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외부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 3(Scope 3) 관리 방안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가 발표한 ‘탄소 상쇄’ 인정 정책이 결국 ‘빅 오일의 승리’이자 에너지 전환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SBTi는 지난 4월 11일(현지시각) 기업들의 스코프 3 측정에 환경속성인증서(EAC) 등 탄소배출권을 이용한 탄소 상쇄를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SBTi는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온실가스 감축 협의체로, 탄소공개프로젝트(CDP),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결성했다.

 

SBTi, 스코프 3 감축 수단으로 탄소상쇄 허용 안 할 듯... 

가능성은 열어둬 

SBTi의 발표에 당시 외부 전문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내부 구성원들 또한 루이즈 아마랄(Luiz Amaral) 최고경영자(CEO)와 이사진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탄소상쇄권을 스코프 3 감축 수단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결국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돈 주고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조직 안팎으로 격렬한 반발이 이어지자 지난 7월 아마랄 박사는 CEO직에서 사임했다.   

SBTi 경영진의 주장에도 나름의 논리는 있다. 공급망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스코프 3 특성상 정밀한 집계가 어려울 뿐 아니라, 탄소집약적 산업의 경우 기업들이 직면해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탄소집약적 산업은 결국 석유 및 가스업계다.

현재 SBTi는 원칙적으로 탄소상쇄를 인정하지 않고, 넷제로 90%를 달성한 뒤 어쩔 수 없는 나머지 10%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탄소 상쇄를 인정해주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다.  

그러나 감축 실적 기준 완화 방안이 실질적인 기후 대응 효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많은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기후 공약을 발표했지만, 유의미한 이행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배출 감소 노력 없이도 배출량을 줄인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탄소상쇄’까지 허용되면 기업들의 그린워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현재 UN 사무총장의 넷제로 배출 전문가 그룹 의장이자 전임 캐나다 전임 환경 및 기후변화부 장관 캐서린 맥케나(Catherine McKenna) 또한 “화석연료 업계가 돈으로 기후 목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맥케나 의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석유업계는 수익 확대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게을리하고 있다. 석유업계 경영진은 세금으로 더 많은 보조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월스트리트 또한 화석연료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SBTi가 당장 탄소상쇄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BTi가 내년 ‘기업 넷제로 표준’ 개정을 앞두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발표한 중간 보고서를 보면, “다양한 종류의 탄소상쇄권들이 의도된 기후위기 완화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기업 넷제로 표준’ 개정안의 핵심은 탄소상쇄 허용 여부다. 

이번 보고서에서 SBTi는 대체적으로 탄소상쇄가 효과가 없고 기후 금융의 사용처를 분산시켜 넷제로 전환을 늦추는 위험도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실제 효과가 있는 소수의 탄소상쇄권이나 탄소상쇄 프로젝트에 대한 운영 조건 및 특징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탄소상쇄 도입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가능성 자체는 열어뒀다.

SBTi는 올해 말 기업 넷제로 표준 개정안을 마련, 2025년에는 확정할 계획이다.

 

ESG 펀드, 다시 순유입... 

빅 오일이 갈 길은 투자 유치 통한 '저탄소 전환'

화석연료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은 오히려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도이체방크 자산관리부서 최고투자책임자(CIO) 마르쿠스 뮐러(Markus Mueller)는 “ESG 펀드의 순유출이 저점을 찍었다”며 ESG 투자에 대한 전 세계적인 반발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ESG 투자 흐름이 반등하고 있는 이유로 각국 정부의 규제 완화를 지목했다. 과거 엄격하게 제한되었던 ESG 투자 규제가 조정되면서 석탄발전소 등 화석연료 자산에도 기후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명 ‘전환 전략’ 투자다.

뮬러 CIO는 전반적으로 ESG 투자 기조가 유연해진 만큼, 석유 및 가스업계가 이를 활용하여 전략적인 넷제로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ESG 자금 흐름. ESG 펀드, 1분기 순유출 후 2분기 신규 자금 유입 / 블룸버그 
글로벌 ESG 자금 흐름. ESG 펀드, 1분기 순유출 후 2분기 신규 자금 유입 / 블룸버그 

실제로 블룸버그는 ESG 펀드가 지난 1분기 순유출을 극복하고 2분기에는 순유입을 기록했다며, 이는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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