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에 비해 소극적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도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및 ESG 경영을 챙기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12일 김범수 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ESG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발표했고,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이사회 산하의 투명성위원회 기능을 확대해 ESG위원회를 별도로 신설했다. 그동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던 두 조직이었지만, 네이버는 최근 ‘2020 ESG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했고 카카오도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ESG 전담 추진체계는 어떻게
카카오는 ESG위원회에서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사외이사인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가 참여한다. ESG 위원회 규모로 보면 5~7인(많으면 9인) 정도인 국내 대기업 ESG위원회에 비하면 가장 적은 숫자로 다양성 측면이 낮지만, 실질적인 기업 최고책임자인 김범수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ESG 통합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ESG 전략 추진체계에 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 향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ESG위원회에 전사 ESG 리스크 관리와 비즈니스 기회 확대를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최고 협의체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ESG 위원회는 이인무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대표, 정의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의 사외이사와 함께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도 위원으로 참여해 총 4인으로 구성돼 있다.
네이버는 ESG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와의 주요 접점을 가진 CFO 조직 산하에 ESG 전담조직을 신설할 계획을 수립하고, 글로벌 리더 수준의 ESG 경영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ESG 전담조직은 전사 유관부서에서 추진하는 개별 ESG 추진과제를 관리하고, 외부 이해관계자 요구사항에 기반한 가이던스(Guidance)를 제시하고, 연 4회 이사회 내 ESG 위원회에 과제 추진현황과 관련한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또 2021년에는 환경 부문 전담조직을 정비해, 전사 시설관리,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비즈니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ESG 핵심 사안은 환경과 사회
카카오는 이번 발표에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 공표했다. 기업 지배구조헌장에는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이해관계자 △시장에 의한 경영 감시 등 5개 영역에 대한 운영 방향과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회의 감독 아래, 경영진은 책임 경영을 수행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담았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이해관계자와의 약속(Commitment)’의 형태로 헌장을 공표하는 사례가 많은 반면, 국내기업은 ‘기업시민헌장’을 발표한 포스코 등 몇몇을 제외하면 이 같은 헌장이 많지 않은데 눈에 띄는 조치다.
카카오는 이달 4일에는 구성원과 비즈니스 파트너의 인권 보호 및 이용자 정보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 디지털 책임, 친환경 지향 원칙을 담은 ‘인권경영선언문’을 대외에 공개하기도 했다. 2018년 1월에는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인공지능(AI) 기술개발 및 윤리 규범을 담은 ‘알고리즘 윤리 헌장’을 발표했다. 이용자 프라이버스 보호를 위해 2012년부터 매년 두 차례 투명성 보고서를 자율적으로 발행해오고 있다.
☞기업지배구조헌장: https://www.kakaocorp.com/ir/managementInformation/bestPracticeCorporateGovernance
알고리즘 윤리 헌장: https://www.kakaocorp.com/kakao/ai/algorithm
인권경영선언문: https://www.kakaocorp.com/kakao/introduce/businessAndHumanRights
한편, 네이버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재무, 비재무 성과를 통합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을 밝혔다. 네이버는 2040년까지 배출되는 탄소량보다 더 많은 탄소량을 감축하는 ‘카본 네거티브(Carbon Negative)’ 목표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성숙 대표는 보고서에서 “이미 기술혁신과 비대면 시대 도래로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각과 세종 제2인터넷 데이터센터(IDC) 완공을 고려하면 네이버의 탄소배출량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에 필요한 컴퓨터 서버와 통신장비, 저장장치 등이 설치된 시설을 말한다. 서버 운영에 막대한 전력이 들어가는 만큼 탄소 배출량도 많다. 실제로 네이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5만 7080톤(tCO 2 e)에서, 2018년 7만2416, 2019년 7만8712톤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탄소네거티브를 달성하기 위해 한 대표는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저감 솔루션 투자 등을 적극 검토하고 향후 친환경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이 보이지는 않는다.
카카오 또한 2023년 준공을 목표로 한 친환경데이터센터를 준비중이어서, 양사 모두 ESG 중 환경 부문이 우선순위로 부각되고 있다.
플랫폼 공정화 등 사회 부문도 중요해질 이슈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상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는 네이버를 비롯한 대형 IT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네이버의 ESG 보고서의 중대성 평가에서, 정보보안, 프라이버시 및 표현의 자유 R&D 기술혁신 윤리 및 컴플라이언스 상생 협력과 소셜임팩트 창출 이용자 만족 등을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밝히고 있다.
사회분야와 관련해 앞으로 2년 동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창작자에게 18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브랜드와 창작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브랜드 커넥트’ 구축, 소상공인과 전문가의 만남을 주선하는 ‘엑스퍼트 포 SME’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12일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장소 추천서비스 ‘스마트어라운드’에 쇼핑 탭을 신설했다. 이 탭을 통해 이용자에게 지역 소상공인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돕겠다는 것이다.
정보보안. 플랫폼 생태계 공정성 등 IT기업들의 S(사회) 부문도 향후 중요해질 이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