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 갈등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는 16일(현지시각) 미국 산업용 수처리 및 위생 솔루션 기업 이콜랩(Ecolab)이 관세 부담 전가를 위해 5월 1일부터 자국 내 전 제품과 서비스에 5%의 추가 요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수처리 기업은 산업시설에 살균제, 세척제, 정수 설비, 위생 장비 등을 공급하며, 이들 제품의 핵심 부품인 포장재, 펌프, 밸브, 화학약품 원료 등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이콜랩이 가격 인상에 나선 것도,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원자재와 부품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조치다.
글로벌 관세 충격, 美·中 무역전쟁 격화가 기폭제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응해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최대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이콜랩의 크리스토프 벡(Christophe Beck) CEO는 “중국에 부과된 145% 관세와 10%를 초과하는 글로벌 관세가 일부 원자재, 포장재, 장비 비용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자체 공급망 조정을 통해 가격 인상 폭을 5%로 제한했지만,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콜랩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은 전체 매출의 52.8%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본사는 미네소타주 세인트폴(Saint Paul)에 있으며, 전 세계에 99개 제조시설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기업, 가격 인상·공급망 조정 등 대응 본격화
이콜랩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고율 관세에 대응한 가격 조정과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는 5월 1일부터 미국 내 제품 가격을 전면 인상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 시장 둔화와 미국 내 수요 지속을 고려해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전략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쉬인(Shein)과 테무(Temu)도 오는 4월 25일부터 미국 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가 소액 수입품 면세 기준인 800달러(약 113만원)를 폐지하고, 중국 제품에 145% 관세를 적용하면서 저가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제약업계에서는 일라이 릴리(Eli Lilly), 노바티스(Novartis) 등이 브랜드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건강보험 계약 구조상 소비자에게 단기적으로 전가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이 일시적으로 비용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콜럼비아 스포츠웨어(Columbia Sportswear)는 일부 생산 거점을 중앙아메리카로 옮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스탠리 블랙 앤 데커(Stanley Black & Decker)는 관세로 인한 연간 9000만달러(약 1276억원)의 비용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고율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은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기업들은 생산 거점 다변화, 현지화 확대 등으로 공급망 구조를 전면 재편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윌리엄 블레어(William Blair)의 팀 멀루니(Tim Mulrooney) 애널리스트는 “관세 인상으로 인한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선제적 가격 조정”이라며 “향후 수요 위축 여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