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을 주제로 챗GPT가 만든 이미지.
 유럽연합(EU)과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을 주제로 챗GPT가 만든 이미지.

유럽연합(EU)이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협상에서 ‘생산 제한’ 조항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제시카 로스월 EU 환경위원은 제네바 UN 본부에서 “EU는 합의를 위해 왔지만 어떤 합의든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생산 제한이 빠진 합의문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EU와 100여 개국은 채굴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플라스틱 생산을 규제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이란 등 산유국과 미국·인도는 생산 제한에 전면 반대하며, 협상은 종료 사흘 전까지도 생산 상한, 유해 화학물질 규제, 건강 조항, 재정 조달, ‘플라스틱 오염’ 정의 등 핵심 의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만장일치 원칙·1500개 괄호 문구…절차·구조적 난관 심화

로스월 위원은 “모든 국가는 타협해야 한다”며 “이 문제는 어느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덴마크 마그누스 호이니케 환경장관도 “협상은 매우 어렵고 앞으로 더 큰 갈등이 예상된다”며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상은 만장일치를 전제로 진행돼, 일부 반대국이 핵심 조항을 약화시키거나 삭제하려 해도 이를 막을 절차적 장치가 없다. 현재 조약 초안에는 약 1500개의 쟁점 문구가 괄호 처리돼 있으며, 일부 조항은 100개국 이상이 지지하지만 일부는 단 한 나라만 지지해도 동일하게 취급된다. 파나마 수석대표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는 “반대국들은 협상 시작 이후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협상 진척도는 오히려 후퇴했다. 전 회차였던 지난해 12월 부산 회의 이후 합의 초안은 13페이지 늘어났고, 주요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유엔환경계획(UNEP)과 플라스틱 협상을 주관하는 정부간협상위원회(INC)는 지난 9일 이후 공식 브리핑을 열지 않아 외부 관측단과 언론은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주요 쟁점 논의는 모두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회의는 회의실 부족으로 장소를 옮기는 등 혼잡한 상황이 이어졌다.

 

과학자 단체 “생산 감축 없인 효과 없다”…산업·환경 영향 모두 주목

과학자 연대체인 ‘효과적인 플라스틱 조약을 위한 과학자 연합(Scientists’ Coalition for an Effective Plastics Treaty)’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환경과학자 나탈리아 그릴리(호주 태즈메이니아대)는 “과학적 근거는 명확하다. 생산 감축이 글로벌·국가 수준에서 매우 야심차게 이뤄져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우리는 협상가가 아니라 과학자로서 데이터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의 99%는 석유·가스·석탄에서 생산되며,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내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산유국은 전통 에너지 수요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전략 산업으로 보고 있어 생산 제한 합의에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협상 결과는 13일 예정된 전체 회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며, 마감일인 14일을 넘겨 15일 새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호이니케 장관은 “모든 국가가 레드라인만 고수한다면 합의는 불가능하다”며 “법적 구속력과 강한 문구를 갖춘 합의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전문매체 헬스폴리시워치는 이번 협상이 합의에 이르더라도 강력한 생산 제한 조항을 담지 못할 경우 국제 사회의 플라스틱 오염 대응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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