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를 이사회의 정기적인 안건으로 다루는 미국 기업의 비율이 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100대 상장사 중 이사회 산하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

삼일회계법인 감사위원회센터가 발간한 '감사위원회와 지배구조 제13호'에 따르면 기업 62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SG를 정기적으로 이사회 안건에 포함한다는 미국 기업은 지난해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34%에서 11%p 상승한 수치다. 또한 ESG와 관련된 회사의 활동을 공시하는 것이 경영진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사도 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기 침체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관투자자들은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 기업의 이사들 역시 경영진이 우선시해야 할 어젠다로 ESG를 꼽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1%의 기업이 "이사회 내 ESG 전문 지식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사회 내에서 ESG를 다루고,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60%의 기업은 환경과 지속가능성 분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년에 비해 기후변화에 대해 기업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를 늘려야 한다고 답한 기업의 수가 많았다./삼일회계법인
특히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를 늘려야 한다고 답한 기업의 수가 많았다./삼일회계법인

보고서는 "ESG는 기업이 관리해야 할 위험요소이면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사회 안건으로 ESG를 다루면서, 위기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의 운영 전략과 목표를 재설정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일감사위원회센터는 이사회가 ESG 감독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 4가지를 제시했다. ▲목적과 전략을 연결시키고 ▲올바른 지표를 사용해 신뢰할 수 있는 ESG 정보를 수집하고 ▲ESG 공시로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비즈니스 전략과 ESG 전략의 합치성을 감독하는 것이다. 

삼일감사위원회센터는 "기업의 위기 상황은 이사회의 전문성 제고, 업무 관행 개선, 우선순위 재정립 등을 통한 역할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ESG에 대한 감독 수행은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ESG 정보를 생성하고 올바르게 공시하는지를 기업의 목표와 운영 전략과 연계해 확인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100대 상장사 중 12개만 ESG 위원회 설치

포춘 100대 기업은 63곳에 달해 

반면, 국내의 경우 이사회 내에서 ESG 이슈를 다루는 곳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00대 상장사(자산 규모 기준) 중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도입한 기업은 12개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1개 늘어난 숫자다. ▲KB금융지주 ▲풀무원 ▲신한금융지주 ▲SK하이닉스 등이다. 반면 포춘 100대 기업 중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둔 기업은 63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비해 5배나 많은 기업들이 ESG 위원회를 이사회에 따로 설치한 것이다.

국내 100대 상장사의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 현황/한국기업지배구조원
국내 100대 상장사의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 현황/한국기업지배구조원

국내의 경우 ESG 위원회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 국내 100대 상장사의 위원회 인원은 올해 3.75명으로 집계됐지만, 포춘 100대 기업은 4.37명이다. 대부분 사외 이사로 구성됐다는 점도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위원회 내 사외 이사 비중은 78.33%로 지난해 63.03%에 비해 15%p 증가했다. 위원회 내 평균 사외 이사 숫자는 3.08명을 기록했다.

오윤진 KCGS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도입은 저조한 수준”이라면서 “ESG 경영을 확립하기 위해 관련 위원회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기업이 일률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비용 등의 측면에서 부담이 되기 때문에 기업의 규모를 고려해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부터 이사회내에 위원회 도입을 검토하는 것을 조언했다.

 

KB금융, 가장 적극적으로 위원회 운영 중

SK하이닉스 위원회는 최근 전사차원으로 확대되기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KB금융지주의 ESG위원회는 지난 3월 생겨 설치된 지 1년이 안 됐다. 출범 시기가 빠르지 않았음에도 그룹 내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운영을 한다고 평가됐다. ‘탈석탄 금융’ 선언을 계기로 KB금융그룹은 석탄화력발전 감축을 위해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채권 인수에 대한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2015년 3월에 관련 위원회를 이사회 안에 만들었는데,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4인 등 총 5인으로 구성해 잘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ESG 경영 계획과 성과 논의,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 검토, 사회적 가치 측정 모형 개발 등 다양한 지속가능경영 관련 의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어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풀무원의 경우 2017년 10월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ESG 위원회를 신설한 바 있다. 다만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됐다. 풀무원의 ESG위원회는 매년 1회 이상 위원회를 개최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주요이슈 파악 및 지속가능경영 전략과 방향성 점검, 자문 등의 역할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18년 3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SK하이닉스의 지속경영위원회는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3인, 총 4인으로 구성됐다. 연 4회, 분기당 1회 개최된다. 위원회에서는 ▲회사의 반독점, 반부패, SHE(Safety, Health, Environment), 하도급 등을 포함한 준법경영 체계 및 활동 ▲지속경영 및 사회적 가치 창출 전략 및 성과 ▲주요 CSR 활동, 주요 ESG 현황 및 대응 등을 심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을 살펴보면, ESG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이사가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도 문제”라면서 “ESG 관련 전문 인력을 1인 이상 이사로 선임하도록 규정으로 명문화하거나 관련 전문교육을 도입해 운영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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