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금계획투자위원회(CPP Investments, 이하 CPPIB)는 2050년까지 설정했던 넷제로 목표를 3년 만에 철회했다고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 캐나다 현지 매체인 글로브 앤 메일이 보도했다.
7144억 캐나다달러(약 712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이 연기금은 웹사이트에서 넷제로 목표 철회 이유를 설명하며 캐나다의 법적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CPPIB는 “이 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표준화된 배출량 지표와 중간 목표를 적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고 밝혔다.
주주 행동주의 단체인 시프트(Shift Action for Pension Wealth and Planet Health)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캐나다 연금계획투자위원회 웹사이트의 FAQ 섹션에서 이런 변경 사항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시프트는 성명을 통해 CPPIB의 결정을 비판하며, “근로자와 은퇴한 캐나다 국민의 장기적인 공동 저축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글로벌 상황 반영한 것, ESG 투자는 유지”
이러한 정책 변화의 중심에는 캐나다 경쟁법(Competition Act)이 있다. 2024년에 개정된 이 법은 기업들이 환경 관련 주장을 할 경우, 국제적으로 검증된 기준에 따라 근거를 입증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캐나다의 여러 천연자원 회사들이 이 법에 대응해 공공 환경 홍보물을 삭제했다. 지난 7일, 캐나다 최대 규모 은행인 캐나다왕립은행(RBC)도 5000억 캐나다달러(약 498조원) 규모의 지속가능금융 목표를 공식 철회하며 이 법의 개정을 배경으로 언급했다.
현지 매체인 글로브 앤 메일(globe and mail)에 따르면, CPPIB는 C-59 법안으로 알려진 이 법안의 명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RBC 탈퇴이후, TD은행, 몬트리올은행(BMO), 캐나다국립은행(National Bank of Canada), 캐나다제국상업은행(CIBC) 등 다른 대형 캐나다 은행들도 기후 관련 공시와 목표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잇따른 탈퇴를 선언했다.
지난 4월, 캐나다증권관리위원회(CSA)이 기후 관련 의무 공시 도입과 다양성 공시 규칙 개정 작업을 전면 보류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후 관련 의무 공시 도입을 유예한 것도 주요 금융기관들이 넷제로 목표를 완하하는 중요한 맥락으로 작용했다.
CPPIB의 글로벌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미셸 르듀크(Michel Leduc)는 글로브 앤 메일에 “캐나다 경쟁법은 이번 결정의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CPPIB가 전 세계 여러 관할권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관할권에서 규칙이 지속적으로 변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르듀크는 “CPPIB가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복잡성을 고려하고 전략적으로 철수를 피하는 일관되고 장기적인 접근 방식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CPPIB는 웹사이트를 통해 2020 회계연도 이후 포트폴리오의 탄소 발자국이 41% 감소했다고 밝히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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