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그린워싱(Greenwashingㆍ위장환경주의)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법적 제재조치를 도입했다. 지난 1일 통과된 프랑스의 ‘기후변화와 복원력(resilience)에 관한 소비자 코드리뷰’(5419번)에 따르면, 그린워싱으로 유죄를 받게 될 경우 허위 홍보캠페인 비용의 8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고, 언론이나 광고판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거나, 회사 웹사이트에 30일간의 해명자료를 싣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 국회부의장인 오로레 베르제(Aurore Berg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59대 0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미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있는 프랑스 상법 내에서 이제 그린워싱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추가로 발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최근 ESG와 관련해 많은 법적 조항을 정비하고 있다. 지난 2월 프랑스 재무부는 ESG 및 기후변화 공시에 관한 규제 강화 방안에 관한 시장협의회를 열었고, 지난 3월 프랑스 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난 사회책임투자(SRI) 라벨의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지난주에는 프랑스 중앙은행이 기후변화센터를 설립하고, 2024년까지 자체 포트폴리오에서 탈석탄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지분 포트폴리오를 2도 지구온난화 목표치에 맞춰 조정했으며, 17억유로 이상의 녹색자산을 투자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린피스 프랑스, "그린워싱 멈추라"며 보잉777기 녹색 칠해
한편, “그린워싱을 멈추라”는 프랑스 NGO의 활동도 과격화되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5일(현지시각) 파리 샤를드골 공항(CDG)에 침투해 에어프랑스 보잉 777기를 녹색으로 칠해버렸다. 이들은 프랑스의 정부의 ‘그린워싱’을 비난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기후비상사태는 항공 교통의 감축을 요구하고 있지만, 장바티스트 드제바리(프랑스 교통부장관)는 여전히 녹색비행기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비난했다.

프랑스는 1000억 유로의 국가 재건프로젝트의 세부 투자계획 중 향후 15년 내에 수소를 연료로 하는 ‘녹색 비행기’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기후와 회복력(resilience)’라는 법안이 제출돼, 2022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순증가를 가져올 경우 공항의 신규건설이나 연장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법안을 이유로, 샤를드골 공항(CDG)에 관한 신규 터미널 T4 건설사업을 취소했다. 이 공항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붐비는 공항의 수용력을 연간 4000만명 늘리기 위해 2037년까지 완공될 예정이었다. 이 법안에는 2.5시간 이내에 열차를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 국내선 비행을 금지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그렇게 해도 국내선 항공편 감축은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탄소 배출량을 0.5%만 감소시킨다”며 더 과감한 탄소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는 헌법 제1조에 기후변화 대응 조항을 삽입하는, 파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프랑스 하원은 헌법 제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안건을 찬성 391표, 반대 47표로 가결했다고 AFP 등 현지 외신이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추진중인데, 개정안이 상원의 문턱을 넘으면 프랑스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해 헌법 개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현재 상원은 개정안에 반대하는 우파 성향의 공화당이 전체 348석 중 148석을 차지하고 있어, 개정안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법안은 2018년 11월 프랑스에서 도입하려 했던 탄소세(유류세)에 반발해 ‘노란 조끼’ 시위가 유행했고, 이후 2019년 조직된 프랑스 기후시민회의(CCC)가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CCC에 참석해 기후변화 방지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의 이익배당금 중 4%를 환경세로 부과하자는 CCC의 제안을 거부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행정법원은 그린피스, 옥스팜, 우리모두의 일, 자연과 사람을 위한 재단 등 4개 NGO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프랑스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며, 상징적인 의미로 단체에 1유로씩 배상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