG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AI 기술 발달과 지속가능성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 바이오제ㆍ제약 산업의 지속가능 중대 이슈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 지속가능성 교육을 지속가능하게 해주세요!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공급망 ESG 평가 및 실사를 위한 제안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애플, 마더 네이처, 그리고 지속가능경영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공급망 실사, 전략적 접근법은?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지속가능성을 향한 담대한 전환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성공적인 지속가능보고서, 사업 계획 단계부터 시작해야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한미 관세 협상 타결, ESG 실무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변화의 신호
- 【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밸류업과 ESG, 공존을 넘어 통합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