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스파고, 기후 목표 달성 현실적으로 어려워... "고객들이 스스로 설정한 지속가능성 목표 지원할 것"
- 금융권 ESG 공약 흔들… HSBC도 넷제로 목표 20년 연기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Wells Fargo)가 2050년까지 금융 배출량(Net-Zero Financed Emissions) 넷제로 목표를 철회했다.
28일(현지시각), 웰스파고는 공식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탄소 집약적 산업(석유·가스, 전력, 항공, 철강, 자동차) 대출 감축 목표도 포기한다고 밝혔다.
웰스파고, 기후 목표 달성 현실적으로 어려워...
"고객들이 스스로 설정한 지속가능성 목표 지원할 것"
웰스파고는 이번 결정에 대해 목표 달성이 "자사의 통제 밖에 있는 요인들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 변화, 소비자 행동 변화, 그리고 저탄소 기술 발전이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기후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은행 측은 앞으로는 금융 배출 감축 목표보다는 "고객들이 스스로 설정한 지속가능성 목표를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배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미국 내 정치적 환경 변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는 파리협정 재탈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참여 중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초당적 인프라법(BIL) 관련 기후 대응 예산 집행 보류 등의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실제로 금융권 전반에서는 넷제로 목표 후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웰스파고는 지난해 12월 고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함께 넷제로 은행 연합(NZBA)에서 탈퇴했으며, 이후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시티그룹(Citigroup),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등 다른 대형 은행들도 탈퇴를 결정한 바 있다.
금융권 ESG 공약 흔들… HSBC도 넷제로 목표 20년 연기
이러한 변화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에라 클럽(Sierra Club) 지속가능 금융 캠페인 책임자 벤 커싱(Ben Cushing)은 웰스파고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커싱 책임자는 "이것은 기후 위기를 해결할 기회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화석 연료 금융을 제공해온 은행이 이제 와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웰스파고가 지속가능 금융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2050년까지 금융 배출량 넷제로 목표 및 2030년까지 고배출 산업에 대한 대출 감축 목표는 철회했지만, 본사 운영 및 자체 인프라(사옥, 데이터센터 등)에서의 탄소 감축 목표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융 활동과 관련된 기후 목표는 철회했지만, 자체적으로 수행 가능한 감축 목표는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금융권의 ESG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HSBC의 최근 결정에서도 드러난다. HSBC는 지난 19일(현지시각) 기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했던 운영 및 공급망 넷제로 목표를 2050년으로 20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를 두고 "금융 산업이 워싱턴의 정치적 분위기 변화에 따라 ESG 약속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글로벌 은행, 지속가능성 담당 조직 축소…기후 대응 지연·정치적 반발 영향
- NZBA, 1.5도 목표 폐기 검토…탈퇴 러시에 자구책 마련
- 호주 맥쿼리 NZBA 탈퇴...글로벌 금융권 '넷제로 이탈' 가속
- 월가 대형 은행들, NZBA 잇따라 탈퇴... 금융업계 기후대응의 행방은?
- ING, ‘기후책임’ 소송 직면…“유럽 은행권 겨눈다”
- 美 기업들, 트럼프 복귀 후 ‘그린본드’ 외면…ESG 채권 발행 89% 급감
- NZBA, 결국 후퇴…“1.5도 목표 의무 아냐”
- HSBC 투자자, 은행의 기후 목표 약화에 대응해 탄소중립공약 확인 요구
- 미 민주당 상원의원, 월가 ‘기후 후퇴’ 정조준
-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탄소 중립 목표 조용히 포기
- HSBC, 영국 은행 최초로 NZBA 탈퇴…다른 은행 연쇄 탈퇴 우려
- HSBC 탈퇴 후폭풍…英 친환경 기업들 거래 이전, “6억파운드 매출 이탈”
- 스탠다드차타드 CEO “NZBA 탈퇴? 법보다 평판 리스크가 더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