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에너지 인프라 기업 스남(Snam)이 세계 최초로 스코프 1·2·3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모두 포함한 지속가능성 연계채권(SLB)을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20억달러(약 2조8400억원)로, 유럽 규제 발행기관 가운데 올해 최대 규모다.
스남은 27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이번 채권이 미국 자본시장에서의 첫 데뷔임과 동시에 자사 전체 약정 자금의 86%가 지속가능금융으로 구성되는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SLB는 스남이 4월 발표한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에 따라 발행됐으며, 해당 채권의 성과 기준은 온실가스(GHG) 감축 목표와 연계된다. 스남은 스코프 1·2 배출량을 2027년까지 25%, 2035년까지 50%, 2050년까지 90% 감축하며, 스코프 3은 2032년까지 35%, 2050년까지 9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50년까지 스코프 1~3 전 영역에 걸쳐 넷제로 달성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며, 전체 배출량의 최대 10% 까지 상쇄(offset)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번 SLB 발행을 통해 스남의 전체 자금조달 중 지속가능금융 비중은 86%에 도달했으며, 2029년까지 90% 달성을 목표로 한다.
스코프 1-3 통합 연계 채권으로 발행 규모 대비 5배 몰려
이번 채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일정 요건을 갖춘 미국 내 기관 투자자와 미국 외 지역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됐다. 스남은 이번 채권을 통해 전체 중장기 자금 조달 비중의 10% 이상을 외화로 운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고스티노 스코르나옌키(Agostino Scornajenchi) 스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행은 자사의 지속가능 경영전략을 뒷받침할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할 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는 데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은 5년, 10년, 30년 만기의 세 개의 트랜치(tranche)로 구성됐으며, 총 발행규모보다 5배가 많은 100억달러(약 13조7240억우언) 이상이 몰렸다. 이번 채권의 공동 주간사로 바클레이즈,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HSBC, JP모간, 모건스탠리, SMBC, 소시에테제네랄 등이 참여했다.
스남은 40억유로(약 6조44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성 연계 리볼빙 크레딧도 확보한 바 있으며, 향후 스코프 3 감축 역량 강화를 위한 자금 운용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아고스티노 스코르나옌키 CEO는 "미국 채권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는 스남의 재무 건전성과 기후전환 전략에 대한 신뢰를 방증한다"며, “글로벌 자본시장의 진출은 장기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무디스, SLB 규모 증가하지만 투명성ㆍ제3자 검증 강화 필수
무디스가 발간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지속가능성 연계채권(SLB) 발행 규모는 350억달러(약 49조7천억원)로 전년 대비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LB는 지속가능 목표 달성과 연계된 조건에 따라 금리나 발행 조건이 달라지는 구조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수년간 목표 설정의 신뢰성과 검증 방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무디스는 “SLB 시장은 구조적 복잡성과 신뢰성 검증 이슈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발행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가 실제 달성 가능한지, 평가 기준이 명확한지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기업이 느슨하거나 모호한 목표를 설정한 채 자금 조달에 나섰던 과거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SLB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이는 시장 전반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선도 기업이 고도화된 SLB를 발행한 사례도 있지만, SLB가 전반적인 확대세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무디스는 향후 SLB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지표 설계의 투명성, 성과 목표의 실현 가능성, 제3자 검증 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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