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기후위기의 실시간 전개 속에, 폭염으로 인한 냉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냉방 수요가 건물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전력 소비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기술·정책·도시계획을 아우르는 종합 대응을 촉구했다.

 

냉방 수요가 전력망 흔든다…“고효율 제품 확대 없으면 피크 부하 위험”

IEA의 현정책 유지 시나리오(STEPS) 기준으로, 냉방은 2035년까지 연평균 약 4%의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요 증가는 대부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온 지역에 거주하는 약 35억명 중 에어컨을 보유한 사람은 15%에 불과하며, 향후 냉방 장비의 보급률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14%였던 가구당 에어컨 보급률이 2050년에는 8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동남아 전체 에어컨 보유량은 2020~2040년 사이 9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IEA는 냉방 수요 증가는 전력망에 극심한 부하를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2025년 여름,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프랑스의 경우, 저녁 시간 전력 피크가 평시 대비 25% 급증했다. 반면, 보급률이 높은 뉴욕은 90% 이상 상승했다.

인도의 경우, 2024년에는 실외 온도 1°C 상승당 전력 피크 수요가 7기가와트(GW) 증가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에는 1°C당 전력 수요가 12GW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최근처럼 4°C 이상 온도 편차가 발생할 경우 추가 전력 수요는 47GW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에너지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효율 제품의 보급이 핵심이다. IEA는 인도의 경우에도 향후 판매되는 에어컨이 모두 고효율 제품일 경우, 전력 피크 부하 증가분을 최대 20%까지 억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에어컨의 평균 효율은 최고 사양 모델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제10차 글로벌 에너지 효율 회의에서 약 50개국의 장관들은 에어컨을 포함한 고효율 가전제품의 보급 확대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합의했다.

 

정책 개입 필수…규제·정보·인센티브 3박자 갖춰야

지역별 소득 5분위별 에어컨 보급률 추정 / IEA
지역별 소득 5분위별 에어컨 보급률 추정 / IEA

또 다른 문제는 ‘냉방 불평등’이다.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저소득층의 에어컨 보유율이 25%인 반면, 고소득층은 75% 이상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우, 전력 접근 자체가 제한되면서 상위 20%를 제외하곤 에어컨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럽은 전체 보급률은 20%로 낮지만, 소득 계층 간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다.

IEA는 지금이야말로 냉방의 이점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하되, 에너지·환경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냉방 수요 확대의 에너지 시스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정보·보조금의 삼각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 측면에서는 도시계획 및 건축물 에너지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80개국 이상이 건축물 에너지 기준을 갖추고 있고, 100개국 이상이 에어컨 최소에너지성능표준(MEPS)을 도입했지만, 기준의 강도는 제각각이다.

도시 설계의 영향도 크다. 최근 파리 폭염 당시 도심 공원 내 야간 온도는 주변 시가지보다 7°C 낮았다. 나무와 공원 등 녹지 조성이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핵심 요인임을 입증한 사례다. 도시 차원의 전략이 전력 부담 저감과도 직결되는 셈이다. 또한, 건물 단열·차양 설치만으로도 냉방 수요를 최대 80% 줄일 수 있다.

정보 접근도 중요하다. 에너지 라벨링, 온도 설정 가이드 등은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도구다. IEA는 저소득층을 겨냥한 보조금 정책이 병행될 경우, 공공보건·전기요금 절감·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삼중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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