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ZTI
사진=AZTI

심화되는 기후 위기와 연구 예산 삭감이라는 이중의 제약 속에서 인공지능(AI)이 기후 과학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AI가 복잡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기후과학의 진전을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했다. 전력 소모가 크다는 비판도 있지만,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새로운 통찰을 도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스페인 AZTI 해양연구센터의 생물학자 앙헬 보르하는 “AI는 거대한 진보다. 데이터 분석 속도가 빨라지면 의사 결정자들의 대응 속도도 함께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5년 이내에 과학 전반에서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

AZTI를 포함한 여러 연구기관은 기존 AI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과거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던 작업을 몇 시간 내에 수행하고 있다. 심해 탐사부터 남극 현장조사까지 수집된 대규모 데이터를 분류·정리하는 시간도 대폭 단축됐다.

보르하 박사는 45년 전 첫 연구 당시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며 수백 개의 지표를 정리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후 인터넷과 컴퓨터가 분석 속도를 높였지만, 최근 3~4년간 AI 기술의 진보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5년 이내에 과학 전반에서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젊은 연구자들은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우려하지만, 오히려 반복 작업을 대신해 줘 데이터를 해석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ZTI의 과학자들은 어획량 할당 설정이나 해양보호구역 지정 등 여러 사안에서 정책결정자들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보르하 박사는 “AI를 통해 연구소가 정책결정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분석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AZTI는 지난 30여 년간 축적된 수질, 어류, 플랑크톤 등 해양 관련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AI 모델에 입력하고 있다. AI 모델은 데이터베이스에 담긴 정보와 구조를 설명하는 리서치 노트를 생성하며, 연구자들은 목적에 맞는 데이터 세트를 더욱 쉽게 선별할 수 있다.

AZTI는 해양 탐사 중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활용해, AI가 어류와 해양 생물 종을 자동 식별하도록 훈련 중이다. 보르하 박사는 이를 통해 “해양 환경 상태에 대해 더 빠르게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S 기상 예측 모델  ‘오로라’, 100만시간 이상의 지구물리학 데이터 학습

일부 AI 기반 기상 예측 모델은 기존 예측 시스템보다 높은 정확도를 나타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로라(Aurora)’는 100만시간 이상의 다양한 지구물리학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로, 예측 목표의 91%에서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의 기존 모델과 구글 딥마인드의 AI 모델 ‘그래프캐스트(GraphCast)’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네이처(Nature) 5월호에 게재된 MS 리서치의 논문에 따르면, 오로라는 대기질, 파도, 열대저기압 경로 등을 예측할 수 있으며, 기존 모델보다 훨씬 적은 계산 비용으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MS 리서치 대변인은 “오로라와 같은 AI 모델은 기후 과학자들이 지금보다 수백 배 더 많은 시나리오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해주며, 대규모로 새로운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품질의 날씨 정보는 재난 대응을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의 핵심이다. 다만, 일부 기상전문가들은 AI 모델이 기존 기상 모델보다 ‘블랙박스’에 가깝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생성 AI의 활용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후 솔루션 연구기관 프로젝트 드로우다운(Project Drawdown)의 책임자 조너선 폴리는 “기계학습은 인간의 사고, 글쓰기, 분석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며 “AI는 문서 편집, 정보 수집 등 단순 작업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생성 AI는 정의상 통계적 방식의 표절에 기반하며, 정보를 날조하거나 인용과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