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생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 속에 화석연료 사용도 함께 늘며 에너지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 전문기관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는 컨설팅사 커니(Kearney), KPMG와 함께 26일(현지시각) ‘세계 에너지 통계 리뷰(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4년판’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방위 소비 증가…“전기화 시대 본격 진입”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1차 에너지 수요는 전년 대비 2% 증가한 592엑사줄(EJ)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엑사줄은 100경 줄(Joule) 단위로, 약 2억8000만 MWh에 해당하며 수백 개 국가가 수일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규모다.
올해는 석탄·석유·가스는 물론 원자력·수력·재생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원의 소비가 증가했다. 이처럼 모든 에너지 소비가 동시에 늘어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전력 수요는 4% 늘어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율을 웃돌았고, 이는 전기화 추세가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재생에너지는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풍력과 태양광은 전년 대비 16% 증가해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 속도의 8배 이상을 기록했다. 중국이 전체 신규 설비의 57%를 차지하며 성장을 주도했고, 특히 태양광은 2년 만에 설치량이 두 배로 늘었다.
그러나 수요 증가를 상쇄하진 못했다. 화석연료 소비도 1% 넘게 증가했으며, 천연가스는 2.5%, 석탄은 1.2% 각각 늘었다. 석탄은 여전히 세계 최대 전력원으로 남았다.
CO₂ 배출 4년 연속 최고치…“질서 아닌 혼란 속 전환”
에너지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1% 증가한 408억 톤(CO₂eq)으로, 4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처음으로 1.5도 이상 상승한 지난해 기후 상황과 맞물려, 전환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연구소 앤디 브라운(Andy Brown) 회장은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 증가의 60%는 화석연료가 감당하고 있다”며 “구조적 병목이 배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니의 로맹 드바르(Romain Debarre) 박사는 “지정학, 에너지 안보, 기술 주권이 기후보다 우선시되면서 전환은 질서가 아닌 혼란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동시에 석탄·가스·석유 소비를 병행해 세계 에너지 소비 패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KPMG 와파 자프리(Wafa Jafri) 파트너는 “COP28에서 제시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 목표는 진전되고 있으나 속도가 부족하다”며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 EI)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글로벌 에너지 전문 학술·직능 단체다. 2003년 석유 전문기관 Institute of Petroleum(1913년 설립)과 종합 에너지기관 Institute of Energy(1925년 설립)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왕실 특허(Chartered)로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며, 엔지니어링 위원회(Engineering Council), 환경학회(Society for the Environment) 등으로부터 공인 자격 부여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주요 자격으로는 Chartered Engineer, Chartered Energy Manager, Chartered Environmentalist 등이 있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약 2만 명의 개인 회원과 200여 개 기업 회원이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