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는 대선 전날 2698포인트에서 3년 9개월 만에 3100포인트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활황장의 온기를 느낀 대기 자금들이 빠르게 주식시장으로 모이고 있다. 6월 들어 은행 예금은 감소하는 반면 증권사 예탁금, CMA 등의 잔액은 빠르게 늘어나 6월 중순까지 8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1400만명에 가까운 개인투자자가 존재하는 시대,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개인투자자가 기업과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시점에 개인투자자의 ESG에 대한 인식이 금융 시장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될 때가 되었다. 지난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Anti-ESG가 더욱 고조되었음에도 미국과 유럽의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ESG투자에 대해 높은 관심이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개인들은 어떨까?

 

국내 개인투자자도 ESG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지난해 개인투자자 1000명을 대상으로 ESG에 대한 인식 조사를 수행했다. 국내 개인투자자 중 약 13%가 투자할 때 ESG를 고려할 필요가 매우 크다고 응답했고, 55%가 필요한 편이라고 응답했다. 이를 합치면 약 70%가 ESG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의 개인투자자에 비하면 관심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나, 국내에서 ESG펀드가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예상 밖으로 높은 관심이라고 판단된다. 여기서 우리는 ESG펀드에 관한 관심과 ESG요소에 관한 관심이 같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ESG펀드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ESG와 관련된 리스크나 기회에는 상당한 관심이 있을 수 있다. 

ESG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투자자가 13%다. 개인투자자가 약 1500만 명이라고 가정할 때 대략 2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이 ESG리스크에 대해 고려하고 싶어도 고려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직접 투자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업의 ESG정보 공시는 비교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며, 펀드로 간접 투자할 때는 펀드가 ESG리스크를 고려하는지 알 길이 없다. ESG리스크를 고려하고자 하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직접 투자에 대해서는 기업 ESG 공시 의무화를 통한 ESG정보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외에는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 반면,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에서는 ESG리스크 관리가 점차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공적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신의성실 의무를 가진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기후리스크 등 ESG리스크 관리가 의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펀드의 ESG리스크는 금융 소비자 보호 측면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ESG정보 공시 외에 추가적인 제도적 장치가 도입될 수 있다.

 

제품 생산 관리: ESG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펀드에 투자하는 이들은 투자자인 동시에 펀드라는 금융 상품의 소비자로 볼 수 있다. 빵이라는 제품을 생각해 보자. 빵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법은 ‘생산 과정을 관리’하는 것과 ‘제품의 중요 사항을 표시’하는 것, 크게 보면 이렇게 두 가지다. 빵이라는 제품이 ‘안전’하려면 빵이 생산되는 시설이 깨끗해야 하고, 빵에 들어간 성분이 무엇인지 거짓이나 과장 없이 표시되어야 한다. 

펀드의 ESG리스크와 관련해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먼저 펀드의 생산 과정, 즉 투자 프로세스에서 ESG리스크가 적절히 다루어지는지가 중요하다. EU에서는 이를 위해 2021년 위임법(Delegated Acts)을 통해 조직,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체계에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통합하라는 지침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전사적 리스크 관리 정책에 ESG항목을 추가하고, 전문 역량을 확보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ESG리스크 관리가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고 있다. 영국 연금 감독청은 실무 지침 개정을 통해 연금이 기후리스크 통합 체계를 구축할 것을 의무화했고,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ESG리스크를 평가하도록 요구했으며, 호주에서도 운용사를 포함해 모든 금융기관에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체계에 기후리스크를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 관리 및 공적 연기금 자산 포트폴리오 넷제로 목표 수립 등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한 바 있어 국내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제품 표시 관리: 펀드 공시/라벨링

두 번째는 제품 표시 관리다. 생산 공정이 깨끗하다고 해서 제품이 ‘내게’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지방이 과다 함유된 제품은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 위험하고,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 제품은 위험하다. 마찬가지로 ESG리스크가 최소한의 수준에서 잘 관리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 기준’에서는 여전히 ESG리스크가 높다고 느낄 수도 있고, 혹은 ESG리스크가 너무 과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리스크와 별개로 내 신념에 위배되는 기업에 투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펀드의 제품 표시 제도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SFDR)다. 펀드의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공시해야 하며, ESG를 고려하는 방식에 따라 펀드를 적절한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한다(Article 6, Article 8, Article 9). EU 내 국가별로도 다양한 펀드 라벨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FNG-Siegel이라는 제도를 운영하는데, 이 제도에 따르면 펀드는 ESG관련 역량, 프로세스, 임팩트 지표 등에 따라 별 한 개부터 세 개까지 라벨이 붙는다.

 

삼천피의 시대, ESG리스크를 넘어 오천피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가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4년 12월말 기준 국내 기업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약 1380만 명이다. 2017년 506만 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전체 대한민국 인구의 약 27%에 달하는 규모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 선호가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과 동시에 개인의 주식 투자 의사결정이 개인의 부에 미치는 영향도 증대되었음을 의미한다.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ESG펀드가 인기를 끌지 못하다 보니 ESG투자는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우리나라 개인들이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보다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문화라는 점도 한 몫 했다. 그러나 개인의 ETF 투자 확대, 퇴직연금 내 펀드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할 때 펀드 ESG리스크 관리는 그 중요성이 점차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ESG리스크가 정말 중요하다면, 개인투자자도 ESG리스크를 고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3000p 시대를 맞이한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ESG리스크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5000p 시대로 향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박세원 팀장은

박세원 팀장은 국내 ESG리서치 기관에서 ESG리서치 및 의결권행사 등의 업무를 수행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5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종합자산운용사인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ESG전담부서를 맡아 ESG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체적인 ESG평가 모형을 비롯한 ESG리서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운용부서와 협력하여 ESG요소를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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