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산체스 베이조스 어스 펀드 의장(가운데), 제프 베이조스 의장 / 베이조스 어스 펀드 X(트위터)
로렌 산체스 베이조스 어스 펀드 부의장(가운데), 제프 베이조스 의장(오른쪽) / 베이조스 어스 펀드 X(트위터)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 자선 단체인 베이조스 어스 펀드(Bezos Earth Fund)가 탄소 배출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일(현지 시각) "전문가들이 빅테크와 자선 단체들의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등 기후 이니셔티브들과의 관계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자선 위원회(UK Charity Commission)는 "SBTi의 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특히 이해관계 충돌과 관련하여 조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이조스 어스 펀드, SBTi의 최대 후원자

베이조스 어스 펀드(이하 베이조스 펀드)는 SBTi의 최대 후원자 중 하나다.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베이조스와 그의 약혼자인 로렌 산체스가 의장과 부의장을 맡고 있는 베이조스 펀드가 SBTi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SBTi는 기후 과학에 따른 배출량 감축 및 넷제로 달성 모범 사례를 정의하고 기업들의 기후 목표를 평가, 검증하고 있다.

베이조스 어스 펀드는 또 다른 기후 관련 표준 설정 기관인 온실가스 프로토콜(GHG)도 후원하고 있다. 온실가스 프로토콜도 탄소 상쇄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하고 있다. 베이조스 펀드가 공동 설립한 '기후 및 자연 금융 협력체(Climate and Nature Finance Collaborative)'는 자발적 탄소 시장을 지원하는 전략을 구축할 수 있는 직원을 찾고 있다고 최근 공고를 냈다. 현재 자발적 탄소 시장의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2년 반 전 베이조스 펀드의 CEO 앤드류 스티어는 아마존, 넷플릭스, 제너럴 모터스를 포함한 대형 미국 상장 기업 그룹과 SBTi 이사회 및 경영진의 만남을 요청했다. 스티어는 2022년 이메일에서 SBTi의 '유연성 부족', 특히 탄소 크레딧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을 표명했다.

베이조스 펀드는 "베이조스 펀드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스티어의 이메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후원금 수령자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신경을 쓴다는 것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SBTi, 탄소 상쇄 인정을 둘러싼 논란 겪어

지난 4월, SBTi의 이사회는 스코프 3의 목적에 따라 탄소 상쇄 크레딧 사용을 확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여 논란에 휩싸였다. 탄소 상쇄의 인정 여부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데이터 센터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배출량이 급증하는 시점에서 빅테크 기업에 중요한 결정이 될 수 있다. 탄소 크레딧은 일반적으로 공급망 배출량을 줄이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기후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탄소 크레딧을 선호하고 있다.

FT는 일부 기업들이 탄소 크레딧 사용을 배출량의 10%로 제한하는 SBTi의 규정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강화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SBTi 목록에서 제외된 수백 개의 기업에 포함됐다.

아마존은 SBTi의 대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는 기후 서약에 서명했지만, 자체 배출량을 줄이는 것과 상쇄 크레딧 구매의 비율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베라(Verra)와 함께 자발적 탄소시장 인증 프레임워크 '아바쿠스(Abacus)'를 개발했다. 

 

영국 자선 위원회, SBTi에 이해 상충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조언 계획

아마존과 가까운 한 인사는 베이조스 펀드와 아마존이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말하며 "우리는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BTi의 전직 직원은 지난 7월 영국 자선 위원회에 베이조스 펀드가 기후 기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베이조스 펀드는 SBTi 이사회 멤버 3명을 고용한 조직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영국 자선 위원회는 SBTi의 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특히 이해관계 충돌과 관련하여 조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이조스 펀드는 "영국 자선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BTi는 "우리는 명확한 운영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해관계 충돌에 대한 선언문을 포함하여 운영 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과 베이조스 펀드가 저렴한 탄소크레딧을 선호하도록 기후 기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후 공약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SBTi 내부 관계자들 또한 기후 정책 회의에서 탄소 및 에너지 배출권 로비스트들이 다수 참석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SBTi 내부의 갈등, 특히 CEO 루이즈 아마랄의 사임은 외부 압력 속에서 엄격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후 기준을 유지하는 데 있어 SBTi가 직면한 긴장을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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