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의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더욱 큰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이에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유럽연합(EU)도 9일(현지시각)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의 찬반여부를 표결할 예정이다. 

격화되는 관세 경쟁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연속된 증시 하락으로 인해 심각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중국에 초강수 최후통첩…보복관세 철회 안 하면, 50% 추가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34% 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중국산 제품에 5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도 관세 부과를 중단할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공정한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는 미국 시장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8일 "미국의 50% 관세 추가 인상 위협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이 격상한 관세 조치를 이행하면 중국은 단호히 반격 조치를 취해 합법적으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주미대사관 류펑위 대변인도 "트럼프의 위협은 전형적인 일방주의와 경제적 괴롭힘"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백악관 내부에서도 관세 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감지된다. 폴리티코는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무역협상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관세 정책의 명확한 출구전략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금융시장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관세가 협상 카드일 뿐 영구적 정책이 아님을 강조하라는 취지로 확인된다.

백악관 경제자문 케빈 해셋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는 전략을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며 강경노선이 지속될 것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과 농업에 유리한 제안이라면 분명 경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관세에 추가 관세로 응수하겠다고 말했다./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관세에 추가 관세로 응수하겠다고 말했다./백악관

 

EU, 25% 보복관세 카드 꺼내…회원국 찬반 표결 돌입

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 단호한 대응과 협상 여지를 동시에 내비치는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내부문서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관세 부과 예정 품목은 ▲대두 ▲옥수수 ▲쌀 ▲아몬드 ▲오렌지 주스 ▲크랜베리 ▲담배 ▲철강 ▲알루미늄 ▲선박 ▲자동차 ▲섬유 ▲의류 ▲화장품까지 광범위하다. EU 이사회는 오는 9일(현지시각) 이 계획의 통과 여부에 대해 표결할 예정이다.

유럽통계청(Eurostat)이 2024년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보복관세 대상으로 지정된 미국 수출품의 규모는 221억유로(약 36조원)로, 당초 EU 집행위가 검토했던 금액보다 축소됐다. 이는 주류 등 일부 품목의 제외를 요구한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의 로비가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EU 회원국 사이에서는 대응 수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스페인은 '반강제조치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ACI)'이라는 무역 제재 수단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로베르트 하벡 경제장관은 "ACI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이는 관세 정책을 훨씬 넘어서는 조치로 디지털 서비스까지 제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스페인의 카를로스 쿠에르포 경제통상장관도 "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ACI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ACI는 관세 외에도 미국 기술·금융 서비스 산업까지 제재할 수 있는 EU의 최후 무역 제재 카드로 그간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다.

반면 아일랜드와 이탈리아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맞대응을 경계하고 있다. 아일랜드 외교통상장관 사이먼 해리스는 "ACI 발동은 긴장 완화가 필요한 시점에 긴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며,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타자니 외무장관은 보복관세 발효를 15일(현지시각)에서 30일로 연기하는 방안까지 제안했다.

EU 집행위도 미국에 협상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EU 무역 집행위원 마로시 셰프치오비치는 "미국과 상호 수용 가능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며 "산업재에 대한 '상호 무관세(zero-for-zero tariffs)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관세 충격에 글로벌 증시 동요…청정에너지 산업 직격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글로벌 금융시장과 산업계에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주식시장은 관세 발표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대만 증시는 7일 하루 동안 10%에 가까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반도체와 전자부품 제조사들이 급락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해 중국 국부펀드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나섰다.

미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S&P500 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며 연중 최저점까지 추락했다가 0.2% 하락으로 마감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애플 주가는 3.7% 하락했다. 기업들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아우디는 2일(현지시각) 이후 미국에 도착한 차량들에 25% 관세가 부과되자 자동차 반출을 중단했다. 항공부품 업체 하우멧 에어로스페이스도 관세의 영향을 받는 부품의 선적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JP모건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액먼은 더 강한 어조로 "극심한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관세 정책이 장기적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 그룹은 "관세가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단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 수 있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기후 대응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청정기술 비용이 이미 미국에서 다른 국가보다 높은 상황에서 관세로 인해 가격 상승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정에너지 산업은 관세 충격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산업은 이미 높은 무역장벽에 직면해 있어 추가 관세로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바스 수드마이어 상무이사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의 경우 원자재 85%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이를 단기간에 국내 생산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세 충격은 아시아 국가들에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EU에는 20% 관세를 부과하지만, 캄보디아에는 49%의 고율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캄보디아는 대미 수출 중 청정에너지 제품 비중이 9%로, EU의 1%보다 훨씬 높아 타격이 클 전망이다.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전역의 청정에너지 관련 제품 수출국들도 고율 관세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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