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이탈리아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Pirelli)에 대해 ‘사이버타이어(CyberTyre)’ 기술이 중국 국유기업과의 연계로 인해 미국 내 차량 판매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이 4월 25일 자로 작성한 서한에 밝힌 비공식 권고를 전했다. BIS는 피렐리의 '사이버타이어' 기술이 탑재된 커넥티드 차량(Connected Vehicle)을 미국에서 판매하려면, 특정한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했다.
‘사이버타이어’ 탑재 커넥티드 차량 개별 승인 필요 전망
BIS는 민감 기술 거래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이번 평가는 피렐리 측이 제출한 자문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블룸버그 보도 이후 피렐리 주가는 장중 한때 3.3% 하락했다. 발표 전까지만 해도 주가는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9월 국가안보 위험 해소를 위해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규정안을 발표하고 올해 1월 규정을 확정했다. 이번 권고는 미국 정부가 중국 및 러시아산 특정 기술이 탑재된 차량의 수입과 국내 판매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실제로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 보여준다.
피렐리의 ‘사이버타이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타이어 시스템으로, 제동 최적화, 자동 긴급 제동, 자동 감속과 같은 운전 보조 기능을 구현한다. BIS는 이번 서한에서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차량이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 시장에서 기술 적용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피렐리는 페라리(Ferrari), 벤틀리(Bentley Motors) 등 주요 제조사에 타이어를 공급한다.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을 미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어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中 시노켐, 피렐리 지분 37% 보유
피렐리는 현재 최대 투자자인 중국 국유기업 시노켐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다. 시노켐은 피렐리 지분의 37%를 보유 중이며, 미국의 규정에 저촉되지 않도록 주주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23년 ‘골든 파워(Golden Power)’ 권한을 행사해 시노켐의 피렐리 내 영향력을 제한하고 경영진의 자율성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골든 파워는 국가 안보나 전략적 자산과 관련된 외국인 투자를 심사하고 필요시 거부할 수 있는 이탈리아 정부의 특별 권한이다.
피렐리는 지난달 시노켐의 지배구조 지위를 하향 조정하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이사회 15명 중 중국 측 이사 5명이 이에 반대했고, 1명은 기권했다. 비록 시노켐의 지분 매각을 강제하진 않지만, 지배력 약화로 재무적 관점에서 양사 간의 거리를 두는 효과는 발생했다. 새로운 주주 구조에 대한 공식 협의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피렐리의 최고경영자(CEO) 안드레아 카살루치(Andrea Casaluci)는 지난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와의 인터뷰에서 “시노켐과의 (새로운 주주 구조에 대한) 협의 없이는 핵심 기술 개발과 미국 내에서의 추가적인 성장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