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증권관리위원회(CSA)가 기후 관련 의무 공시 도입과 다양성 공시 규칙 개정 작업을 전면 보류한다.  

CSA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글로벌 경제 불황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 경쟁력과 회복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CSA는 새로운 기후 공시 규정 마련과 이사회 및 경영진 성별 다양성 공시 개정 논의를 중단했다. 다만 비벤처기업(규모 있는 상장사 등)에 한해서는 이사회와 경영진 내 여성 대표성 공시 의무는 유지된다.

이번 결정은 2024년 12월 캐나다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CSSB)가 제정한 최초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CSDS 1, CSDS 2) 발표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나왔다. CSA는 당시 CSSB 기준을 바탕으로 기후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방향을 선회했다.

캐나다 증권 당국/chatgpt 이미지 생성

 

"경쟁력 최우선" 내세운 CSA…공시 개혁 중단

CSA는 신규 규정 도입은 보류하지만, 기후 리스크가 여전히 기업 경영의 핵심 사안임을 강조했다. 현행 증권법상 상장기업 및 주요 증권 발행사는 중대한 기후 리스크를 다른 중요 정보와 동일하게 공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CSA는 "기후 및 다양성 공시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허위공시나 그린워싱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지침 제공과 집행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양성 공시와 관련해서도 2023년부터 이사회 및 경영진 성별 다양성 확대 방안을 논의했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기존 국가기준서 58-101(National Instrument 58-101)에 따라 비벤처기업은 여성 대표성 현황을 계속 공시해야 한다. 국가기준서 58-101란 캐나다 전국 증권당국이 공동 제정한 규정으로, 상장기업의 이사회 및 경영진 내 성별 다양성 현황 공시를 의무화한 기준을 말한다.

CSA는 "향후 몇 년 이내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겠다"며, 규제 재개 시 발행사들에게 충분한 사전 통지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 "시장 신뢰 훼손" 우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사실상 새로운 기후 공시 의무 도입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지속가능성 공시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캐나다가 규제 강도를 낮추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와 투자 매력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바버라 즈반(Barbara Zvan) 온타리오대학교 연기금운용사(University Pension Plan Ontario) CEO는 "신뢰할 수 있고 표준화된 정보는 투자 판단의 핵심"이라며, "기후 공시는 국제 기준 준수와 글로벌 자본 유치, 무역 접근성 확보의 필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전 세계 35개국이 ISSB 기준을 채택하거나 도입을 예고한 상황에서 캐나다가 또다시 뒤처질 위험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비영리단체 책임투자협회(RIA) 패트리샤 플레처(Patricia Fletcher) CEO도 "투자자들은 일관되고 고품질의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으며,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은 캐나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 환경디펜스(Environmental Defence) 소속 줄리 시걸(Julie Segal) 기후금융 프로그램 책임자 또한 "CSA는 퇴보하고 있다"며 "기업 준비 부족, 투자자 정보 부족, 경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를 보호하려면 완전한 기후 위험 공개와 신뢰할 수 있는 전환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캐나다는 이번 결정에 앞서 금융감독청(OSFI)이 금융기관들의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의무를 조정한 바 있다. 당시에도 간접 배출량 데이터 수집과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3년의 유예 기간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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