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250명 기업임원 설문, "저탄소 투자가 더 필요한데 자본 회수해버리는 역설"

 

2020년을 뒤덮은 글로벌 기업들의 넷제로 선언 열풍에 이어, 이제 혹독한 검증이 이들을 뒤따르고 있다. CA(Climate Action) 100+는 지난 22일 넷제로 전환 선언기업들의 첫 벤치마크를 공개했다. CA 100+는 파리기후협정 달성을 위해 2017년 결성된 글로벌 투자자 이니셔티브로, 블랙록,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 545개 이상의 투자자들이 서명했으며, 이들의 자산 총 규모는 54조달러(6경1100조원)에 달한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83개 중점기업이 넷제로 전환을 야심차게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완전히 밝힌 기업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또 어떤 기업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와 미래 자본지출을 일치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Scope)3 감축은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2050년 혹은 그 이전에 넷제로 선언을 한 83개 중점기업 중 절반 가량(44%)이 스코프3 감축에 대한 계획은 현재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050년 장기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명확한 단기 및 중기목표까지 세운 기업도 매우 적었다. 중기목표를 정한 기업 107곳 중에서 모든 평가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21곳에 불과했고, 단기목표를 정한 기업 75곳 중에서 모든 평가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8곳에 불과했다.

넷제로 전환에 맞춰 미래의 자본지출을 재조정한 기업은 6곳 뿐이었다. 파리협정이 권유한 지구 평균온도 1.5도 온도 상승 목표치에 맞게 자본지출을 조정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139개 기업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이사회 차원의 감독을 하고 있지만, 이중 3분의 1 정도만 회사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임원 보수를 연계하고 있었다. 또 평가기업의 4분의 3에서 TCFD 기준에 맞게 기후공시를 추진하지만, 10%만이 1.5도 시나리오에 맞는 기후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CA100+는 이번 결과에 대해 “이 벤치마크 소식의 일부가 고통스럽다는 점을 알지만, 우리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솔직하지 않는 한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9개 지표, 즉 ▲2050(혹은 이전)까지 온실가스 순제로 배출 ▲장기(2036~2050) 감축목표 ▲중기(2026~2035) 감축 목표 ▲단기(2025년까지) 감축목표 ▲탈탄소화 전략 ▲자본조정 ▲기후정책관여 ▲기후 거버넌스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공개 등으로, 마지막 10번째 지표인 공정한 전환은 향후 추가될 예정이다. 평가는 Transition Pathway Initiative, Carbon Tracker Initiative, 2° Investment Initiative 및 InvestmentMap을 비롯한 연구 파트너가 지원했다. 벤치마크는 매년 갱신될 예정이다. 

 

미국계 임원 250명 설문, 71% "2030년 이후까지 기후조치 미룰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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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서는 실제 넷제로를 추진해야 하는 기업의 현실과 고충이 그대로 담긴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스탠다드차타드(SC)가 미국계 기업 고위임원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4%가 “넷제로를 운영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은 넷제로 전환시 미국 기업들이 직면하게 되는 장벽과 성과 등을 조사했다. 녹색 정책 수립에 대한 압박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임원의 62%는 “저탄소 전환의 이익이 비용을 넘어설만큼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임원의 71%는 “2030~2050년까지 기후조치를 미룰 계획”이라고 답해, 보고서는 202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했다. 임원들의 주요 불만 사항은 기업이 저탄소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임에도 탄소 집약적 산업으로부터 사실상 자본을 회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역설적 상황’이었다. 경영진의 70% 이상은 “기후 리스크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규제와 이를 자산 가치로 매기는 현 상황에선 넷제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임원들이 설문조사에서 제기한 다른 지적사항으로는 공급망 배출에 대한 가시성(visibility) 및 통제(control)가 없다는 우려(64%), 탄소 감축 등 전환에 필요한 기술 부재(51%), 성공적인 전환 달성에 대한 과감한 비즈니스 리더십 부재(78%)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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